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예수가 제자들과 식사한 ‘그리스도 식탁’ … 용서 · 사랑 되새기다

장재선 기자 2022. 12. 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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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산상설교가 있었다는 갈릴리 들판에 세워진 ‘팔복교회’에서 순례객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부활한 예수가 제자들에게 음식을 차려줬다는 바위로, ‘그리스도의 식탁’이라 불린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안수를 하는 장면을 담은 조각상이 갈릴리 호변에 있다.
갈릴리 호수의 아침. 예수는 이 호수와 인근 지역에서 많은 이적을 행하며 말씀의 복음을 전파했다.
소강석 (오른쪽) 새에덴교회 목사가 미그달의 갈릴리 호변에서 성지 순례단과 대화를 나누며 “예수님께서 막달라 마리아 등 당시 하층민에게 차별 없는 사랑을 보여 주셨다”고 강조했다.

■ 이스라엘 성지에서 성탄의 뜻을 찾다 - <中> 갈릴리

‘베드로 수위권 교회’

예수로부터 사명 부여받은 곳

안수장면 묘사 청동조각 유명

산상설교 현장 ‘팔복교회’

‘마음이 가난한 자에 복’ 설파

윤동주의 시 ‘팔복’ 떠올라

호수변 ‘미그달’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 치유

순례객에게 발굴현장 공개

갈릴리=글·사진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우아!” 이스라엘 북단의 갈릴리 호(湖)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호수라는데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져 바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동서 길이가 14㎞이고, 남북은 20㎞에 달한다니 ‘갈릴리 바다’라고 불릴 만하다. 둘레가 55㎞에 이르는 이 호숫가를 둘러싼 갈릴리 지역은 예수 그리스도가 말년 3년간 펼친 사역의 중심지였다. 12명의 제자 중 6명(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요한, 빌립, 마태)이 이 지역 출신일 정도였다.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전도활동을 펼친 가버나움, 벳새다, 고라신 등은 옛 지명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당시 흥성거렸던 이 지역 사람들은 하나님 앞에 회개하라는 예수의 말을 믿지 않았다. 성경은 그리스도가 이 지역의 사람들에게 ‘화 있을진저’라며 경고했음을 기록하고 있는데, 실제로 풍요를 잃어버리고 폐허가 돼 버렸다.

현장에 가보니 이스라엘 당국이 유적 발굴에 크게 힘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성경에 기록된 회당(會堂)과 베드로 집터 등을 고고학적 검증으로 확인했다니 매우 흥미로웠다.

‘일곱 귀신 들린’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로부터 치유를 받은 미그달도 발굴 현장을 순례객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의 ‘유대 전쟁사’에 기록돼 있는 이 마을은 대홍수 때 토사로 뒤덮였다가 2000년 후 발견됐다. 나사렛에서 온 예수가 갈릴리 호수를 건너 미그달에 처음 도착했다는 지점에 유적 표지판이 있었다. 거기 잠시 서서 그가 당시 최하층민으로 취급받던 유흥업 종사자 마리아를 만났을 때,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장면을 상상해 봤다.

갈릴리 호수 북서쪽엔 ‘베드로 수위권교회’가 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뒤 부활한 예수가 사도 베드로에게 나타나 그의 고백을 듣고 복음 전도의 지상 사명, 즉 수위권(首位權·Primacy)을 부여했음을 기리는 성전이다.

4세기에 처음 세워졌는데, 13세기 이슬람 통치기에 파괴돼 약 700년간 폐허로 방치되었다고 한다. 1933년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의해 임시 교회가 세워졌고 1982년에 증축되었다.

예배당 안에 ‘그리스도의 식탁’이라 불리는 큰 바위가 있다. 예수가 밤새 그물을 던지느라 고단한 제자들을 위해 새벽에 모닥불을 지피고 생선과 빵을 먹이며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는 곳이다. 순례객들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기도를 올렸다. 자신을 세 번이나 부인한 베드로를 용서하고 식사를 마련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떠올리는 듯 기도 중 울먹이는 이들도 있었다.

교회 정원에 이탈리아 조각가 마르티니의 청동 조각이 있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안수하는 모습으로, 베드로가 초대 교황이 될 정도로 그리스도 복음 전파에 헌신한 까닭을 헤아리게 했다.

수위권 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병이어(五餠二魚) 교회’가 있다. 예수가 벳새다 들판에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여 명의 회중이 먹을 만큼의 음식을 만든 것을 기리는 성전이다. 제대 앞에 오병이어 모자이크가 있는데, 광주리에 있는 빵이 네 개뿐이다. 빵 두 개가 겹쳤다거나 빵 한 개는 그리스도를 뜻한다는 등 설(說)이 분분하다.

예수가 산상설교(山上說敎)를 했다는 곳에 세워진 ‘팔복(八福)교회’는 갈릴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전으로 꼽힌다. 베들레헴 ‘목자들의들판교회’ 등을 설계한 안토니오 발루지의 수작이다. 산상설교 중 수천 명의 군중에게 설파했던 팔복을 되새기기 위해 외관이 8각형으로 지어졌다. 팔복은 ‘심령이 가난한 자·애통해하는 자·온유한 자·긍휼히 여기는 자·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마음이 청결한 자’ 등에게 복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 순례객들이 교회 내부에서 기도에 잠긴 것을 보며, 문득 우리나라 시인 윤동주의 시 ‘팔복’을 떠올렸다. ‘슬퍼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는 문구가 8행 반복된 후 연을 바꾸어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로 끝나는 시이다. 윤동주의 여느 시와는 다르게 파격적 작품인데, 일제강점기의 짙은 어둠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기대어 위로를 받는 젊은 시인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박요셉 새에덴교회 목사는 “갈릴리 지역을 순례하며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 사랑의 극치임을 절절히 체험하게 되었다”며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순례자가 성지를 방문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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