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주역 윤시윤 “입술이 헐도록 외국어 열공” [인터뷰]

이승미 기자 2022. 12.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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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시윤(36)은 유난히 진지하고 신중했다.

"영화가 상영 중일 때만큼만은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 생각했어요. 모든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했죠. 윤시윤이 아닌 김대건만이 남아야 영화의 진심도 통할 것 같았거든요. 부산의 한 극장에서 무대 인사를 했는데, 다른 영화였다면 무대 인사를 마치고 다 같이 해변의 펍 같은 데 가서 놀았을 텐데 이번엔 그럴 수 없었어요. 김대건 신부님의 영화에 대해 말하고 난 뒤 술 마시고 노는 건 아니라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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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민영화사
배우 윤시윤(36)은 유난히 진지하고 신중했다. 단어와 표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골라 물음에 답했다. 한국 최초의 가톨릭 사제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그려 11월 30일 개봉한 영화 ‘탄생’(감독 박흥식·제작 민영화사)의 주연다웠다. 영화의 의미에 조금이라도 흠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묻어났다.

극중 윤시윤은 김대건 신부를 연기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감히 두 신부님의 성인(聖人)적 면모를 흉내 낸 연기를 할 순 없었다”며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호기심 많은 20대 청년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조선의 천주교 박해에도 평등과 박애주의를 실천하다 25세에 순교했다. 윤시윤은 순교 장면 촬영을 앞두고 느꼈던 불안함과 긴장감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처음으로 촬영을 앞두고 엄마에게 전화했어요. 너무 긴장된다고, 가족이 필요하다 말했죠. 충청도 충주에서 촬영하고 있는데 엄마가 2시간 만에 촬영장으로 내려오셨어요. 그리고 촬영 전에 엄마와 손을 잡고 기도했어요. 이 장면은 연기로만 접근할 수 없었어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찍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윤시윤은 불어와 중국어뿐만 아니라 고대 라틴어까지 능통했던 김대건 신부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한달 전부터 언어 공부에 집중했다. 언어별로 매일 두 시간씩 연습했다. 연습에만 매일 대여섯 시간을 투자했다.

“입술을 깨물며 하는 발음이 많아서 나중에는 입술이 다 헐어 버릴 정도였어요. 함께 연기했던 후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기가 죽을 때가 많거든요.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언어는 노력에 달려있으니까 이 부분에서만큼은 후배들에게 밀리면 안 된다고 판단했어요.”

지난달 16일 교황의 초대를 받아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었던 첫 시사회를 돌이켰다. 교황과도 직접 만난 그는 “교황님께 이 영화가 개봉되고 상영할 때만큼은 나라는 존재가 지워지고 김대건이라는 존재만 보이게 해 달라는 기도를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영화가 상영 중일 때만큼만은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 생각했어요. 모든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했죠. 윤시윤이 아닌 김대건만이 남아야 영화의 진심도 통할 것 같았거든요. 부산의 한 극장에서 무대 인사를 했는데, 다른 영화였다면 무대 인사를 마치고 다 같이 해변의 펍 같은 데 가서 놀았을 텐데 이번엔 그럴 수 없었어요. 김대건 신부님의 영화에 대해 말하고 난 뒤 술 마시고 노는 건 아니라 생각했죠.”

김 신부만큼의 훌륭한 성인은 못 되더라도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늘 동경했던 안성기 선배와 연기 호흡이 더욱 꿈같았던 이유다. 영화에서 안성기는 김 신부를 비롯한 신학생들의 유학길을 돕는 유길진 수석 역을 연기했다. 혈액암 투병 사실을 숨기고 촬영에 임했던 안성기는 후배들과 추운 야외 촬영장에서 긴 시간을 함께 대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좋은 사람이 곧 좋은 배우가 된다고 생각해요. 안성기 선배님이 그런 분이죠. 현장에서 늘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촬영을 하다 대사 실수를 하시면 후배들에게 먼저 ‘미안하다’ 말하시는 분이에요. 선배님은 후배들의 꿈과 비전입니다. 우리에게는 영웅이나 마찬가지예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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