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바통 이어받을 새 사령탑은 국내파? 외국인?
자국 실정 가장 잘 아는 국내파도 꺼릴 이유는 없어…임기 4년 보장 필요
외국인일까, 아니면 국내파일까. 카타르에서 금의환향한 한국 축구는 이제 새 역사의 첫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재계약을 사절한 파울루 벤투 감독(53)의 후임 찾기가 그 시작점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 9월 대한축구협회에 카타르 월드컵을 마치면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브라질과의 16강전 패배 후 공식적으로 이를 알렸다.
일각에선 차기 사령탑을 국내 지도자로 낙점했다는 소문이 나왔지만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
일단 협회는 빠른 시일 안에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려 새 감독 후보자를 추리기 위한 정보 수집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에 A매치가 시작되는 만큼 그 전까지 후보군 낙점과 협상의 수순을 밟게 된다.
협회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는 지난 4년간 한국 축구에 뿌리를 내린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를 계승해 발전시킬 인물이다.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주도적인 축구를 펼치는 것을 선호하는 이 축구에 새 감독의 색깔을 더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협회가 이 같은 방향성으로 지도자를 찾는다면 기존의 한국 축구와 결이 다르기에 외국인 지도자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자신의 색깔만 분명하다면 여론에 관계없이 4년을 끌어갈 수 있다는 것도 국내 지도자보다 유리하다. “아무도 알아보지 않았던 날 인정해준 분”이라는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의 말처럼 선수에 대한 선입견 없이 발굴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외국인 지도자를 채용한다는 것이 결코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경우 소통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벤투 이전의 최장수 사령탑 기록을 갖고 있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우 볼 점유율을 중시한다는 전술은 비슷했지만 실제 지도력은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중 경질 위기에 몰렸을 때 선수들 사이에 ‘영상 하나만 던져주고 축구를 시킨다’는 불만이 공개적으로 나왔을 정도다. 외국인 감독의 범위를 더 넓혀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감독은 아나톨리 비쇼베츠나 거스 히딩크 정도였을 따름이다.
반대로 국내 지도자도 세계 축구와 트렌드, 거리만 좁힐 수 있다면 꺼릴 이유가 없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한 16개국 가운데 외국인 지도자는 벤투 감독이 유일했다. 그 나라 축구 자체가 강하면 가장 잘 아는 지도자를 쓰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이웃이자 라이벌인 일본이 외국인 지도자로 갈팡질팡하다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 도약한 것은 되새길 만하다.
다만 협회가 국내 지도자를 고려한다면 팬들이 수긍할 수 있는 냉철한 평가와 함께 동등한 4년 보장이 필요하다. 벤투 감독이 ‘1년+3년’ 계약안을 거절한 것도 자신의 임기를 보장받아야 마음껏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측면이 컸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국내 지도자가 여론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최소한 같은 조건은 주어져야 한다.
도하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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