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투쟁' 해결사 尹대통령…'노사법치' 노동정책 새판 고민

김일창 기자 2022. 12. 1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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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7개월차에 파업 불상사 없이 해결…'법·원칙' 때론 '밀당'
거대 노조 투쟁 힘 빼기, 내년 노동절 분수령…약자 노동자 보호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통합위원회 고문단 격려 오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재공) 2022.1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사태가 윤석열 대통령의 '법과 원칙' 대응에 따라 '빈손'으로 종료되면서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동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12일 힘을 얻고 있다.

노(勞)든 사(使)든 불법에는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골자로 하면서 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다수의 저임금·하청 노동자들의 보호하는 방향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종료하기로 한 지난 9일 "정부는 노사 문제에 관해서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며 청년 세대의 일자리 확보, 그리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 공정하고 미래지향적인 노사 문화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는 이번 화물연대 사태를 일관되게 대처했다. 새정부 출범 후 종종 노출됐던 대통령실과 부처 간 엇박자는 단 한차례 등장하지 않았다. '법과 원칙'으로 초지일관했다.

강성노조로 평가받는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설 때마다 끌려다녔던 전 정부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현정부·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지난 2004년 도입되고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던 '업무개시명령' 발동이다.

윤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천명하며 앞장서고 대통령실과 주무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뒤따르자, 화물연대가 아닌 정부 측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당하지 않은 일을 보고 판단하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국민의 시각이 바로 이것"이라며 "정부도 국민이 바라보는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에 따라 일을 처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새정부 출범 이후 크고 작은 파업이 잇따랐지만 정부의 때로는 강경 대응(화물연대 총파업), 때로는 밀고 당기기(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대처에 큰 불상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향후 윤 대통령의 노동 개혁은 동력을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16일째를 끝으로 파업 종료를 결정한 9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인근에 세워진 천막을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철거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총파업 철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총투표를 진행했으며 투표 결과는 파업 종료로 가결됐다. 2022.1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먼저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의 강경 투쟁이 상당 부분 약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지난 6일 민주노총 주도로 대정부 강경 투쟁 대회의 참여율은 미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정부의 '법과 원칙' 대응에 파업권이 있는 노조조차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분위기는 내년 5월 노동절을 전후로 보다 명확하게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민주노총은 이 시기 대규모 대정부 투쟁을 벌여왔지만, 정부의 강경 기조를 확인한 만큼 예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정부 노동시장 개혁과제를 발굴·수립하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지난 9일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파업사태를 계기로 더욱 드러난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병폐이자 개선 과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을 추가 개혁과제로 내놓으며 정부 개혁을 뒷받침하고 있다.

연구회는 또 노동개혁의 핵심축인 주 52시간제 개편안과 임금체계 개편 등의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이날 정부에 전달했다. 현행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에서 노사합의를 통해 '주~연'단위로 선택하는 등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연구회 관계자는 "공정한 노동시장과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해 이번 개편 권고안이 마련됐다"며 "노동시장을 규율하는 법과 제도는 큰 변화없이 70년간 유지되고 있는 만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성장 역량이 소진된 시장에서 무거운 제도와 정책을 가지고 혁신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혁안이 거대 야당인 민주당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크지만, '할 일은 반드시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이번처럼 여론의 공감을 얻을 경우 예상보다 수월하게 처리될 수도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총선 분위기로 접어들면 민주당도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자리 세습이라든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기득권의 이권 카르텔이라든지, 이같은 노동 문화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많은 국민이 인식하고 계실 것"이라며 "정부는 노동자의 인권과 정당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특히 청년과 미래 세대의 일자리가 확보되는 선에서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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