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골잡이 지루 "어려운 경기… 2018년 벨기에 생각나" [2022 카타르 월드컵]

잉글랜드에 2-1 신승 거둔 뒤 소감 밝혀
"선제골 후 수비만… 위험한 순간 많았다"
러시아 월드컵 벨기에와의 경기 '닮은꼴'

축구 백년전쟁이라고 불린 카타르 월드컵 8강전 프랑스 대 잉글랜드 경기에서 승리한 프랑스 대표팀 선수와 감독이 “정말 어려운 시합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4년 전인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전 프랑스 대 벨기에의 대결이 떠올랐다는 평도 나왔다. 당시에도 프랑스는 선제골을 뽑은 뒤 수비 위주의 전술을 편 끝에 1-0으로 가까스로 이겼다.

카타르 월드컵 8강전 프랑스 대 잉글랜드 경기에서 프랑스 대표팀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가 후반에 역전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알코르(카타르)=A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프랑스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는 게임 종료 후 인터뷰에서 “우리(프랑스)는 앞서갈 때 수비를 정말 열심히 했다”며 “2018년 벨기에(와의 경기)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지루는 이날 후반전 1-1 동점에서 역전골을 성공시켜 프랑스의 2-1 승리, 그리고 4강 진출을 견인했다.

지루의 말처럼 프랑스는 경기 시작 17분 만에 수비수 오렐리앙 추아메니가 중거리 슛으로 첫 골을 넣은 다음부터 수비에 치중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잉글랜드에 골을 허용하지 않고 선취점을 잘 지켜 승기를 잡으려 한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으로 따져 프랑스(4위)와 잉글랜드(5위)는 실력이 거의 대등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기도 했다.

리드를 빼앗긴 잉글랜드가 프랑스를 상대로 파상 공세에 나서면서 이날 경기의 볼 점유율은 잉글랜드가 56%로 프랑스(44%)를 압도했다. 유효 슈팅도 잉글랜드가 11개로 프랑스(7개)보다 훨씬 많았다. 잉글랜드로선 후반에 페널티킥으로 1-1 동점을 만든 뒤 프랑스의 지루한테 역전골을 허용한 것, 그리고 1-2로 뒤지던 상황에서 해리 케인이 두번째 페널티킥을 실축한 것이 뼈아팠다.

이날 프랑스 대 잉글랜드의 경기는 여러 모로 2018년 프랑스 대 벨기에의 준결승전을 떠올리게 한다.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비교적 순조롭게 항해한 프랑스가 처음 ‘난적’을 만났기 때문이다. 8강전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을 격파하고 4강에 합류한 벨기에는 이른바 ‘황금세대’가 대표팀에 대거 포진해 객관적 전력 면에서 프랑스에 다소 앞선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카타르 월드컵 8강전 프랑스 대 잉글랜드 경기에서 프랑스 대표팀 감독 디디에 데샹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알코르(카타르)=AFP연합뉴스

시합 전부터 ‘한 점 차 승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으며 실제로 두 팀은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후반 들어 코너킥 상황에서 앙투안 그리즈만이 올려준 공을 사뮈엘 움티티가 헤더로 골대 안에 집어넣었다. 1-0으로 앞서기 시작한 프랑스는 그때부터 철저하게 수비 위주로 전환했다. ‘이대로 경기를 끝내야 하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했던 나머지 킬리안 음바페를 비롯한 몇몇 선수가 고의로 넘어지거나 거친 반칙을 하며 노골적으로 시간 끌기를 하는 바람에 관중들의 야유가 터져나왔다. 0-1로 패한 벨기에 선수들은 시합 후 “프랑스가 아주 더러운 플레이를 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이날도 프랑스는 잉글랜드 선수들을 상대로 거친 반칙을 거듭하다가 두 차례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지루는 “페널티킥을 내준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솔직히 우리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몇 번 더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잉글랜드가 유효 슈팅 수에서 프랑스를 압도한 점에서 보듯 ‘프랑스가 운이 좋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대표팀 감독 디디에 데샹 역시 “페널티킥을 두 번 연거푸 허용한 것은 후회스럽다”며 “잉글랜드는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한 매우 좋은 팀”이라고 잉글랜드를 칭찬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