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생각했던 추신수… 끝내 헤어질 결심을 못했다, 오히려 아내를 설득한 이유

김태우 기자 2022. 12.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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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에도 랜더스필드를 지킬 추신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선수 경력에서 소속팀 우승 반지가 없었던 추신수(40‧SSG)는 2022년, 드디어 우승 반지를 손가락에 끼었다. 그렇게 감격의 시간이 지나간 뒤, 운명의 장난처럼 거대한 현실적 고민이 찾아왔다. 은퇴할 것인지, 현역을 연장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구단에도, 한국 야구 역사에도 중요한 결정이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야수로 이견 없이 인정받는 추신수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을 뛰면서 동양인으로서는 드물게 클럽하우스의 리더까지 오르며 존경도 받았다. 부도, 명예도 다 얻었다. 마지막 목표였던 우승 반지도 손에 넣었다. 이제 선수 생활에서 더 이상 이룰 게 마땅치 않았다. 나이도 이제 40대였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자택이 있는 미국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들도 눈에 밟혔다. 많은 것을 생각해야 했다.

처음에는 은퇴를 할까 생각했다고 떠올리는 추신수다. 1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SSG의 팬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기꺼이 태평양을 건넌 추신수는 “구단에는 ‘이제 아마 안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다. 샐러리캡도 있고 그랬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고민의 시작과, 끝의 결정은 달랐다. 추신수는 내년에도 뛰기로 결정했다.

사실 가족들, 특히 아내인 하원미 씨는 남편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랐다. 큰 아들도 이제 대학에 가고, 야구를 한다. 아들의 곁을 지켜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은 굴뚝같았다. 추신수 또한 2년간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생활하며 남몰래 느낀 외로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좀처럼 야구와 헤어질 용기를 내지 못했다는 게 추신수의 고백이다. 여전히 야구를 사랑하고, 아직은 야구장에서 심장이 뛴다고 생각했다. 구단도 추신수의 현역 연장을 설득했다. 은퇴 쪽으로 가던 마음이 흔들렸다.

추신수는 “유니폼을 벗은 내 모습이 상상이 안 됐다. 야구와 유니폼을 너무 사랑한다. 집에서 야구장으로 출근을 하는 그 길이 너무 행복하고 아직도 그런 느낌이 있다. 돌아보니 은퇴를 할 준비가 안 됐던 것이다”고 말하면서 “전 세계에 많은 직업이 있고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과연 그 일을 좋아하고 사랑해서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게 결심을 내린 며칠 뒤, 추신수는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설득했다. 추신수는 “아내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멋쩍게 웃었다. 아내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결국은 남편의 뜻을 따랐다. 남편이 야구를 얼마나 사랑하고 이 일에 열정적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할머니가 되면 옆에 있어줄 것이냐”라고 농담 섞인 잔소리(?)는 했지만, 뜻을 꺾지는 않았다. “100세 시대에 아직 반도 안 살았다. 이때까지 고생한 거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좋겠다”라고 대답했다고 가볍게 웃은 추신수도 아내에 감사하다고 했다.

아이들도 아빠의 뜻을 존중했고, 그렇게 추신수는 내년에도 뛰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 연봉 문제가 사실 민감했다. 자존심과 연결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구단도 삭감안을 굉장히 신중하게 전달했다. 그러나 추신수는 이를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추신수는 “선수들 연봉 인상도 되어야 하는데 나 때문에 그렇게 되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샐러리캡 한도가 거의 차 있는 SSG로서는 연봉 협상에서 한결 수월한 길을 걷게 됐다.

사실 떠밀려 은퇴할 선수는 전혀 아니다. 경력도, 올해 실적도 그렇다. 지난 2년간 추신수는 리그 평균 대비 34% 이상의 득점 생산력을 보였다. 올해도 팔꿈치 수술 여파, 그리고 주루 플레이 중 두 번이나 부상을 당하는 등 힘겨운 과정에서도 건재한 출루 능력을 과시했다.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도 실전 감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와중에 타율 0.320, 출루율 0.414를 기록하며 팀의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팀은 여전히 추신수가 필요하고, 추신수는 어쩌면 SSG 입단 후 가장 멀쩡한 상황에서 2023년 스프링캠프에 대기할 수 있다.

추신수는 “내가 했던 것에 대해 실망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다”면서 “미국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시즌 준비를 했던 것처럼 운동할 수 있는 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어쩌면 입단 후 가장 의욕적이고 치열한 시즌 준비가 될지 모른다. 아직 야구장과 헤어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추신수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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