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베트남이 원하는 건 ‘IT 한국’[가깝고도 먼 아세안](2)
2022. 12. 12. 07:14
현재 베트남 시장에 필요한 IT 전문인력은 53만명인데 실제 채용되는 개발인력은 38만명이다. 부족한 인력이 15만명이나 된다. 베트남의 고민을 가장 잘 해결해줄 수 있는 나라는 IT 최강 선진국인 대한민국이다.
2022년 12월,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에 양국이 진정한 파트너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국가 간 최상위급 외교 관계로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한국은 베트남의 4번째 체결 국가가 됐다. 2022년 현재 베트남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의 4대 교역국이자 약 9000개의 크고 작은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핵심 해외시장이다. 지난 30년간 외국인들의 베트남 누적 투자금액은 한국이 1위 투자국이다. 일본과 중국이 아세안 각국에서 강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음에도 베트남에서만큼은 한국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또한 25만여명의 한국인이 베트남에서 거주하고 있고, 한국에도 20만여명의 베트남인이 살고 있을 정도로 한국과 베트남은 단순한 사돈 관계를 넘어선 존재가 됐다.
한국, 베트남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
이렇게 알게 모르게 가까운 베트남과 한국이 향후 새로운 30년 역사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서로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발간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 ‘월드 이코노믹 아웃룩(World Economic Outlook)’에서 베트남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6.96% 성장률로 아세안에서 가장 높은 경제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7년에는 베트남 명목 GDP가 6900억달러로 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2028년에는 태국을 따라잡아 아세안 2위의 경제국가가 되리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에는 베트남 정부의 의욕적인 국가발전계획이 한몫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35년까지 빈곤율을 1% 이하로 낮추고, 중산층 비율은 50%까지 끌어올려 1인당 GDP 1만달러의 중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은행 기준 2021년 1인당 GDP가 3694달러에 불과한 베트남이 2035년까지 3배나 성장하려면 그간의 성장을 견인해온 저임금 노동집약 산업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베트남은 IT산업 중심으로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임금 노동력으로 옷과 신발을 만들어 경제 발전을 하던 베트남은 어느덧 인도에 이어 세계 2위의 IT 개발 아웃소싱 국가로 변모했다. 베트남 정부는 전통 제조 산업의 표상인 ‘메이드 인 베트남(Made in Vietnam)’에서 벗어나 IT 소프트 산업의 상징인 ‘메이크 인 베트남(Make In Vietnam)’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자통신, 정보기술 산업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9년 베트남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산업별 노동생산성 비교 자료에 따르면 전자통신 산업이 베트남 산업 전체 평균보다 7.6배, 농림수산업보다는 19배나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 베트남 정부는 빠른 국가 발전을 위해 IT 산업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베트남 IT 인재 양성, 양국 정부 지원 필수
IT 개발자가 부족한 전 세계적 현상에서 베트남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베트남 IT 인력 전문 채용 플랫폼인 톱데브(TopDev)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현재 베트남 시장 전체에 필요한 IT 전문인력은 53만명인데 실제 채용되는 개발인력은 38만명으로 15만명이나 부족하다. 매년 기업체들이 원하는 숫자에 턱없이 모자라는 5만5000여명의 IT 관련 전공자들이 대학을 졸업하지만, 그나마 곧바로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수준은 30%가 채 안 된다. 베트남은 중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해결책은 찾았는데 이를 어떻게 이행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고 있다.
베트남의 고민을 가장 잘 해결해줄 수 있는 나라는 IT 최강 선진국인 대한민국이다. 베트남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 경쟁 중인 일본과 중국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것이 한국의 IT 수준이기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두 손 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 퍼주기식으로 지원하자는 뜻이 아니다. 베트남 IT 인력 양성 지원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시장이자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떠오른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필요한 IT 인력을 한국 방식으로 교육하고 채용까지 연결 짓게 해야 한다.
한-베트남 정상은 정보기술 분야의 생산 투자 및 기술 이전 등에서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또한 양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4차 산업혁명 공동대응 MOU를 체결하고 공동 IT 협력프로젝트를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부문이 나서야 한다. 우리 정부 차원에서 베트남 IT 교육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에 나서는 일도 필요하지만, 민간 기업에서 직접 실무 경험을 쌓는 것만큼 IT 분야 인재들이 단기간에 기술을 습득하고 실무에 빠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
한국 정부는 우리 IT 스타트업들도 베트남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세제 혜택과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최근 고금리로 고통받는 스타트업들이 저금리로 베트남 진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창의적인 기술력을 갖춘 한국 IT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단기간에 베트남의 IT 인력을 육성하고 시장을 키우는 비책임을 베트남 정부가 충분히 인지하는 일이다. 기존의 유통 산업처럼 현지 시장 점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 IT 기업의 베트남 진출만으로도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특히 베트남의 민간 IT 업체 관계자들 목소리를 통해 베트남 정부를 설득하는 일이 가장 효과적이고도 중요하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퇴사한 한국 내 IT 개발자들과 IT 업계 특성상 일찍 퇴사한 우수한 자원들을 베트남 현지의 IT 기업들이 채용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도 있다. 베트남 현지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한국 전문가의 급여 50%를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형태로 다양한 경험과 뛰어난 능력을 베트남에 전파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 IT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과 베트남의 IT 전문인력 대거 양성은 양국 모두에 큰 도움이 된다. 한국-베트남 정부가 지난 30년간 서로가 상생 발전해온 과정을 되돌아보고 통근 결단과 아낌없는 지원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호찌민 |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 저자
▶ 최신 뉴스 ▶ 두고 두고 읽는 뉴스
▶ 인기 무료만화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주간경향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