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 여러 개 섞어서 보는 ‘취합 검사’, 몇 개까지 효율적일까
4부 : 취합 검사의 양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검사방법에는 크게 PCR검사, 항원검사, 항체검사등의 방법이 있다. 그중에 PCR(polymerase chain reaction)검사는 지금 현재 감염된 상태인지를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진단 검사 방법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정된 수의 PCR검사 장비로 인해 검사수를 쉽게 늘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개의 검체를 섞어 하나의 검체처럼 검사해 PCR 검사 장비를 돌리는 횟수를 줄이는 취합 검사 방식을 사용한다. 같은 수의 검체를 검사하는 데 PCR 검사 장비를 돌리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PCR 검사 장비를 돌리는 횟수가 같다면 더 많은 수의 검체를 검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섯개의 검체를 섞는 취합 검사를 예로 들어 보자. 우선 다섯명으로부터 체취한 다섯개의 검체를 섞어 하나의 취합 검체를 만든다. 그런 다음 취합 검체를 대상으로 PCR검사를 한다. 일반적으로 PCR검사 장비 한 대가 한 번에 처리하는 검체의 갯수가 96개이므로 다섯개의 검체를 섞는 취합 검사를 하면, 한 대의 PCR검사 장비로 480(=96×5)개의 검체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다. 개별 검사를 할 경우 PCR 검사 장비 한 대로 한 번에 96개의 검체를 검사할 수 있으니 같은 장비로 같은 시간에 훨씬 많은 검사를 할 수 있다.
취합 검사에서 바이러스 음성이 나오면, 이 검체에 섞은 다섯개의 검체는 모두 음성으로 판정하고 해당 검체들에 대한 검사는 종료한다. 바이러스를 지니지 않은 다섯개의 검체 묶음에 대해서는 한 번의 취합 검사만으로 음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경우다. 개별 검사 방식으로 검사하면 다섯번 검사를 해야 하므로 취합 검사는 검사 횟수를 다섯번에서 한번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취합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취합 검체에 섞은 다섯 개의 검체 중에 어느 검체가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 경우에는 다섯개의 검체 각각을 섞지 않고 개별 검사 방식으로 PCR검사를 다시 실시해 어느 검체가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는지 판단한다. 처음 한 번의 취합 검사와 다섯번의 개별 검사를 더해 총 여섯번의 PCR검사가 필요한 경우다. 개별 검사보다 검사 횟수가 오히려 더 많다. 하지만 검사를 받는 사람들 중에 감염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충분히 적으면 양성이 나오는 취합 검체의 수가 적으므로 전체적으로는 개별 검사 때보다 더 적은 횟수로 검사를 마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로 취합 검사 방식으로 검사할 때 ‘총 검사 횟수’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예를 들어 1만명이 검사한다고 하자. 개별 검사방식으로 하면 총 1만번의 검사를 해야 감염자가 누구인지를 찾을 수 있다. 다섯개 검체를 섞는 취합 검사방식으로 검사를 하면 1차로 하는 취합 검사 횟수는 2000번이다. 이 가운데 100개의 결과가 양성이 나왔다고 하면, 100개의 취합 검체에 섞은 검체 500(=100×5)개마다 검사해야 하므로 검사 횟수는 500번이다. 결국 총 검사 횟수는 이 둘을 합한 2500번이 된다. 검사받는 사람수 10000명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감염자 비율 높게 나오면 효율 떨어져
여기에서 질문이 하나 나올 수 있다. 섞은 검체에서 양성이 자주 나오면 어차피 개별 검사를 한번 더 해야 하는데 취합 검사의 의미가 별로 없지 않을까?
감염된 사람의 검체와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검체를 무작위로 섞는 상황에서는, 검사를 받는 사람들 중에 감염자 비율이 높아지면 취합 검체에 감염된 사람의 검체가 섞일 가능성이 커진다. 그만큼 추가로 해야 하는 개별 검사 횟수가 많아지고 이를 포함한 총 검사 횟수도 많아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취합 검사의 총 검사 횟수가 검사 받는 사람수보다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면 개별 검사로 했을 때보다 취합 검사로 했을 때 총 검사 횟수가 더 많아지는 안 좋은 상황이 만들어진다.
검사를 받는 사람이 대부분 감염이 되지 않은 상태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감염자 비율이 적은 만큼 취합한 검체에 감염된 사람의 검체가 섞일 확률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의 취합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고 추가적인 개별 검사는 별로 하지 않는다. 어쩌다 한 번씩 양성이 나오는 취합 검체에 대해서만 따로 추가 검사를 하면 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훨씬 적은 횟수로 검사를 마칠 수 있다. 감염자 비율이 매우 낮을 경우 사실상 한 번의 검사로 다섯 명의 검체를 검사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검사를 받는 사람들 중에 감염된 사람들이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1차 취합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그 취합 검체에 섞은 검체들을 분류해 다시 개별 검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수행하기 위한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하고 시간도 소요된다. 이런 내용들도 고려해 취합 검사가 개별 검사보다 더 효율적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총 검사 횟수를 결정하는 두가지 변수
하나의 취합 검체에 몇개의 검체를 섞는가를 의미하는 ‘취합 크기’도 따져야 할 부분이다. 취합 크기가 클수록 취합 검체에 감염된 사람의 검체가 섞일 가능성이 커진다. 양성이 나온 취합 검체에 감염자의 검체는 한 개만 섞일 만큼 감염자 비율이 낮으면, 2차로 하는 개별 검사 횟수는 취합 크기에 비례해 증가한다. 반면 취합 크기가 커지면 1차 취합 검사의 검사 횟수가 취합 크기에 반비례해서 감소한다.
감염자 비율이 충분히 낮아 2차 개별 검사의 검사 횟수가 1차 취합 검사의 검사 횟수보다 훨씬 적은 경우를 보자. 이런 경우 취합 크기가 커지면 1차 취합 검사 횟수는 취합 크기에 비례해 줄어든다. 2차 개별 검사 횟수는 거의 취합 크기에 비례해 증가한다. 하지만 원래 2차 개별 검사 횟수가 훨씬 적었기 때문에 개별 검사 횟수가 늘어난 절대 수치는 1차 취합 검사 횟수가 줄어든 절대 수치보다 훨씬 적다. 따라서 총 검사 횟수는 감소한다.
하지만 2차 개별 검사 횟수가 1차 취합 검사 횟수와 비슷하거나 더 많을 만큼 감염자 비율이 높으면, 취합 크기가 커져도 총 검사 횟수가 별로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취합 크기를 늘려서 줄어드는 1차 취합 검사 횟수와 비교해 취합 크기를 늘려서 늘어나는 2차 개별 검사 횟수가 비슷하거나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취합 검체에 얼마나 많은 검체를 섞는지를 의미하는 ‘취합 크기’와 검사를 받는 사람들 중에 감염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의미하는 ‘감염자 비율’이 총 검사 횟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취합 크기를 정하려면 검사 정확도 따져야
취합 검사에서 총 검사 횟수를 가장 작게 하는 최적의 ‘취합 크기’가 있다. 최적의 취합 크기로 취합 검사를 하면 정해진 수의 PCR검사 장비로 최대한 많은 사람을 검사할 수 있다. 검체를 많이 섞을수록 PCR검사 정확도가 낮아진다는 문제가 있는데 이 문제는 뒤에 알아보기로 하고, 먼저 최적의 ‘취합 크기’에 대해 알아보자.
검사 받는 사람 수를 N, 이들 중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감염자 비율을 r이라고 하자. 그리고 한 취합 검체에 섞는 개별 검체의 갯수를 의미하는 취합 크기는 x라고 하자.
1차 취합 검사 과정은 개별 검체를 취합 크기만큼 섞어 검사하는 과정이다. x개의 검체를 섞어 마치 하나의 검체처럼 검사한다. 1차 취합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검체는 2차 개별 검사 과정을 거친다. 양성이 나온 취합 검체에 섞은 개별 검체 하나 하나를 다시 검사해서 누가 감염됐는지를 최종 판단하는 과정이다. 1차 취합 검사 과정에서 해야 하는 검사 횟수와 2차 개별 검사 과정에서 해야 하는 검사 횟수, 두 값을 더한 총 검사 횟수, 그리고 총 검사 횟수를 다시 검사자수로 나눈 ‘검사자수 대비 총 검사 횟수’는 그림 4-4에서 확인할 수 있다.[1]
총 검사 횟수가 가장 적은 최적의 취합 크기는?
수식으로 계산한 검사자수 대비 총 검사 횟수는 그림 4-5에서 볼 수 있다. 같은 색깔의 동그라미는 감염자 비율을 고정하고 취합 크기를 바꿔가며 계산한 결과다. 취합 크기가 1인 경우는 취합 검사가 아닌 개별 검사 결과이다. 이 경우 총 검사 횟수는 검사자수와 같으므로 검사자수 대비 총 검사 횟수는 1이다. 검사자수 대비 총 검사 횟수가 더 적을수록 같은 검사 횟수로 더 많은 사람을 검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사를 받는 사람들 중에 감염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5%인 경우를 보자(빨간색 동그라미). 총 검사 횟수는 취합 크기가 5일 때 최저이다. 이 취합 크기에서는 개별 검사를 할 때 검사 횟수의 42.62%만으로 검사를 마칠 수 있다. 100만명을 검사하려면 약 42만6200번 검사만 하면 된다. 개별 검사로 42만6200개의 검체를 검사할 수 있는 검사 역량으로 100만개의 검체를 검사할 수 있으므로 2.346배 더 많은 사람을 검사할 수 있다.
검사 받는 사람들 중 감염자 비율이 0.2%밖에 안되는 경우(파란색 동그라미)는 취합 크기가 23일 때 최적이다. 100만명을 검사하는 데 8만8480번의 검사만으로 충분하다. 개별 검사방식으로는 8만8480명을 검사할 수 있는 검사 역량만으로도 취합 검사 방식으로는 11배 이상 더 많은 100만명을 검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렇게 취합 크기를 크게 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취합 크기가 커지면 검사 정확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취합 크기를 줄이면 검사의 정확도는 높아진다. 검사의 정확도를 충분히 높게 유지하면서 총 검사 횟수도 충분히 적은 적절한 취합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2차 개별 검사를 하려면 1차 취합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취합 검체에 섞인 검체를 재분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검체 재분류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그림 4-6은 감염자 비율에 따라 최적의 취합 크기와 그에 해당하는 총 검사 횟수를 그래프로 나타낸 그림이다. 감염자 비율이 낮으면 취합 검사에서 섞는 검체의 갯수를 늘릴 수 있고 총 검사 횟수도 줄일 수 있다. 감염자 비율이 높으면 반대로 섞는 검체의 갯수를 줄여야 하고 총 검사횟수도 늘어난다. 검사받는 사람들 중에 감염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취합 검사를 준비하는 데 중요한 변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기반으로 검사의 정확도에 문제가 없고 검체 재분류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취합 크기를 정해야 한다.
윤복원/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주)
[1] "Optimization of group size in pool testing strategy for SARS‐CoV‐2: A simple mathematical model", D. Aragón-Caqueo, J. Fernández-Salinas, & D. Laroze, Journal of Medical Virology, 92, 1988 (2020), doi: https:/doi.org/10.1002/jmv.2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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