‘53세 아이돌’ 쭈니형의 오열…꼬맹쓰들 울린 god 23주년 콘서트[리뷰]

황혜진 2022. 12. 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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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god가 항상 fan god를 응원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국민그룹 god(지오디/박준형, 손호영, 윤계상, 데니안, 김태우)가 4년 만에 완전체로 뭉쳤다. 12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케이스포돔, 구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2022 god ON'(2022 지오디 온)을 개최한 것.

이번 공연은 2019년 1월 13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god GREATEST 20th Anniversary PRESENT'(지오디 그레이티스트 트웬티스 애니버서리 프레젠트) 이후 4년여 만에 열린 god 단독 콘서트다. 데뷔 23주년을 맞이해 김태우 주도로 한 자리에 모인 god는 그야말로 '피켓팅'(피가 튈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을 거쳐 3회 차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며 팀 활동 공백기를 무색하게 했다.

▲ 24년 차에도 라이브하고 춤추는 아이돌, god 콘서트를 가는 이유

"안녕하세요, god입니다"라는 고유하고도 우렁찬 단체 인사로 이날 공연의 포문을 활짝 연 god는 정규 3집 'Chapter 3' 수록곡 '촛불하나'를 필두로 '0%', '어머님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보통날', '미운오리새끼', '길', '거짓말', '다시', '바람', '그 남자를 떠나', '니가 있어야 할 곳', '니가 필요해', 'Friday Night'(프라이데이 나이트), '하늘색 약속', '하늘색 풍선', 'Dance All Night'(댄스 올 나이트), '관찰', 20주년 앨범 'THEN & NOW'(덴 앤 나우) 타이틀곡 '눈을 맞춰', 세트리스트에도 없던 '모르죠'까지, 23년간 국민적 사랑을 받은 히트곡 무대를 연달아 선보였다. 손호영은 공동 연출가로 나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완성했다.

'2022 god ON'이라는 공연명처럼 god mode(모드, 상태)로 전환된 다섯 멤버들은 숱한 명곡들을 밴드 세션 연주에 맞춰 생생한 라이브로 소화했다. 노래를 열심히, 그리고 잘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춤 역시 자신만의 열과 성을 다해 췄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그 남자를 떠나'를 안무 버전으로 최초 공개하며 열화와 같은 환호를 이끌어냈다.

데니안은 "우리 노래 중 어른미의 섹시를 보여줄 수 있는 노래가 사실 많지 않다. '그 남자를 떠나'는 여러분도 좋아하는 노래이자 한 번도 안무로 보여준 적 없는 곡이다. 우리가 새로운 안무를 습득하는 게 굉장히 쉽지는 않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라고 설명했다. 손호영은 "이 한 곡 연습하는 데 한 달 걸렸다"고 털어놨다.

메인보컬 김태우를 필두로 모든 멤버들이 음원과는 차별화된 매력적인 음색을 들려줬으나 노래와 춤을 동시에 소화했던 탓에 숨 가쁜 순간에는 미세한 음이탈이 나기도 했다. 퍼포먼스 역시 한 치의 오차 없는 칼군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69년 생 박준형은 서른이었던 1999년 god 리더로 데뷔, 올해 53세에 접어들었다. 41세 막내 김태우(1981년 생)의 데뷔 당시 나이는 열여덟이었다.

완전무결한 공연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한층 뭉클한 공연이었다. 적지 않은 연차에도 요령따위 모른다는 듯 목놓아 노래 부르고, 갖가지 뼈마디가 쑤시는 와중에도 기꺼이 고난도 동작들을 자처하는 가수의 콘서트에서만 비로소 목도할 수 있는 드문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라이브인 척 하지만 립싱크나 다름없는 라이브 AR 형식으로 콘서트를 하는 가수들의 콘서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감동 요소다.

god는 이번 콘서트를 위해 11월 초부터 안무 연습에 돌입했다. 박준형은 11월 30일 방송된 NOW. '점심어택'에서 "다리가 부서질 것 같다"고 말했다. 윤계상은 "춤출 수 있는 거 얼마 안 남았으니까 여러분 꼭 기회 될 때 와 달라. 좀 있으면 못 춘다. 이제 앉아서 노래만 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거다. 거짓말이 아니라 음악하고 몸의 속도가 안 맞는다. 우리는 빨리 한다고 하는데 약간 느리다"고 털어놨다.

이에 손호영은 "점점 그렇게 됐다"고 공감을 표했다. 데니안은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고 말했다.

▲ 전국 '꼬맹쓰'들 동창회, 여전히 유효한 '하늘색 약속'

"헤어질 때 우리 다시 만나자"던 god는 4년 만에 콘서트로 fan god(팬 지오디, god 공식 팬덤명)를 집합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늘색 약속'을 다시 한번 지켜 준 다섯 멤버들 덕에 전국 방방곡곡 '꼬맹쓰'(박준형이 팬들을 부르는 애칭)들은 설렘을 안고 "모여라 얘들아"라는 데니안의 외침에 화답할 수 있게 됐다. 열렬히 사랑하던 가수와 팬이 긴 세월이 흘러서도 다시 눈을 맞춰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서로 녹록지 않은 나날을 무탈하게 버텨낸 끝에 또 하나의 값진 '보통날'을 맞이했다는 방증이다.

god가 공연한 체조경기장은 KSPO DOME(케이스포 돔)으로 이름을 달리했다. 응원 도구 역시 고무 재질 하늘색 풍선에서 하늘색 풍선 모양 발광 응원봉으로 바뀌었다.

무대에 대한 다섯 멤버들의 열정과 팬들을 향한 두터운 애정만큼은 변함없었다. 영원한 건 없다지만 가수 아이유의 말마따나 "가장 이상적인 아이돌"로서 god가 fan god와 함께 이어가는 행보는 그것 또한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어느 것 하나 확신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OFF(오프) 버튼을 누르고 일상으로 복귀한 이들이 다시 만나 눈을 맞추는 그날까지 서로의 안녕과 행복을 바랄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자명하다.

김태우는 콘서트 말미 "공연을 3시간 했다. 3일간 9시간을 하기 위해 4~5개월 전부터 많은 것들을 준비해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부산 2회 공연이 남았지만 오늘 서울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며 굉장히 뿌듯한 마음이 생겼다. 내 인생에 또 커다란 추억을 선물해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이 공연, 음악,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하는 시간이 내가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다. 언제나 영원히 함께했으면 좋겠다. 여러분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준형은 "사실 처음에는 다들 체력도 많이 떨어졌고, 공연하다가 한 명이 진짜 까무러치는 거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다"며 "사실 우리가 (손)호영이에게 '이게 될 거 같냐?'라며 고생 많이 시켰다. 진짜 내 얼굴 많이 때리고 싶더라. 우리 동생들 너무 고맙다. 이제 애들이 아니다. 이제 다들 어른들이고 멋있고 고맙다. '다시'를 관객들이 같이 불러줄 때 더 느꼈다. 우리는 같이 함께해왔다. 여기 있는 꼬맹이들, 난 그때 20대 후반~30대 초반이었지만 같이 해맑고 순수한 모습부터 계속 함께해왔다. 노래를 같이 불러줄 때 진짜 얘네들 때문에 우리가 여기에 온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 고마움을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나 공연할 때 죽을 것 같다. 거짓말 안 하고 아침에 일어날 때 멤버들 다 죽을 것 같이 힘들어했다. 여기에 있는 모든 분들이 다 우리를 위해 와 준 거다. 우리를 위해 '다시'를 불러주는데 너무 고마웠다. 여러분 덕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다. 여러분이 희생해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표를 사서 온 거지 않나. 내가 미안하다. 우리는 여러분한테 진짜 공짜로 공연해줘야 하고 싶다. 진짜 매일 생각한다. 너무 미안하다. 내가 언젠가 로또에 당첨되면 꼭 해드릴 거다. 여러분은 항상 내 자부심이다. 고맙다"고 덧붙였다.

윤계상은 "사랑한다. 건강하시길 바란다. 또 만나자"라고 짧지만 묵직한 진심을 전했다. 이어 "멤버들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똑같다. 정말 감사하고 사랑한다. 이제 더 자주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감사하다"며 "우리 멤버들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 꼭 지켜 달라"고 밝혔다.

손호영은 "아직까지 안 믿긴다. 분명히 공연을 했고 시간이 흘렀는데 거짓말 같고 꿈같다. 여러분이 눈앞에 계신데 이 모습이 안 믿긴다. 여러분도 자고 일어나면 이게 꿈인가, 어제 이런 일이 있었나 싶을 것 같다. 나도 매일 그렇다. 몸은 안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은 절대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지금 이 기분, 이 행복을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우리 오래오래 갈 테니까"라고 말했다.

앙코르 무대를 앞두고선 눈시울을 붉히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손호영은 "4년, 오래 걸렸지만 다시 이렇게 모일 수 있음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이렇게 구석구석까지 채워 주시고 god를 잊지 않아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너무 감사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데니안 역시 팬들에게 진심을 전하다 눈물을 보였다. 그는 "'하늘색 약속' 가사를 쓸 때 god 모드 오프가 된 데니안은 혼자 아등바등하고 세상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느라 하늘을 볼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나. 어느 날 문득 한숨을 쉬며 하늘을 봤는데 너무 맑고 파랗더라. 하늘은 언제나 저기 있었구나, 내게는 fan god가 있는데 항상 어디선가 날 응원하겠다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걸 이번에 공연하며 또 절실히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체조경기장 3회 공연을 매진시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다 여러분 덕분이다. 여러분도 나처럼 fan god 모드 오프 돼서 열심히 살다가 문득 하늘을 보고 너무 예쁘면 우리 god가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다는 걸 꼭 알아주길 바란다. 우리 색을 하늘색으로 정하길 진짜 잘했다. 우리 언제든 볼 수 있으니까. 여러분도 파이팅하고 다음에 또 이런 자리에서 만나 재밌게 놀자"며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진짜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남녀노소 팬들에게 '쭈니 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박준형은 "여러분이 하도 우리한테 많이 줘서 사실 그걸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살아가면서 힘들 때 많을 거다. 항상 해가 내리고 다음날 다시 뜨는 것처럼 인생 사이클이 있다. 욕심을 좀 덜 부리면 힘든 게 많이 사라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준형은 "난 항상 혼자서 어려울 때, 너무 힘들 때 방송국 앞에서 풍선 흔드는 여러분을 보며 이만큼 얘네들이 날 도와줬으니까 내가 여기서 주저앉으면 얘네들도 주저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너네들이 나한테 기운을 주는 거다"며 오열해 지켜보던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끝으로 박준형은 "너무 힘들 때 항상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갖고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리고 god 오빠들이 너네들은 모르지만 항상 너네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너네들의 기운 덕분에 내 기운도 세질 수 있다는 걸. 우리가 그런 존재가 계속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 팬들 다 잘났다. 다 너무 예쁘고 잘생겼다. 정말 고맙다"며 "내 나이 되면 안 아프기 쉽지는 않다. 건강 관리 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여러분이 내 자부심이고 힘"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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