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확장억제 안간힘…인도태평양판 NATO 꿈꾸는 미국
2차 세계 대전 이후 국제 질서를 주도해 온 미국의 영향력이 도전받고 있습니다. 앞서 20세기 냉전에서는 구소련의 붕괴와 함께 미국이 세계 유일의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지만 이후 개혁개방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중국의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공산주의 이념과 막강한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경제력 때문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소련과 달리 중국은 G2로 불리며 군사는 물론 경제력 면에서도 미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시험대에 오른 '슈퍼 파워' 미국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역량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먼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입니다. 구소련 국가들 간의 분쟁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유럽 국가들의 안보와 직결돼 있다는 점입니다. '설마' 하는 예상을 깨고 벌어진 러시아의 침공에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회원국들이 화들짝하고 놀란 건데, 이는 서로가 서로를 침략했던 유럽과 러시아의 오랜 역사적 악연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NATO가 소련 해체 때 약속을 저버리고 팽창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NATO는 우크라이나가 무너지고 나면 다음은 유럽이라는 공포감을 갖습니다. 이렇다 보니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서방 세력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건데,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핵 강국인 러시아를 상대로 직접 군사 개입은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천문학적 군사 지원으로 러시아를 우회 압박하고 있습니다.
강대국 대립 속에 자라난 독버섯…북핵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도 지난 8일 한 포럼에 참석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확장 억제와 핵우산이 도전받고 있다며 가장 큰 원인으로 북한 핵 위협을 꼽았습니다. 또 북한의 잠재적 핵 실험 위협과 함께 중국의 핵 개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핵 공격 위협도 거론했습니다.
캠벨 조정관은 핵 확장 억제가 여전히 강건하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며 재래식 전력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 확장 억제를 튼튼히 해온 것처럼, 전략 자산 전개에서도 공개적인 독트린, 즉 외교 지침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해, 특정 국가에 대한 핵우산 공약이 아니라 특정 핵 위협이 발생할 경우 전략 자산 전개 등 어떤 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공개적인 외교 지침을 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인도태평양판 NATO?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사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유럽보다 안보를 둘러싼 국가 간 이해관계가 훨씬 복잡합니다. 때문에 구소련을 견제해 만든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같은 기구 창설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쿼드만 해도 중국 견제라는 목적에는 이견이 없지만 러시아 문제만 봐도 인도가 미국과 같은 생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북한 문제에는 이견이 있을 리 없지만 중국 견제라면 사정이 좀 달라집니다.
확장 억제를 통해 동맹과 우방국 안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미국으로서는 확장 억제 체제 유지가 미국 중심의 체제 유지와 직결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미국의 국익과 직결됩니다. 확장 억제가 얼핏 남의 나라까지 지켜줘야 하는 부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우방국들의 핵 개발을 막아 군사력 면에서 미국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한 방편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핵 위협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여러 여건상 독자 핵무장이 어려운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의 이런 확장억제 의지가 일견 반가운 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런 확장 억제를 앞세운 미국이 국익 보호를 위해 북한을 넘어 중국, 러시아 견제를 목적으로 한 '새로운 연합' 구축에 나설 경우 우리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슈퍼 파워가 사라지지 않은, 그러나 다극화를 향해 나아가는 변화의 시기, 우리 안보와 국익을 담보하기 위한 보다 정밀한 접근과 대비가 필요합니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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