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퍼빙(phubbing) 유감

2022. 12. 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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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학교에서 겪는 대표적인 난관 하나는 스마트폰이다.

수업 중인 강의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퍼빙(phubbing)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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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학교에서 겪는 대표적인 난관 하나는 스마트폰이다. 수업 진행에 찬물을 끼얹지만 대응은 쉽지 않다. 특히 큰 강의실에서 많은 인원이 수강하는 경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스마트폰 오용과 남용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경우가 아니고 세계적인 현상이다. 연구교수로 체류하던 미국 대학에서도 대처 방안으로 경고, 벌점, 강의실 퇴출과 같은 방안을 놓고 토의하는 것을 보았다. 통일안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교수별로 강의계획서에 엄격한 벌칙 규정을 포함하는 것은 공통이었다.

수업 중인 강의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퍼빙(phubbing) 행위이다. 퍼빙은 전화기(phone)와 무시라는 뜻을 지닌 스너빙(snubbing)의 합성어이다. 상대를 도외시하고 스마트폰에만 집중하는 무례한 행위를 뜻한다. 예를 들어 함께 있는 상대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계속 응시하고 사용하여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메시지가 올 때마다 바로 답장을 보내는 것을 반복한다. 퍼빙은 강의실이나 교실은 물론이고 친구, 동료, 가족, 그룹, 단체의 모임처럼 사람들이 빈번하게 가지는 회합에서도 발생한다. 심지어 연인과 뜨겁게 데이트하는 상황이나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서 하는 식사 자리도 예외가 아니다. 특정 상황·시간·장소·목적을 지닌 시공간에서 가져야 할 적절한 태도의 실종이고 부재이다.

퍼빙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으려는 내적 욕구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태도로 불안에 기인한 섭취 장애를 의미하는 스너빙”과 ‘스마트폰 중독에 따른 과잉 행동(hyperactivity)으로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지 못하는 인터넷 중독 증상’에 따른 행위이다(‘카지노와 소셜 스낵’, 최영). 퍼빙은 사람들과 실제로 접촉하는 대신 스마트폰을 매개로 온라인을 통해 끊임없이 사회적 교류를 지속하려는 ‘소셜 스내킹’(social snacking)의 한 유형이다. 소셜 스내킹은 한번 시작하면 봉지 바닥이 보일 때까지 스낵을 멈출 수가 없는 것처럼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과도한 온라인 활동으로 인간의 상호 작용을 방해하고 왜곡된 삶을 초래할 수 있다(같은 책).

인간은 상대와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개인 및 공동체와 관계를 구축해왔다. 퍼빙과 소셜 스내킹은 개인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건강한 소통과 관계 형성에 장애를 일으킨다. 기술이 인간을 신의 경지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라도(‘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현란한 기술의 세계가 동반하는 어두움에도 주목해야 한다. 스마트폰 온라인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세상은 인간이 사라진 허전하고 외로운 기술만의 세상을 낳을 수 있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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