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아프리카 첫 4강 신화... ‘2002 한국’과 닮았네
모로코가 아프리카 팀으로는 사상 첫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유럽과 남미가 아닌 지역에서 4강에 오른 국가는 1930년 1회 대회(우루과이)의 미국(3위), 2002년 한일 대회의 한국(4위)에 이어 모로코가 역대 세 번째다. 아프리카는 물론, 이슬람교로 연결된 아랍권 국가들도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 모로코의 4강전 상대는 2018 러시아 대회 우승국인 프랑스다.
◇모로코, 20년 전 한국과 닮아
모로코(FIFA 랭킹 22위)는 11일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포르투갈(FIFA 9위)과 벌인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전반 42분 유시프 누사이리(25·세비야)가 공중볼을 머리로 받아 넣었다.
모로코의 돌풍은 2002 대회에서 한국이 4강 신화를 썼던 과정과 닮았다. 우선 두 나라는 조별리그에서 같은 성적(2승1무·승점 7)으로 조 1위를 했다. 득실(4득점 1실점)까지 일치한다. 4강으로 가는 여정에서 이베리아 반도의 두 강자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잡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20년 전의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을 결정지었다. 16강전에선 이탈리아를 연장전 끝에 잡았고, 8강전에선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따돌리고 4강에 올랐다. 모로코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벨기에를 눌렀고, 16강전에선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제친 데 이어 8강전에선 포르투갈을 주저앉혔다. 한국은 2002 대회 4강전서 독일에 0대1로 지며 결승 문턱에서 멈춰섰다.
◇강력한 수비·가족 사랑 주목
모로코의 강점은 강력한 수비다.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5경기에서 5골을 넣는 동안 1실점만 했다. 캐나다와의 조별리그 3차전(2대1 승리)에서 자책골로 한 골을 내줬을 뿐이다.
모로코는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선 공 점유율이 23%-66%(경합 11%)로 밀렸다. 하지만 슈팅(9-11)과 골문 안으로 향한 유효슈팅(3-3) 수치는 대등했다. 견고한 두 줄 수비로 실점 위기를 줄이면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상대 문전까지 빠르게 파고들어 득점을 노렸다.
모로코의 끈끈한 가족애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부임한 왈리드 라크라키 감독은 선수 가족을 도하로 초청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모로코는 선수 26명 중 14명이 이민 가정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타향살이의 어려움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선수들은 숙소인 도하의 윈덤 웨스트 베이 호텔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찾고, 팀 조직력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고 있다.
◇아프리카·아랍권 팬들 열광
모로코의 역사적인 승리 후 앗수마마 스타디움 일대는 팬들의 함성으로 넘쳐났다. 이번 대회엔 모로코·튀니지·아르헨티나 팬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응원도 열성적이다.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 인근 카사블랑카 등 나라 전체가 월드컵 4강이라는 감격에 젖어들었다. 1986 멕시코 대회 조별리그에서 포르투갈을 3대1로 이겼을 때 2골을 넣었던 압데라자크 카이리는 “축구에 불가능은 없다. 그것이 축구의 마법”이라고 말했다. 개최국인 카타르를 비롯해 중동 국가의 팬들도 모로코를 ‘아랍의 자랑’이라고 여기며 열광하고 있다.
모로코는 19세기 중반부터 1세기 가까이 스페인과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독립 후에도 많은 사람이 두 나라로 이주해 노동 계층을 형성했다. 모로코 돌풍이 프랑스도 삼킬 수 있을지에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라크라키 감독은 “모로코는 이번 월드컵의 ‘록키 발보아’(영화 ‘록키’의 주인공)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팀이 되고 있다. 재능은 많지 않아도 의욕이나 신념으로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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