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일까, 부자감세일까'…예산안 발목 법인세 인하 '팽팽'

한상희 기자 2022. 12. 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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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법인 초부자 아닌 한국 경제 영토 넓히는 전투부대"
野 "법인세 실효세율 17%…기업투자 세금으로만 결정되는 것 아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2022.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서 여야가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 문제를 놓고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당은 법인세 인하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일"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대기업만 헤택을 보는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협상을 이어간다. 양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두 차례 회동을 갖고 협상 타결을 시도했지만 끝내 결렬됐다. 이튿날인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면서 여야 협상이 한 차례 중단됐다.

양측은 법인세 문제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내 기업의 해외이전을 막고, 해외자본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해선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22%로 낮추자는 것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법인은 초부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영토를 넓히는 경제 전투부대"라며 "전투부대를 가볍게 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성 의장은 "지금 세계경제가 나쁘고 차이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지금 다른 나라로 와서 공장을 만들고 이전하고 있다"며 "우리가 받아먹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지금 와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수출 대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 불어난 기업 이익이 투자 등을 통해 서민·중소기업으로 흐르는 '낙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민주당은 입만 열면 서민감세 초부자감세 이야기를 하는데, 법인세를 낮추면 60~70%가 소액주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통계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여당이 법인세율을 인하하겠다며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기업의 세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크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평균(21.5%)보다 높은 수준이다. 22%로 내려도 여전히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다. OECD 회원국들이 감세 정책 경쟁을 벌이면서 2000년대 이후 법인세율을 10%포인트 가까이 낮췄기 때문이다.

반면 야권에선 법인세 최고세율과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세율(실효세율)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법인세는 OECD 10위쯤 되고, 실효세율은 17%가량 된다"며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논리가 '외국 투자가 대만으로 가지 않고, 한국으로 오도록 경쟁력을 보여주겠다'는 것인데 기업투자란 건 세금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지난 2014년 16%에서 2017년 17.2%, 2018년 17.6%, 2019년 19.1%로 올라갔다. 문재인 정부의 최고세율 인상 영향이다. 그러나 2020년 17.5%로 낮아지며 문재인 정부 초반으로 돌아갔다.

민주당이 '초부자 감세'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국민의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 본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제3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 중인가'라는 질문에 "소위 부자감세를 피하면서 투자 유치를 촉진할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 기업에 매기는 법인세율을 먼저 낮추자는 입장이다.과세표준 2억원부터 5억원까지 중소·중견 기업 5만4000여개를 법인세율 현 20%에서 10%로 대폭 인하하자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제3안을 만들려면 서민 지출 예산을 늘리는 것은 불가하니 '서민 감세안'이라도 최대한 만들어 서민 삶을 지켜내고 경제 위기를 극복해 나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선 '서민 감세'가 '법인세 인하'와 연계될 경우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민세가 법인세와 연계된 것이라면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라며 "저희는 이 대표의 서민 감세가 법인세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연계된 출구전략이라고 보고 있는데, 그렇다면 저희들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서 빨리 협상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당내에서도 이견이 많아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소중견기업들 세율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그렇게 높지 않다"고 했다.

경영계에선 경제 위기를 들며 연내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전날 "경쟁국보다 불리한 법인세법을 개선하지 않고 기업에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인세법 개정안의 12월 임시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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