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신현빈을 송중기의 걸림돌로 만들었나('재벌집 막내아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12. 1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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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진, 왜 어색한 멜로를 고집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21.1%(닐슨 코리아). 결국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시청률 20%를 넘겼다. 10회에 살짝 주춤했지만 진양철(이성민)과 진도준(송중기)이 함께 탄 차가 누군가에 의해 사주된 교통사고를 당하는 역대급 전개와, 코마 상태라고 속인 후 사주한 자를 찾아내는 흥미진진한 과정이 엄청난 몰입감을 만들면서 마의 20%대를 뚫었다.

순양그룹만을 생각하고 이를 지켜내려는 진양철과 순양그룹을 사려는 진도준이 각을 세우며 대립했지만, 사고를 겪은 후 한 배를 타게 된 상황의 반전도 흥미로웠다. 결국 자신을 닮은 진도준에게 순양을 물려주려 마음을 먹는 진양철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진영기(윤제문)의 아들 진성준(김남희), 진동기(조한철) 그리고 진화영(김신록)이 새로운 대립구도로 세워졌다.

결국 사고를 사주한 건 진성준으로 밝혀졌다. 목표를 위해서는 핏줄인 할아버지도 밀어낼 수 있다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경제동물 진성준은 그래서 향후 진도준과 진양철이 맞서야하는 호적수로 등장했다. 자신을 죽이려고까지 한 자식들을 겪으며 "이래도 순양이 갖고 싶나?"라고 묻는 진양철 회장의 질문은 재벌가의 화려함과는 정반대로 그 비정함과 쓸쓸함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흥미로운 건 <재벌집 막내아들>이 이처럼 쭉쭉 상승세를 타고 있는 와중에도, 딱 하나 어울리지 않는 요소가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진도준과 서민영(신현빈) 검사 사이의 멜로다. 두 사람이 어떤 설렘을 갖고 서로 가까워지는가를 이 드라마는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다. 감정이 차츰 쌓여가는 과정을 통해 어떤 애틋함이 만들어져야 했지만, 그 과정이 너무 틀에 박힌 클리셰 정도로 그려지면서 키스신이 등장할 때도 또 사고로 죽은 줄 알았다가 다시 만나 껴안는 장면에서도 그다지 애틋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재벌집 막내아들>은 굳이 진도준과 서민영의 멜로가 필요할까 싶은 작품이다. 회귀해 다시 살면서 복수를 해나가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 드라마의 힘은 진양철 회장과 그 순양그룹 오너가 사람들이 벌이는 치열한 후계 전쟁 속에서 진도준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미 알고 있는 미래를 이용하는 그 대목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러한 재벌가의 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지는 와중에 갑자기 등장하는 멜로는 어딘가 맥이 풀리게 만드는 면이 있다.

어떤 작품은 멜로가 들어감으로 해서 오히려 힘을 받기도 하지만, 어떤 작품은 오히려 정반대의 역효과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복수극 속에서도 멜로가 힘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그 서사 안에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충분히 작품 전체를 꿰뚫을 만큼 밑그림으로 그려져야 가능하다. 하지만 진도준의 거의 무표정한 얼굴로 벌이는 복수극 속에서 서민영 홀로 발을 동동 굴리는 사랑이야기는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특히 이런 구도에서 서민영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이기는 어렵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올해 방영된 그 어떤 드라마들보다 강력한 극성을 가진 드라마다. 한 회도 쉬지 않고 긴장감을 이어가는 드라마. 그래서 지속적인 시청률 상승은 물론이고 여기저기 밈이 돌 정도로 화제성도 높다. 특히 드라마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진양철 회장이라는 압도적인 캐릭터와 이를 씹어 먹는 이성민의 연기는 단연 이 작품의 성취를 만든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는 진도준과 서민영의 멜로다. 송중기가 출연했으니 멜로도 빠질 수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 작품에서 송중기가 연기하는 진도준이라는 캐릭터는 멜로 설정이 오히려 캐릭터의 힘이 빠지게 만드는 요소다. 심지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빛나는 연기와 존재감을 보여줬던 신현빈이 서민영이라는 어색한 캐릭터를 만나 그 매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드라마에서 종합선물세트처럼 멜로를 꼭 구색으로 넣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이제 바뀔 필요가 있다.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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