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생 마감한 의료선교사, 그 험했던 길 기린다”

박현수 기자 2022. 12.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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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책은 한국에서 삶을 마감한 의료선교사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으려는 감사와 존경의 표현입니다."

최근 한국 초기 의료선교사 열전 '코리아,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I still love Korea)'을 펴낸 손영규(69·사진) 소망이비인후과의원 원장(경희대 의과대학 외래교수)은 1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개신교 선교의 문을 열고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던 초기 의료선교사들의 활약상을 재조명하기 위해서 책을 펴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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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초기 의료선교사 활약상 담은 ‘코리아…’ 펴낸 손영규 교수

“서양의학 전무했던 140년 전

현대식 병원 설립 상상 못할일

숭고했던 정신 마음에 새겨야”

고종주치의부터 첫 간호사까지

30년간 305명 발자취 재조명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책은 한국에서 삶을 마감한 의료선교사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으려는 감사와 존경의 표현입니다.”

최근 한국 초기 의료선교사 열전 ‘코리아,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I still love Korea)’을 펴낸 손영규(69·사진) 소망이비인후과의원 원장(경희대 의과대학 외래교수)은 1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개신교 선교의 문을 열고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던 초기 의료선교사들의 활약상을 재조명하기 위해서 책을 펴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원장은 특이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경복고와 경희대 의과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한 이비인후과 의사이자, 한의사, 전 건양대 대학원 치유선교학과 주임교수, 대한예수교장로회 목사 안수를 받고, 중국 옌볜(延邊)지역에 파견돼 의료선교사로 활동했다.

‘한국판 사도행전’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1884년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선교사로 고종 황제의 주치의이자 첫 서양식 병원인 광혜원을 개설한 호러스 N 알렌에서부터 독일 출신 미국 선교사로 한국 최초의 간호 선교사인 광주 제중원의 엘리자베스 쉐핑(한국명 서서평)에 이르기까지 30년간 305명에 이르는 한국 초기 의료선교사들의 발자취를 담았다. 또한 직종별(의사, 간호사), 교단별(장로회, 감리회 등), 지역별(서울, 평양, 광주, 부산, 대구 등)로 분류하고 그중 대표적인 인물 34명의 행적을 일일이 조사해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손 원장은 홀 의료선교사 가문은 한국 선교역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꽃 중의 꽃이라고 설명한다. 사랑하는 남자와의 결혼을 포기하고 한국의 여성들과 어린이, 장애인을 가슴에 품고 사랑한 여의사 로제타 셔우드 홀, 그 한국을 사랑한 여인을 찾아 이 땅에 들어와서 사랑을 이루고, 자신의 몸보다 한국인들을 더욱 사랑하며 치유하다 산화한 의사 윌리엄 제임스 홀, 조선 땅에서 태어나 사랑하는 이들을 앗아가는 망국의 병인 결핵 퇴치를 위해 혼신을 다한 의사 셔우드 홀,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병든 자들을 섬긴 탁월한 외과 의사 메리안 버텀리 홀….

“오늘날에도 병원 하나 세우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140여 년 전 이 나라의 관리들이나 백성들이 서양의학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상태에서 현대식 서양병원을 건립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는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그분들이 험하고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며 부른 노래 ‘코리아,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을 이제 우리 함께 부르며 코리아를 넘어 세계로 나아 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 책은 선교사들이 직접 쓴 기록들을 인용한 내용이 많아 ‘다큐’ 형식에 가깝게 글을 구성했다. 그래서 사실에 가깝게 접근하려고 한 손 원장의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가능한 한 선교사들의 일기와 편지, 보고서 등 저작물 속에 기록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선교사인 윌리엄 B. 스크랜턴은 ‘나는 국왕보다는 민중들로부터 환심 사기를 더 원하고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대목이다. 스크랜턴이 병들고 상처받은 가난한 민중들을 향해 외치던 그 음성이 오늘날에도 우리 가슴에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듯하다.

손 원장은 “초기 의료선교사들이 자신의 가족에게 영향을 미침으로써 그 가족 중 언더우드를 비롯해 상당수가 의료 분야뿐 아니라 기독교 학교를 설립하는 등 교육 선교와 교회를 세워 복음 전파에 헌신했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선교사들이 척박했던 조선 땅에 와서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이 ‘새로운 한국인’이 되어 간 이야기는 감동을 넘어 숙연함을 느낄 정도다. 그는 그들을 통해 우리도 ‘나라 사랑’ 정신을 새롭게 하자고 제안한다. 우리 조상들의 몸과 마음을 의료선교사들이 자신의 몸과 자식들처럼 보살피고 살려냄으로써 이 땅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있음을 알고, 이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손 원장은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한방을 선교 도구로 쓸 수 있는 나라는 오직 한국밖에 없으므로 한국이 앞장서서 새로운 의료선교의 지평을 열고, 양·한방 통합의료선교를 선도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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