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용의 출현’에 리덕스가 필요했던 이유 [윤성은의 모든 날 모든 영화]
한국 영화계에는 무척 잔인했던 계절로 회자될 2022년 여름,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와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관객과 평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냥하는데 성공했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2014)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연출작을 통해 중견감독의 건재함을 알림과 동시에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노량’에 대한 기대치도 한껏 끌어올렸다. ‘극락도 살인사건’(2007), ‘최종병기 활’(2011) 등 감독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한산: 용의 출현’에도 팬덤이 생겨났고, 와키자카역을 맡았던 변요한은 올해 주요 영화상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휩쓸고 있다. 이미 가감의 이유가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지만, 팀 한산은 약 4개월 만에 선물처럼 150분짜리 감독판을 내놓았다. 욕심이라고 하기에 ‘한산 리덕스’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기존 ‘한산’에서 추가된 21분 15초가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은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순신 3부작에 각각 다른 배우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명량’, ‘한산’, ‘노량’은 이순신의 다른 면모를 부각시킨다. ‘명량’의 이순신이 용장(勇將)이었다면, ‘한산’의 이순신은 뛰어난 전략가로서 지장(智將)의 모습이 더 강조되어 있다. 그 때문인지 ‘한산’의 이순신은 말수가 적고 홀로 사색하는 장면이 많은데, ‘한산 리덕스’ 초반부에 삽입된 부하들과의 회동 신은 이순신 캐릭터를 친근하게 만들어준다. 덕장(德將)의 모습이 가미된 것이다. 부상 당한 팔이 다 나았다며 부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배려심, 외려 나대용의 다리를 걱정해주는 다정함 등이 박해일이라는 배우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묵직할 수밖에 없는 영화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도 해주고 있다.
‘한산 리덕스’에는 ‘한산’에서 볼 수 없었던 인물들도 등장하는데, 왜군들이 좌수영으로 향한다는 보고를 받는 ‘권율’(김한민)과 이순신의 어머니 ‘초계 변씨’(문숙)가 대표적이다. 장수된 자의 충(忠)을 이야기하는 모자(母子)가 예사롭지는 않으나 전장의 분위기와 대비되는 한적한 집터에서 어머니가 내려놓는 소담한 간식이라든가 전쟁 영웅을 ‘신아’라고 부르며 손잡아주는 어머니와의 투 샷에서 한 여인의 아들이기도 했던 이순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머니에 대한 신뢰와 그리움이 애틋하게 담긴 난중일기를 떠올려 보면 초계 변씨 출연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또한, 추가된 영상에서는 일본 장수들의 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나 드라마를 보다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와키자카와 ‘가토’(김성균)의 갈등은 한산대첩을 가능케 한 하나의 요인이었는데 이들 사이에 어떤 전사가 있었는지 그 맥락이 보완되면서 서사에 개연성이 강화되었다. 일반 관객이 인식하기는 어려울지 모르나 거북선의 활약과 CG의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해전도 한결 더 스펙터클해졌다. 뿐만 아니라 ‘리덕스’에는 ‘노량’을 향한 쿠키 영상까지 등장한다. 허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시마즈 요시히로’(백윤식)는 ‘리덕스’의 막을 내림과 동시에 강렬한 잔상을 남기며 ‘노량’을 기다리게 만든다.
이쯤 되면 짓궂은 질문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처음부터 리덕스 버전으로 개봉되었다면 어땠을까. 결과론적인 판단이겠지만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영화 관람 문화를 고려할 때 당시 129분의 ‘한산’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더욱이 본개봉판에 미공개 영상이 추가된 작품을 한 번 더 본다는 기쁨을 빼앗겼을 것이다. ‘한산 리덕스’는 ‘한산’의 성공으로 잉태되었으나 세상에 나와 그 스스로 존재 가치를 입증해낸 감독판의 좋은 예다. 아직 ‘한산’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리덕스’의 관람을 권하고 싶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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