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리포트]일본도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 대열 합류...2030년대 두 자릿수 거주시대 오나
일본의 민간기업이 지상 400~500km 우주 궤도에 인간이 체류할 수 있는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기업이 2030년 국제우주정거장(ISS) 퇴역을 앞두고 상업용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일은 있지만 일본 기업의 우주정거장 건설 구상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이들 상업 우주정거장이 예정대로 완공되면 현재 한 자릿수에 머무는 우주 체류자 수가 두 자릿수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1일 일본 마이니치신문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우주벤처 디지털블래스트가 2030년대 완공을 목표로 상업용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설립된 디지털블래스트는 우주 데이터, 우주 농업과 제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상업 우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이 회사가 추진하는 우주정거장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이 퇴역하는 2030년 이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설에만 3000억~5000억엔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6개국이 운영 중인 ISS에 길이 11m 지름 4m 원통형 실험 모듈인 ‘키보(희망)’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새 우주정거장은 키보의 70% 크기인 원통형 모듈 3개를 이어 붙인 구조로 제작될 전망이다. 이들 모듈은 각각 실험동과 거주동, 엔터테인먼트동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디지털블래스트는 늦어도 2030년까지 첫 번째 모듈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디지털블래스트는 이달 12일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투자자를 모은다는 계획이다.
향후 이 우주정거장은 정부와 민간에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동과 지상을 연결하는 동영상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가 고려되고 있다. 소행성 탐사선이 발진했다가 귀환하는 전초기지로 만들어 탐사선이 가져온 시료를 실험하고 저장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연간 6000억엔으로 추산되는 우주정거장 운영비는 모듈을 제공한 사업에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블래스트는 이미 우주정거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최근 우주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실험 장치를 개발했다.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개발하는 또 다른 회사인 미국 우주 서비스 기업 엑시엄스페이스와 협력 관계도 구축했다.호리구치 신코 디지털블래스트 최고경영자(CEO)는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의 민간회사가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것만으로 일본 기업들의 우주 이용의 자유도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일본이 보유한 기술의 활용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구 주변 우주 궤도에는 ISS와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등 2개의 우주정거장이 돌고 있다. 지난달 11월 톈궁이 완공되기 전에는 22년 가까이 ISS가 우주에 유일한 인간의 거주 공간이었다. ISS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글로벌 연구 협력 사례로 손꼽힌다.
2000년 처음 우주인이 거주하기 시작한 이후 22년간 20개국에서 온 250명이 넘는 우주비행사가 수천 건의 획기적인 실험을 했다. 암과 알츠하이머병, 근이영양증 치료제가 개발됐고 섬유유연제 등 생활용품도 여기서 탄생했다.
ISS는 건설된지 20년이 넘으면서 안전 문제에 직면했다. 미국은 ISS를 2031년쯤 퇴역시킨다는 계획이다. ISS 운영의 또 다른 중심축인 러시아는 2028년까지 운영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러시아는 별도로 새 우주정거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ISS를 대체할 새 우주정거장을 기업에 맡겨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ISS는 연간 운영 비용이 약 30억 달러로 NASA 유인 우주 비행 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NASA는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활용하면 2033년까지 매년 18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새로운 우주개발 예산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NASA는 지난해 5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을 비롯해 엑시엄스페이스와 나노랙스, 노스럽 그루먼과 상업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엑시엄스페이스는 ISS에 모듈을 부착하는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향후 우주정거장이 해체된 이후에는 모듈을 독자 우주정거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보이저스페이스의 자회사인 나노랙스는 록히드마틴과 광동으로 팽창식 우주연구시설인 스타랩을 제안했다. 글로벌 호텔체인인 힐튼과 우주 숙박 시설 운영과 관련 계약과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를 포함한 국가 우주국과 일련의 계약을 발표했다. 블루오리진은 산업, 연구, 관광을 위한 생활모듈과 서비스모듈로 구성된 오비털리프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노스럽그루먼은 교육 또는 과학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주정거장은 지구와 달리 중력이 거의 0에 가까운 미세중력 환경이다. 이런 환경은 고체, 액체, 기체, 살아있는 조직 거동이 지구에서와는 양상을 보인다. 중력이 거의 없다보니 더 규칙적이고 균일한 결정층을 생성한다.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실리콘 결함을 줄일 수 있고 초고순도 광섬유 케이블 생산도 가능하다. 달과 화성에 유인 탐사를 위한 실험실과 전초기지 역할도 한다.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인간이 장기적으로 머물면 시력저하와 심장 질환, 골밀도 상실 등 다양한 신체 변화를 겪는다. 이들 우주정거장은 달과 화성 탐사 과정에서 필요한 우주인의 건강 관리와 현지에서 필요한 제품을 우주에서 생산하는 생산기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상업 우주정거장이 연구, 제조, 관광, 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며 빠르게 부상하는 우주경제를 위한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ISS는 우주 제조의 전진 기지가 되고 있다. 머크의 암 치료제를 비롯해, 알츠하이머병, 근이영양증 치료제가 ISS에서 발굴됐다. 섬유유연제 등 생활용품도 우주에서 처음 개발됐다. 직접 우주에서 생산된 제품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미국 잭슨빌에 본사를 둔 우주인프라 전문기업 레드와이어 스페이스 지난 7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 우주에서 생산된 크리스탈 2g를 처음으로 판매했다. 이 광학 결정은 통신용 광섬유, 고출력 레이저 송신기와 자동차 안전 시스템에서 의료 장비, 비디오 보안 및 감시 네트워크, 인간 인식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응용 분야가 있는 CMOS 이미지 센서에 사용된다. 우주에서 제조한 크리스털은 1kg당 200만 달러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책정됐다. 이번 거래는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료 제품이 지구에서 판매된 첫 번째 사례다.
미국의 코네티컷주에 본사를 둔 램다비전은 ISS에서 생산한 단백질 기반 필름 샘플을 활용해 인공 망막을 개발하고 있다. 램다비전은 망막은 아직 개발 중이지만 몇 년 안에 상용 우주 정거장에서 대규모로 망막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시간이 걸리겠지만 상업 우주정거장이 늘어나고 우주에 머무는 사람이 늘어나면 경제 활동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티은행에 따르면 2040년 우주정거장을 포함한 우주경제 활동 규모가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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