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단독 처리에 다시 얼어붙은 정국 尹정부 출범 이후 두번째 해임안 의결 국힘 이태원 국조특위 위원 전원 사퇴 예산안 처리·이태원 국조 험로 예상돼 주호영 “이재명 수사, 비리 덮기 책략” 野 “李 구하기용은 억지 생트집” 반박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서 ‘대책’ 논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11일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면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1987년 개헌 이후 국회에서 가결된 장관 해임건의안 5건 중 2건이 취임 7개월 차를 맞은 윤석열정부에서 이뤄지면서 여권은 “거대 야당의 의석 횡포”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도 불사하겠다며 더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당장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이날 전원 사퇴 의사를 밝히며 ‘이태원 압사 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는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오는 15일로 합의 처리 시점을 미뤄놓은 내년도 예산안 통과도 더욱 험로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의결한 국회 본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를 열어 재석 의원 183명 중 찬성 182명, 무효 1명으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대하며 본회의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윤 대통령의 수용을 압박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줄이려는 방탄용”이라고 규탄했다. 대통령실은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국회와 인사혁신처를 거쳐 정식으로 해임건의안을 전달받으면 박진 외교부 장관 때처럼 ‘수용 불가’ 입장을 낼 방침이다.
당·정·대(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대응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협의회에선 연말 국정 현안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롯한 이 장관 해임건의안 후속 대책과 이태원 국조 ‘전면 보이콧’ 여부, 여야 의 내년도 예산안 협상 상황 등이 논의됐다고 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여권에선 이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강공은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부담을 줄이려는 정치적 노림수라는 시각이 강하다. 이 대표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등 수사가 극대화되는 시점인 만큼 여야 정쟁을 최대한 끌어올려 리스크를 반감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이 소란스러울수록 이 대표 리스크가 커져도 돌출 효과가 작아질 수 있어서다. 국조에 합의해놓고 그것을 시작하기도 전에 주요 대상인 이 장관을 물러나라고 하는 데는 이 같은 정치적 셈법이 깔렸다고 여권에선 해석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 장관을 해임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책임이 큰 사람 없이 어떻게 국조를 하느냐”고 되물었다.
여권 내에선 대야 관계 강경파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애초 (국정조사는) 합의해줘선 안 될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민주당이라는 집단을 상대로 합리적 운운하는 달콤한 속삭임에 꾀여 ‘겉멋 패션정치’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은 정치라는 탈을 쓰고 가슴에는 칼을 품고 다니는 ‘정치 자객들’”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조특위 위원인 이만희·김형동·박성민·박형수·전주혜·조수진·조은희 의원 등 7명은 이날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미 법정처리시한을 넘긴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서도 강대강 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이 장관의) 자진 사퇴를 요구해 왔고 국회의장도 지난 1∼2일 본회의를 연기하며 대통령께 문책, (이 장관의) 자진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안다”며 “문제를 해소하려 했으나 전면 거부해 부득이 해임건의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해임건의안 강행이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선 “이 대표를 구하기 위해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다는 일각의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비상식적 억지 생트집”이라고 반박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계속 거부할 경우 국회의 권한을 다해 참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면 이 장관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해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본회의장 손팻말 항의·고성 난무 ‘아수라장’
과반 의석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시도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 끝에 집단 퇴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진표 국회의장을 겨냥해 “사퇴하라”고 항의했고, 민주당에는 “이재명 방탄용 해임건의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맞불을 놨다. 고성과 항의로 국회 본회의장은 시장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회의 시작 전 김 의장을 만나 본회의 소집에 항의했다. 같은 당 의원들도 김 의장 집무실 앞으로 몰려가 본회의를 개최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김 의장이 개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국민의힘은 본회의장에서 항의를 이어갔다. 이들은 ‘협치 파괴 정쟁 유도 민주당은 각성하라’, ‘국민심판 외면하는 대선 불복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참석했다. “이재명 방탄 국회의장은 사퇴하라”는 구호도 외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상민이 지킬 사람이냐” 등으로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에서 “도대체 국정조사 합의는 왜 했느냐”며 “오늘 이 자리에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한다면 또다시 국민적인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절대 다수당으로서 힘자랑과 근육자랑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러다가 근육 터진다”고 일갈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본회의장은 수차례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상민을 해임하라”, “이상민 방탄”이라 외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자에 맞춰 “이재명” 구호를 외치는 상황도 연출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행정안전위원회 관련 법안 처리 결과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송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김 의장이 해임건의안을 상정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본회의장을 떠났다. 국민의힘 의원 중엔 유일하게 3선 권은희 의원이 회의장에 남아 표결에 참여했다. 권 의원은 앞서 “이 장관은 정부조직법 위반으로 탄핵소추의 대상이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후 비공개 의원총회를 가진 뒤,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민주당과 김 의장을 겨냥한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명령과 유가족의 절규를 더는 외면하지 말고 이 장관 해임을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장관 해임건의안이 의결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을 남발해서 희화화시키고, 있으나 마나 한 제도로 만들어버린 정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