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웅', 정성화를 지우자 안중근이 보였다[SS리뷰]

조은별 2022. 12.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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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개봉을 앞둔 영화 '영웅'은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영화는 1909년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이 거사를 도모하던 때부터 사형 판결을 받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마지막 1년을 스크린에 담았다.

그러나 영화는 정성화라는 배우를 지우고 120분간 '안중근'을 내세웠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역의 나문희의 활약은 영화의 화룡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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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한국에서는 어색한 뮤지컬 장르, 개그맨 출신 뮤지컬 배우 정성화의 첫 스크린 주연, 5000억 제작비를 투입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물의 길’과 경쟁까지...

21일 개봉을 앞둔 영화 ‘영웅’은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최근 관객난을 겪는 극장가의 어려움은 굳이 보태지 않아도 될 정도다.

그러나 탁월한 이야기꾼인 윤제균 감독의 세심한 연출력은 “한국에서도 뮤지컬 장르가 되네?”라는 놀라움을 안긴다. 오리지널 뮤지컬 넘버들이 스크린에 스며들 듯 적재적소에 세심하게 배치돼 뮤지컬 영화 특유의 이질감이 최소화됐다.

영화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6)으로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대가가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역력했다.
영화는 1909년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이 거사를 도모하던 때부터 사형 판결을 받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마지막 1년을 스크린에 담았다. 2009년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아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한 뮤지컬 ‘영웅’이 원작이다. 윤감독은 뮤지컬 ‘영웅’을 관람한 뒤 그 감동을 스크린으로 옮기기 위해 ‘영웅’ 연출을 결심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외에 정성화의 안중근 캐스팅은 파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장 티켓 파워를 장담할 수 없는 뮤지컬 배우를 민족 영웅으로 내세우는 것은 웬만한 자신감으로는 택하기 힘들다.
그러나 영화는 정성화라는 배우를 지우고 120분간 ‘안중근’을 내세웠다. 대중에게 독립군 대장으로 알려진 안중근이 노모를 모신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스물여덞살 청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공감대를 이끌었다.

안중근은 극 중에서 “나는 일본인을 싫어하지 않지만 독립군 대장으로서 조선을 무단 침략한 일본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같은 결연한 의지는 이토 히로부미 사살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안중근 의사의 고매한 인격과 품위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지난 13년간 무대에서 안중근으로 살았던 정성화는 체중을 한껏 감량하는 등 그 자신의 말대로 ‘영혼을 갈아넣는’ 노력을 마다않았다. 정성화는 지난 8일 서울 CGV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무대에선 노래를 크게 부르고 동작을 크게 해야 하지만 영화를 찍을 땐 노래를 소곤거리면서 작게 부르기도, 눈물을 흘리면서 부르기도 해야 하는 등 많은 것들을 신경써야 했다”며 영화 촬영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명성황후 시해를 지켜본 조선의 마지막 궁녀 설희(김고은 분)의 활약도 돋보인다. 영화는 김고은이라는 배우의 스타성을 살리기보다 극중 첩보원 설희로서 역할에 충실했다. 무엇보다 ‘프로’ 뮤지컬 배우가 아닌 김고은의 의외의 노래 실력이 귓가를 맴돈다. 목에서 피 냄새가 날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는 배우의 악바리 근성을 느낄 수 있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역의 나문희의 활약은 영화의 화룡점정이다. 아들에 대한 애틋함을 품으면서도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그냥 죽으라”는 편지를 적으며 수의를 만드는 어미의 절절한 심정이 관객의 가슴을 저격한다. JTBC ‘뜨거운 씽어즈’에서도 시청자들을 울렸던 나문희의 ‘내 사랑하는 아들 도마’를 듣는 순간 막혀있던 눈물샘이 무장해장되는 놀라운 경험을 체험한다.

이외에도 안중근과 함께 거사를 도모하는 우덕순(조재윤), 조도선(배정남), 유동하(이현우), 마진주(박진주) 등 동지들의 깨알같은 활약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의 웃음코드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역사공부를 위해서라도 감상을 권한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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