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교복 누아르"…'약한영웅' 유수민 감독, K-학원액션물 새 지평 열었다 (종합)

정빛 2022. 12. 1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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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웨이브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유수민 감독이 '약한영웅'으로 'K-학원액션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 (이하 '약한영웅')을 연출한 유수민 감독은 30일 서울 종로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작품에 대한 얘기를 들려줬다.

지난 18일 공개된 '약한영웅'은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수호(최현욱), 범석(홍경)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다. 세 인물이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탄탄한 기승전결로 펼쳐내며,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성적도 좋다. 2022년 웨이브 유료 가입자 기여도 1위, 웨이브 내 콘텐츠 순위인 '오늘의 TOP 20' 연속 1위 등 괄목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또 아이치이 미국과 대만, 미주 '코코와' 채널 등 해외 동시 반영 플랫폼에서도 '올해 최고의 K-콘텐츠'란 호평을 받았다.

특히 단편영화 '악당출현'으로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액션, 스릴러 부문인 '4만번의 구타'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유수민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빛난다는 평가가 상당하다. 친구와의 유대감, 조직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가고 싶다는 열망 등 누구나 청소년기에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고민과 이야기를 덤덤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약한영웅' 글을 쓰기 시작해서 오픈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 글은 6개월 썼고, 촬영을 직전까지도 대본을 계속 고쳤다. 최선을 다했는데, 8부작 한 번에 오픈한 것이 장점이었다. 어릴 적 친구들이 잘 봤다고 오랜만에 연락이 오더라. 그런데 다들 '안수호 보니 예전에 내가 떠오른다'고 하던데, 오범석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약한영웅'을 연출하면서 중점적으로 의미를 둔 메시지에 대해 "영웅의 필수조건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기 때문에 영웅이 된다고 생각한다. 세 친구 모두 그런 면모들이 있다고 본다. 10대가 혼란스럽고 많이 헷갈리고 약한 시기라서 그런 것 같다"고 짚었다.

'약한영웅' 스틸컷. 사진 제공=웨이브

무엇보다 '약한영웅'에서 볼펜, 참고서, 커튼 등 평소 '무기'라고 인식할 수 없었던 각종 도구들을 활용하거나, 상대의 심리를 자극해서 싸움의 기세를 끌어오는 액션은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수위 조절은 최대한 안 하려고 했다. 화끈한 것이 재밌다고 봤다. 불필요하게 잔인한 것은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 물론 청소년 관람 불가 시청 등급이라 10대들이 볼 수 없지만, 이걸 따라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했다. 1부에서 수호가 야구부와 싸우는 장면을 보면, 실제 같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런 신이 처음에 나오면서 '이건 드라마니까 그런 거야'라고 말하고 싶었다. 청소년 시청 불가 등급을 받으면서도 보여주려고 한 이유는 재밌어서긴 한데, 원작 자체에 가지고 있는 학교 안에서 힘의 논리가 있다. 10대 때는 굉장히 원초적이고 힘의 논리가 작용하니 그런 액션들이 있는 것 같다. '10대 누아르, 교복 누아르'라고 생각한다. 누아르는 기본적으로 나이 불문 모두가 재밌어한다(웃음). 촬영하면서 경미한 부상은 있었지만, 사전에 트레이닝 많이 하고 대비하려고 했다."

시은이 영빈(김수겸)을 커튼으로 묶어 주먹질하는 장면이 시각적으로 잔인하다는 평가도 있다. 유 감독은 "액션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액션신에서 중요한 것은 강점이라 생각한다. 화려한 영상이나 기술보다는 걔네가 왜 싸우는지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 타격감이 있는 것을 신경 쓰려고 했다"고 밝혔다.

배우들의 열연도 작품의 몰입도를 올리는 부분이다. "최애 캐릭터를 하나로 꼽기 어려운데, 세 명뿐만 아니라 영이마저도 저의 면들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는 유 감독은 "저희 배우들이 다 잘했다. 눈여겨 본 사람들이고 작업을 같이하고 싶었다. 만나보니 생각 이상으로 재밌었던 사람들이다"며 배우들을 칭찬했다.

음악마저 화제였다. 프라이머리가 음악 감독을 맡아 적재적소에 곡을 배치, 몰입도를 배가했다. 세 친구가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도 프라이머리의 '자니?'였다. "음악 감독님과 많이 대화 나눴는데, 제가 많이 의지한 것 같다.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고, 좋은 곡도 많이 들려주셨다. 이입을 해서 곡을 만들다 보니 마지막까지 쥐어짜시면서, 후반부에는 되게 힘들어하셨다"고 말했다.

'약한영웅' 스틸컷. 사진 제공=웨이브

시청자들이 느꼈으면 하는 포인트로는 "작품 만들고 글을 쓸 때부터 염두에 둔 것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려고 했다. 그때 내가 어땠는지, 청소년이 주인공이니, 어른이 되는 어떤 과정인지를 생각했다. 저 같은 경우는 실패하고 아팠을 때 어른이 된 것 같다. 원하던 것을 못 하고 점점 더 어른이 된 것 같은데, 후반부 시은이가 친구도 사귀었다가 멀어지고 하면서 조금 더 단단해진 상태길 바랐다. 마지막에 전 학간 시은 얼굴이 단순히 세 보이고 힘이 강해진 것이 아니라, 내면에 굳은살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을 포인트로 짚었지만, 공교롭게도 '약한영웅' 속 어른들은 무책임하게 비치기도 한다. 경찰, 선생님, 주인공의 부모마저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이러한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버려져 외톨이가 된 소년들이 주먹을 휘두룰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범석부는 너무 나쁘니 논외로 치고, 사실 다른 어른들은 각자 삶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는 무책임 해보이지만, 그 사람들도 각자 입장이 있었다고 본다. 메시지보다는 현실적이라 생각했다. 선생님이나 경찰이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10대 때는 어른들이 온정을 나눠줘야 하는 시기인데, 현실적으로 그게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유 감독은 아직 '약한영웅'을 보지 못한 예비 시청자들에게 작품을 '영업'하는 한 마디를 전했다. "저뿐만 아니라 배우나 모든 스태프들이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저희가 어떤 마음으로 한 지 전달이 됐으면 한다.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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