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춤춘다, 현대무용과 만난 전통 ‘굿\'

임석규 2022. 12. 1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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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확장'을 고심해온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믹스드 오케스트라'가 국악과 서양 악기, 록음악 전기기타의 '충돌과 조화'를 꾀했다면, 이번엔 국악과 현대무용의 '화학적 결합'이다.

무대에 들어서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연주자들의 손엔 아예 악기가 들려 있지 않다.

현대무용그룹 '류장현과 친구들'의 춤꾼 7명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 37명은 배경음으로 흐르는 음악에 맞춰 몸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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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국악관현악단 써밋시리즈
안무가 류장현이 이끄는 현대무용그룹 ‘류장현과 친구들’은 전통무용과 모던발레, 영화, 연극, 문학 등 다양한 장르와 협업해왔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국악의 확장’을 고심해온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믹스드 오케스트라’가 국악과 서양 악기, 록음악 전기기타의 ‘충돌과 조화’를 꾀했다면, 이번엔 국악과 현대무용의 ‘화학적 결합’이다.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국악 연주자들이 현대무용가들과 뒤섞여 몸을 쓰고 춤을 춘다. 음악과 춤, ‘악(樂 )과 무(舞)’가 공존했던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 할 만하다.

오는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펼쳐지는 공연 <다시 갑시다>는 시작부터 관객의 눈길을 붙잡는다. 무대에 들어서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연주자들의 손엔 아예 악기가 들려 있지 않다. 공연의 전반부에서 연주자들은 악기가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데 주력한다. 현대무용그룹 ‘류장현과 친구들’의 춤꾼 7명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 37명은 배경음으로 흐르는 음악에 맞춰 몸을 쓴다. 이 이색적인 과정을 안무가 류장현(39)이 ‘몸 지휘자’로 나서 통솔한다. 후반부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연주로 채운다. “이때는 조금 전에 봤던 몸동작과 춤사위의 잔상이 강하게 남게 돼요. 관객들은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될 겁니다.” 김성국 서울시국악관현악단장의 얘기다. 이 공연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써밋 시리즈’의 첫번째 무대. 다른 장르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창출해보자는 취지의 기획이다.

안무가 류장현. 세종문화회관 제공

류장현은 현대무용뿐만 아니라 전통무용과 모던발레, 영화, 연극, 문학 등 다양한 장르와 협업해온 무용가다. 2006년 <지워지지 않는 이름, 위안부>란 작품으로 호평받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몸을 쓰면 열리고, 몸이 열리면 마음도 열린다’는 게 그의 지론. 이번 공연의 저변에도 이런 생각이 관통한다. “같이 몸을 움직이다 보면 서로 가까워져요. 그러면서 친밀해지거든요. 이런 걸 해보면 놀라운 치유 효과가 생겨요.” 그는 “이태원 참사, 코로나19 등으로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원한이 우리 산천에 떠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애도와 위로의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다”고 했다.

국악에 서양 오케스트라 시스템을 접목해 1965년 국내에서 최초로 출범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세종문화회관 제공

1965년 출범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이다. 이 악단이 걸어온 길이 곧 국악관현악단의 역사다. 올해 초 취임한 김성국 단장은 외연 확장과 대중성 확보를 목표로 과감한 발걸음을 떼고 있다. “출발이 서양 오케스트라의 모방이었어요.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피할 수 없었죠. 이번 공연도 그 연장에 있고요.” 그는 “종묘제례악을 봐도 악과 무가 같이하는 게 우리의 전통”이라며 “현대무용과 국악관현악이 화학적으로 결합하면서 뭔가 새로움을 발산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공연의 음악과 형식은 전통 굿에서 빌려온다. 굿이 지닌 날것 그대로의 생기와 절박함을 작곡가 한웅원과 성찬경이 이 공연을 위해 만든 음악에 담았다. 김성국 단장과 류장현 단장은 전통 굿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분노한다. “굿을 비하하고 왜곡하고 있는데, 우리 조상들은 굿을 그렇게 취급하지 않았어요. 굿은 화합이고 회복이고, 치유이면서 위로입니다.”(김성국) “굿은 당산나무의 뿌리 같은 거죠. 그 뿌리들이 수백년 내려오면서 춤이 되고 음악이 되고 공연예술이 됐어요.”(류장현)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현대무용그룹 ‘류장현과 친구들’이 펼치는 공연 <다시 갑시다>는 국악관현악과 현대무용의 화학적 결합을 꿈꾼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연주자들이 몸을 쓰며 율동을 하는 퍼포먼스는 서구 오케스트라에서도 보기 어렵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내부에서도 “내가 왜 악기가 아니라 몸을 써야 하느냐”며 반발이 만만찮았다고 한다. “예상은 했지만, 굉장히 큰 저항이 왔어요. 하지만 4개월 가까이 연습과 워크숍을 하면서 해보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선회했습니다.” 김성국 단장은 “지휘자와 개별적으로 소통해온 단원들이 서로 살을 부딪치고 몸을 접촉하면서 이야기를 하게 되고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이런 과정이 역량으로 쌓여 관객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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