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사회주의 원조 중국도 내렸다”…‘野 정치논리’에 법인세 인하 난망

2022. 12. 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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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세제개편안의 핵심인 ‘법인세 인하’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꽉 막혔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법인세 인하는 초부자감세’라는 주장을 하면서다. 국민의힘은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선 법인세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중소·중견기업 법인세도 낮춰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양당은 모두 ‘당의 철학’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결국 ‘정치논리’에 법인세 논의가 붙잡혀 있는 셈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2일 법인세 인하 불가 방침을 재차 천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과도한 부가 집중된 소수 집단에 부담을 강화하고, 다수의 중산층과 서민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3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경우 세금을 깎아주자는데, 왜 그래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간 새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수당이 책임지는 자세로 민주당의 수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당한 불법 예산은 감액하고 예산부수법안, 특히 조세 관련 법안들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국민감세’를 해나갈 것”이라며 “국민이 맡긴 권한을 확실하게 행사하겠다”며 강공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야당 압박에도 법인세 인하를 고수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사회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중국도 법인세를 인하 해줬다. 그런데 (민주당이) 당의 정체성 운운하면서 ‘법인세 인하는 초부자 감세’라는 것은 무슨 소리냐”며 “중국도 내렸는데 민주당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사회주의적인 그런 것 아니냐. 중국 사례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민주당이) 얘기 좀 해달라”고 말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인세 인하를 초부자감세라고 하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가 본인의 사법 리스크로부터 국민 시선을 돌리기 위해 연말까지 대치국면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시끄럽게 만들어야 예산도 통과 못 시키는 무능한 정부 이런 식으로 정부 여당을 공격하면서 자기는 수사를 뒤에서 조용히 넘어가니까 계속 그래서 그렇게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올해 9월 내년 예산안과 함께 제출한 예산법안으로 내년부터 법인세를 현행 25%에서 22%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논의는 있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법인세를 22%로 인하하되 시행을 2년 늦추는 방안을 민주당에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는 초부자 감세”라며 대신 중소·중견기업 5만4400개의 법인세율을 10%(현행 20%)로 낮추자고 역제안했다.

법인세 인하 혜택을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투자·고용 창출 역할을 기대하며 ‘대기업’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법인세 감세 혜택을 중소·중견 기업 역시 함께 누려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맞붙고 있는 셈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인세 양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저희 경제 철학과 관계되는 것이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고, 민주당 역시 ‘당의 철학’을 이유로 보편 혜택이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당장 예산안 처리 일정은 15일로 다가왔지만 법인세 인하를 두고 여야의 극렬한 ‘철학 차이’가 논의 진전을 가로 막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단독 수정안’ 처리 가능성을 내보이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예산안이 오는 15일까지 여야 합의로 처리가 안될 경우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과 야당이 작성한 ‘단독 수정안’이 함께 본회의에 오르게 된다.

문제는 본회의에선 ‘단독 수정안’이 먼저 표결에 부쳐지는데, 수정안이 가결될 경우엔 정부 안은 자동 폐기된다.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야당안을 가결시킬 개연성이 큰만큼 여야의 협상이 끝까지 파행될 경우 사상 초유의 야당 단독 예산안이 내년 예산안으로 확정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3년 유예 23% 또는 24%’ 방안도 민주당 측에 제안했지만 민주당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협상의 여지는 있다. 국회는 예산안에 대한 삭감 권한만 있다. 증액할 경우엔 정부 동의가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2024년 4월)를 앞둔 시점에서의 여야 국회의원들은 모두 ‘지역예산’을 챙겨야 한다. 특히 최초 정부안에 지역예산을 끼워넣을 개연성이 있는 여당에 비해, 야당 의원들은 국회 심의 중 증액 사례가 많은데 감액 예산안이 통과되면 야당 의원들로선 지역 예산을 챙길 기회를 잃게 된다. 마지막까지 협상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4.3%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6위로 기록됐다. 한국보다 비율이 높은 국가는 룩셈부르크(5.9%), 노르웨이(5.9%), 칠레(4.9%), 호주(4.7%), 콜롬비아(4.7%) 5개국이다.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OECD 평균(3.0%)보다 1.4배 높았다. 일본은 3.8%로 9위, 미국은 1.3%로 36위다. 라트비아가 0.2%로 가장 낮았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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