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삶 연기한 정성화 "그분의 리더십과 집념 닮고 싶었죠"

뮤지컬 이어 영화 '영웅'서도 주연…"한국 뮤지컬 영화 가능성 보여주고파"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배우 정성화에게서 독립운동가 안중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안중근 의사를 그린 영화 '영웅'에서 주연을 맡은 그는 동명 뮤지컬에서도 2009년 10월 초연부터 지금까지 안중근의 삶을 연기하고 노래하고 있다.

1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성화는 "제가 안중근 의사를 대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고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성화란 사람을 안중근에게 투영하면서 제게 무게감이 너무 실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분만큼은 아니지만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그동안 잘못한 거 없나 돌아도 보고 그랬죠. (웃음) 개인적으로 안중근 의사는 엄청난 리더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패는 있었지만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집념 같은 것도 있었고요. 작품을 할 때도 그분의 모습을 많이 닮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오는 21일 개봉을 앞둔 '영웅'은 기존 뮤지컬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긴 국내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다.

정성화는 "윤제균 감독님이 (뮤지컬) 공연을 보러 오셨는데 뒤풀이 자리에서 '이 작품은 뮤지컬만 하기에는 아깝다'고 말씀하셨다. 그다음 시즌에 또 오셔서는 '영화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자신이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뮤지컬에서 (영화로) 넘어간 노래 잘하는 훌륭한 배우들이 많으니까요. 제가 옆에서 좀 도와드려야겠다고는 생각했죠. 근데 어느 날 감독님께서 사무실에 오라고 하시더니 갓 구운 빵처럼 따끈따끈한 시나리오를 뽑아 주시더라고요. 잘 할 수 있을까, 뮤지컬 '영웅'에 누가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움이 앞섰지만 정말 다 쏟아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단연코 후회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촬영했습니다."

윤 감독의 주문에 체중을 14㎏ 정도 감량했다는 뒷이야기도 전했다. "감독님께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사람들이 널 안중근이라 여길 정도로 살을 좀 빼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한 달 만에 86㎏에서 77㎏까지 뺐어요. 기력이 쇠해서 하루는 뮤지컬 무대에서 쓰러지기도 했어요. 다행히 줄에 매달려 있어서 살았죠."

정성화는 뮤지컬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를 묻자 '공간감'을 꼽았다. 그는 "큰 공간에서 연기하는 뮤지컬과 달리 영화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해야 하기에 세밀한 표현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가장 큰 목표는 노래가 대사처럼 들리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윤 감독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감독님께서 '나는 뮤지컬 음악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 그러니 네가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신이 모른다는 걸 오픈할 줄 아는, 배포가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뭐든지 소통하려 애쓰시기도 했고요."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알려진 정성화는 1994년 SBS 공채 3기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발을 내디뎠다. TV 드라마와 시트콤에서 조·단역으로 활동하다 뮤지컬에 진출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건 관객 여러분께서 저를 믿을 수 있도록 증명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작품에서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통할 것인가'라는 의심을 지우는 행보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성화는 무엇보다도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 뮤지컬 영화의 포문을 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나라 뮤지컬 영화가 관객 여러분께 이 정도로 선택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이 시장이 활짝 열렸으면 합니다. 이런 소망에 부합할 수 있는 성적이 나오면 참 좋겠죠.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관객에게 한국 뮤지컬 영화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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