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신호탄…"韓노동법, 과거 집합노동 전제 획일적 규제"(종합)
이정식 "가슴 먹먹…한국서 1987년 전투적 노사관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어"
(세종=뉴스1) 나혜윤 임용우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주52시간제를 유연화하기 위해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일주일에서 최대 1년 단위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임금체계도 호봉제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을 추진한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12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윤석열 정부가 도입해야 할 노동개혁 정책 윤곽을 정부에 권고했다. 고용노동부는 권고문에 담긴 과제들을 검토해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쯤에 입법 일정을 담은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연구회는 이날 권고문에서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1주'가 아닌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시간 제도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 연장근로 산정 주기도 1주 단위로 정하는 등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규율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변화나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집중적으로 연장근로가 필요한 시기 또는 필요기간이 짧은 경우에는 월 또는 분기, 계절적 수요 등으로 인해 연장근로가 필요할 때는 분기 또는 연 단위 활용이 적합할 것으로 연구회는 분석했다.
주~월 단위일 경우 현행과 같은 근로시간으로 운용할 수 있으나, 분기는 140시간으로 주52시간제 적용 당시(156시간)보다 16시간의 근로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반기는 250시간, 연은 440시간으로 현행(312시간, 625시간)보다 각각 20~30%가량 근로시간이 감소한다.
다만 '월' 단위 이상으로 연장근로방식을 채택할 때에는 근로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등이 필요하다고 위원회는 권고했다.
또 연구회는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연장·야간·휴일근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 또는 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탄력근로제 실효성 제고, 근로일, 출·퇴근 시간 등에 대한 근로자 선택을 확대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근로와 휴계 규정에 대한 명확한 부여도 필요하다고 봤다.
연구회는 "연공형 임금체계는 연공의 안정적 누적이 가능한 계층에게 배타적으로 유리하다"며 "유노조 대기업 사업장에 종사하는정규직 남성의 임금이 높은 이유는 연공 축적이 가능한 유일한 계층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사가 처한 상황과 여건에 맞춰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임금 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임금체계가 부재한 다수 중소기업을 위해 임금체계의 설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연구회는 포괄임금제로 인한 '공짜 노동', '장시간 노동'의 오남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종합대책 수립도 권고했다.
이같은 노동개혁을 위해 위원회는 △고용형태 △근로조건 격차 해소 △플랫폼종사자 보호 △연차휴가 제도개선 △노동조합 설립·운영 △사업장 점거제한 △노동형벌제도 등을 위한 법·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권고안을 전달했다.
연구회는 지난 6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따라 7월18일 발족 이후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과거를 짚어왔다. 연구회는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폭넓게 듣기 위해 업종·규모·직종·연령별 노·사 심층 인터뷰, 현장 방문 및 간담회 등을 진행하며 이번 권고문을 마련했다.
연구회 좌장을 맡고 있는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이날 "경제의 글로벌화, 일의 다양화 등에 따라 일하는 방법과 시간 활용의 방식이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 노동법의 시간 규율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일하는 집합 노동을 전제한 획일적인 규제"라며 "연구회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를 다양화 요구에 맞게 개방하고 활용의 유연성을 확장하는 방법을 고민해 제안했다. 충분한 휴식에 기반한 노동과 삶의 질 제고,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도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임금체계 또한 시급한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대부분이 활용하는 연공형 호봉제는 여러 계층 노동력의 필요와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동일노동과 동일임금의 가치를 구현하기 어려운 제도"라며 "무엇보다 경제구조의 다양화와 저성장 균형의 시대에 부합하지 않다. 임금체계를 갖추지 못해 자기가 받는 임금의 종류가 무엇인지 모르는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임금체계 설계 지원 또한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구회는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 두 가지 과제 이외에 수술이 필요한 주요 의제들을 추가 논의 대상으로 제안했다. 제안된 권고와 추가 과제에 시급히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 노동시장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인적자원의 역량과 가치는 위축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기술발달에 따른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제도는 활력을 잃고 도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연구회의 권고문 제안에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한 자 한 자 곱씹어 읽으며 먹먹한 심정이었다"면서 "40여 년을 노동과 살아왔다. 많은 분이 '우리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은 왜 이럴까' 제게 물을 때마다 저는 무거운 책임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장관은 "국민이 일궈내 발전한 대한민국에서 1987년의 전투적 노사관계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MZ 세대가 중심이 되는 세상과 세대의 변화 속에 우리 노동 규범과 의식, 관행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상생으로 풀어내야 할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채용 강요, 폭력행위 등 노사 모두 상대를 진정한 파트너가 아닌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모습, 기득권과 담합으로 약자인 노동자와 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각자도생의 모습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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