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베일 속 설계자는 모현민 역 박지현?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2. 12. 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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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갑자기 돌진해 충돌한 승용차,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뒤를 이어 확인 사살이라도 하듯 육박해 덮쳐든 덤프트럭.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교통사고와도 같은 급격한 반전을 맞았다.

굴뚝산업의 종말을 장담한 진양철(이성민 분)은 앞으로의 먹거리가 금융에 있음을 예견하고 순양금융지주회사 설립을 공언한다.

진양철은 그 대표로 진도준(송중기 분)을 내정하고 함께 기자회견장으로 가는 도중 연쇄 충돌 교통사고를 당한다. 다행히 치명적인 덤프트럭의 돌진은 하인석(박지훈 분) 대리의 살신성인 끼어들기로 충격이 완화되면서 목숨을 건진다.

현장서 숨진 트럭운전사의 주머니에선 진양철 차량번호가 적힌 쪽지가 발견되고 누군가의 교사가 있었음을 알아챈 두 사람. 진양철은 스스로 코마상태를 연출, 배후를 알아내고자 한다.

진양철과의 면회가 차단된 자식들 사이엔 분열이 깃든다. 진양철은 유고전 예정한 이사회에서 순양금융지주회사 설립안을 관철시키려 했다. 진도준에게 순양증권을 빼앗긴 진동기(조한철 분)는 이사회도, 금융지주 설립도 없던 일로 돌리자고 주장하고, 장남 진영기(윤제문 분)는 예정대로 이사회를 열겠다고 밝힌다.

이들이 각각 진양철의 유고사태를 어떻게 활용할 지 고민하는 동안 은밀히 조사에 나선 진도준은 살인청부를 받은 조직을 적발하고 어음처럼 대가로 지급된 화조도를 확보한다. 이 화조도는 조선시대 민화로 진성준의 처 모현민(박지현 분)이 운영하는 갤러리 소장품였다.

그리고 모현민은 갤러리에 들른 진성준을 향해 묻는다. “당신 누구한테 줬어요? 화조도... 우리 갤러리 소장품목으로 유명한 민화.” 그리고 이유를 묻는 진성준에게 “당신이 나를 통하지 않고 그림을 가져간 게 이번이 처음이라서.”라 답한다.

이 대목에서 혐의는 진성준에게로 향한다. 화조도를 앞에 두고 진양철과 진도준도 같은 생각을 곱씹는다. 하지만...

드라마는 1화에서 진양철 흉상제막식을 다뤘다. 이 자리는 순양그룹의 승계구도를 확정짓는 의미가 있었다. 회장 진영기는 그 자리에서 후계로 진성준을 공개적으로 밝힐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진성준은 흥분한 채 등장했다. 그는 막아서는 모현민을 거칠게 뿌리치고 회장실에 들이닥쳐 진영기를 추궁했다. “순양그룹의 승계, 아버지 뜻대로는 안될 겁니다. 제가 상속을 포기할 거니까요.”라며 “그날 사건 제가 영원히 모를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라고 몰아세웠다.

진성준이 언급한 그날 사건은 진양철과 진도준을 겨냥한 차량테러로 보인다.

진영기는 그런 아들을 향해 “자존심도 주제를 아는 놈이 부리는 거다. 제 손으로 뭐하나 갖춘 게 없는 놈이 뭘 포기해? 네 자리, 네 처, 네 이름까지 할아버지와 내가 만들어줬어. 난 아비로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당시 진성준은 “아버지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제 숨통을 조이신 겁니다.”며 뛰쳐나갔고 진영기는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으며 환생 전 윤현우(송중기 분)가 그 뒷 수습을 했었다.

그럼 진영기가 범인? 화조도는 진성준이 가져갔는데 청부는 진영기가 했다? 그럴 수 있다. 갤러리를 찾은 진성준에게 모현민은 말했었다. 이사회 참석자들에게 그림을 다 전달했다고. 진성준은 모현민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그림을 받고 왜 좋아하는지.

모현민은 “언제든 돈으로 바꿀 수 있지만 돈을 받았다는 죄책감은 적당히 덜 수 있으니까”라 답해줬다.

여기서 의심이 생긴다. 장막 속의 설계자는 모현민이 아닐까?

지금까지 구축된 진영기의 캐릭터는 무능한 순둥이다. 진양철도 그 점을 아쉬워한 바가 있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적의는 누구보다 강렬하다. 아버지 대신 옥살이도 했다. 그 탓에 다리에 탈도 났다. 본인도 자신의 무능은 알지만 아버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진양철이 그런 자신뿐 아니라 아들 진성준마저 홀대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룹을 장악하게 될 순양금융지주회사를 진도준에게 넘기려 한다. 그걸로 후계구도는 확정된다. 진성준이 못난 아비 탓에 장손임에도 순양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그룹내에 수족처럼 부릴 사람도 없고 방법도 모른다.

그런데 방법을 아는 이가 있다. 며느리 모현민이다. 비록 불발에 그쳤지만 모현민은 몇차례 진도준을 아찔하게 만든 음모를 기획했었다. 진화영에겐 ‘적대적 M&A를 위한 허위제보’ 카드를 쥐어줬었고 친정인 현성일보를 통해 주가조작혐의를 진도준에게 덧씌우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그림이 돈세탁에 더할 나위없이 탁월한 수단이 된다는 사실도 안다. 모현민과의 대화에서 진성준은 그 의미를 몰랐음이 확인됐고, 무능한 진영기도 몰랐으리라 추정된다.

즉 부성애와 아버지 진양철에 대한 적대감에 마음 급한 진영기에게 그림의 효용을 알려주고, 시어머니 손정례(김정난 분)의 친정이 사채업자로 뒷세계와 밀접한 사실만 상기시켜준다면 진영기가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진영기는 자신의 계략이 모현민의 유도로 계획된 줄 모르고 며느리를 결부시키는게 걸려 진성준에게 직접 가져오라 했을 수 있다. 진성준에게는 그 화조도 역시 이사 회유용으로 자신이 직접 전달하겠다고 설득했을 공산이 크다.

그렇게 사건은 벌어졌고 서민영(신현빈 분) 검사는 화조도 사진을 모현민에게 들이댔었다. “누구에게 줬어요. 그 화조도?”란 물음은 자신의 계획대로임을 확인하는 의미였을만 하다.

그럼 모현민은 왜 목숨을 노리면서까지 진도준을 향한 적의를 불태우는 걸까? 순양의 안주인 욕심도 있었겠지만 자신의 프로포즈가 거절당한 모멸감도 중요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진성준이 결혼 후 가한 모욕도 진도준 탓으로 귀결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성준이 모현민과의 첫 만남을 회고한 대목은 의미가 있다. “거절 같은 건 한 번도 당해본 적 없다는 얼굴로 내 앞에 서 있었어. 다른 사람 눈에 들겠다는 노력 같은 건 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다는 눈빛으로.”

이어지는 의문 하나. 그럼 혹시 진도준의 전생, 윤현우의 죽음도 모현민의 작품은 아녔을까? 윤현우는 진성준으로 인해 진영기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사실을 아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래서 영원히 그 입을 봉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비자금으로 온갖 세금 성실히 내겠다는 진성준 몰래 그 비자금을 갈취한 것은 아닐까?

이런 등등을 생각하다 보면 모현민 역 박지현의 예쁜 얼굴이 어쩐지 섬칫하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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