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세계 7대 불가사의 탐험하기 [여섯번 째 수수께끼]

김현아 2022. 12. 1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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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석준 칼럼]⑥아빠와 함께 풀어보는 수수께끼들-주기장(週企帳) 시리즈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편석준 작가


이데일리는 IT적인 상상력을 키우는데 지혜를 주는 편석준 작가의 칼럼을 매주 월요일 연재하려 합니다. 그는 세상의 디지털전환을 앞당기는데 전사 역할을 하게 될, 아이들의 사고력을 높이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사고력을 높이는 방법은 많지만, 아이들에게 직접 기획적 사고를 해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편 작가는 이데일리를 통해 <아빠와 함께 풀어보는 수수께끼들-주기장(週企帳)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출처 : 특허, (구글) 가상 현실 탐사를 위한 리더 디바이스 및 참가자 디바이스들을 포함하는 시스템들, 구글엘엘씨

상희 가족은 아빠, 엄마, 아들 상희 세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겨울방학이 끝날 때쯤 회사 발령으로 엄마는 제주도에서 일 년 정도 일하게 되었다. 대신 아빠는 육아휴직을 내고 상희를 돌보기로 했다. 아빠는 일 년 동안 상희와 마음껏 놀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 상희를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저 돈만 내고 걱정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을 노력했다고 자위하면서 이런저런 학원에만 보내면 될까?

아빠는 평소에도 “생각하는 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열 살이 된 아들에게 직접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주기장(週企帳)이었다. 일주일에 하나씩 ‘기획(企劃)’을 해보고 기록하는 공책이란 뜻이었다. ‘기획’이란 현실 위에 미래를 꿈꾸며 그리는 그림이었다. 생각이 먼저 있은 다음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아빠는 상희가 주기장을 처음 접해보기 때문에 의욕을 돋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기장을 작성해야 매주 용돈을 주기로 했고, 나중에 비싼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상희 이름으로 된 통장에 별도의 적립금도 입금해주기로 했다. 적립금은 일종의 보너스로 보너스 지급 여부와 금액은 아빠가 결정하기로 했다. 아빠와 상희는 본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서로 지장을 찍었다. 그리고 서두에 “주기장은 상희가 아빠에게 돈을 내고 배워야 정상이지만, 아직 상희의 나이가 어려 경제활동이 어렵고 혈연관계임을 감안해 특별히 무상으로 교육함을 밝힌다.”라고 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기획’이란 말은 아이에게 어렵기 때문에, ‘수수께끼’란 말을 사용하기로 했다.

[본문]

“아빠,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학교 나오지 말래.”

“친구 몇 명이 감염병에 걸렸나 봐.”

“변이 코로나에 걸린 거야?”

“아니, 코로는 아닌데 쉽게 전파될 수도 있는 독감 같은 건가 봐.”

입학식 때 본 교장 선생님 얼굴이 떠올랐다. 의지에 강해 보이는 눈빛과 장년임에도 단단해 보이던 몸집, 그는 입학식 때 학생의 건강과 안전사고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어쩐지 상희가 시무룩해 보였다. 코로나 대유행 시절 학교를 거의 1년 가까이 나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수업 들었던 그때도 표정이 늘 좋지 않았었다. 처음에는 학교를 안 가도 된다는 사실에 좋아했지만, 뒤로 갈수록 짜증 내는 일이 잦아졌다. 아빠는 상희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했어요.

“상희야, 이번 주를 우울하게 보내지 말고, 이 상황과 관련된 수수께끼를 풀어보면서 나름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하면 어떨까?”

아빠도 이번 기회에 상희가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일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여섯 번째 수수께끼 나갑니다.”

■ 수수께끼 6 : 집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얘기하고, 또 놀 방법은 없을까요? 화상회의나 가상현실 등을 키워드로 상희가 직접 조사하고 나름의 방법을 생각해보세요.

상희는 집 근처의 도서관에도 자전거를 타고 스스로 가고, 온라인으로 검색도 많이 하는 것 같았어요. 다음번 수수께끼는 자료 검색과 관련된 것을 해야겠다고 아빠는 생각했어요. 자료를 한참 찾고 검색하던 날은 작업이 끝나고 그대로 쉬었지만, 다음날부턴 며칠 동안 자료를 읽어보고 다시 추가 자료를 찾는 것 같았어요. 아빠가 기대하지 못한 효과였어요. 그리고 목요일에 상희는 주기장을 들고 왔어요. 아무것도 아닌 것을 넘기는 듯한 시크한 표정이었지만, 이번엔 상희가 공을 꽤 들인 만큼 상희의 눈빛에서 자신감과 긴장감이 깃들여 있는 것을 아빠라서 눈치챌 수 있었어요. 아빠 역시 기대하고 주기장을 펼쳐보았어요. 이번엔 수수께끼도 아빠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지 않고, 자신 나름대로 정리하고 요약했어요. 그리고 주기장의 목차도 바뀌어 있었어요. 원래는 수수께끼/해결 방법/문제점/문제점을 생각한 이유/문제점 해결책 순서대로 적게 했지만, 이는 주기장을 쓰는 처음부터 헤매지 않도록 한 장치였을 뿐이고, 주기장 목차도 그때 상황에 맞게 상희가 바꿔 쓰면 되는 거였거든요.

벌써 주기장의 효과가 클 수는 없을 거라고 아빠는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다시 다짐했어요. 적어도 1년 이상은 해야 효과가 나올 것이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적어도 3년은 해야 입시나 평생 학습을 위한 기본기를 닦을 수 있을 거라고 아빠는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 수수께끼 6 : 집에서도 학교에서처럼 공부하고 노는 방법 생각해보기

● 해결 방법을 생각한 배경 : 아무리 생각해봐도 진짜 선생님, 친구들과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화상회의는 아무래도 진짜 같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PC 화면 속 친구들의 얼굴은 조그만 격자 속에 들어가 있어, 정말 떨어져 있다는 생각만 오히려 들게 한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내 방이 그대로 보이니까. 가상현실이란 키워드로 여러 자료를 찾아봤다. 안대 같은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면 진짜 놀이공원, 미술관에 간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런 현실감 때문에 소방관들과 의사들은 가상현실 장치를 통해 훈련을 하기도 한다.

● 해결 방법 : 선생님, 학생들이 모두 특정한 가상공간에서 만나는 것이다. 각자 가상현실 장치를 쓰고, 특정한 채팅방에서 만나듯 특정한 가상공간에 접속해 만나는 것이다.

● 문제점 1 : 굳이 교실 같은 곳을 가상현실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교실에 못 가서 가상현실을 만들어 공부하는 것이지만, 이왕에 만들 거면 칠판 있는 교실 말고 다른 곳을 배경으로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 문제점 2 : 기본적으로는 공부하려고 가상현실에 모인 것인데, 우리가 제멋대로 가상현실 공간에서 흩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 문제점 해결책 : 공란

문제점 해결책에는 “공란”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아무것도 쓰지 않았지만, 아빠는 오히려 더 기뻤어요.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어 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빠는 이번에는 주기장 오른쪽에 바로 글을 쓰지 않고, 아빠는 공부하는 시간을 조금 가졌어요. 상희가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찾아보려고 애썼어요. 구글의 특허 중에 “가상 현실 탐사를 위한 리더 디바이스 및 참가자 디바이스들을 포함하는 시스템들”의 내용이 상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아빠는 주기장 오른쪽에 상희가 생각한 문제점 1, 2, 3에 대해 특허 내용을 적어주었어요. 특허 내용이 정답은 절대 아니니, 참고만 하고 더 생각해보라는 코멘트와 함께.

● 문제점 1 : 굳이 교실 같은 곳을 가상현실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교실에 못 가서 가상현실을 만들어 공부하는 것이지만, 이왕에 만들 거면 칠판 있는 교실 말고 다른 곳을 배경으로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 (구글 특허 내용) 교사와 학생들이 가상현실에서 만날 때에는 세계 곳곳의 산호초, 우주 공간, 세계 7대 불가사의, 세계 곳곳의 박물관 등 미디어가 풍부한 몰입형 가상현실 탐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고, 구독형 시리즈로 만들어 학기 내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 문제점 2 : 기본적으로는 공부하려고 가상현실에 모인 것인데, 우리가 제멋대로 가상현실 공간에서 흩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 (구글 특허 내용) 교사가 학생들이 학습에 몰입할 수 있도록 별도의 권한을 준다. 각 학생이 착용한 가상현실 장비의 카메라를 통해 시선을 쫓아, 학생들이 과연 교사가 가리키는 것을 잘 보고 있는지 확인하는 권한 같은 것을 주는 것이다. 또 학생들이 질문을 하고 싶으면 가령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리면 그것이 캡쳐돼 교사에게 전달되고 답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편석준 작가는

아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 연습을 돕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 특허동화 『상상이상 미래세상』, 일반동화 『이제 내가 대장이야』 『토끼 손잡이와 여섯 손가락』을 출간했으며, 어른들을 위한 책으로 에세이 『너는 내일부터 치킨집 사장이다』, 인문교양서 『구글이 달로 가는 길』, 소설 『10년 후의 일상』, 경제경영서 『사물인터넷』, 『사물인터넷, 실천과 상상력』, 『가상현실』, 『스타트업 코리아』, 『왜 지금 드론인가』, 『전기차 시대가 온다』 『4차산업혁명 IT트렌드 따라잡기』, 『미래의 직업전망』 등을 출간했습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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