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상위 100곳 중 18곳 ‘잠재적 부실’

박순봉 기자 2022. 12. 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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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100대 기업, 영업실적·주요 지출항목 분석 보고서’
3분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 18곳…작년보다 5곳 증가
고금리 부담에…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원재료비 가장 큰 영향
실제로 매출 18% 오를 때 영업이익 25% 감소…조선·화학 등 ‘타격’

매출 기준 국내 상위 100대 기업 중 18곳이 올해 3분기에 이자 낼 돈도 못 번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란 의미다. 100대 기업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18% 늘었지만 원재료비, 이자 비용, 인건비 등이 상승해 영업이익이 약 25% 줄었다.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부실 기업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1일 발표한 ‘매출 100대 기업 영업실적 및 주요 지출항목 특징 분석’ 보고서를 보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18곳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눠서 산출한다. 1보다 낮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1 미만이면 잠재적인 부실 기업으로 분류된다. 18개 기업 중에는 영업적자를 뜻하는 ‘이자보상배율 0 미만’인 기업도 13곳이나 포함됐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줄었지만 올해 다시 늘고 있다. 3분기 기준으로 보면 2019년 14개에서 2020년 23개로 늘었다. 지난해 13개로 줄었다가 올해 18개로 다시 늘었다.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3분기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롯데케미칼 등이다.

이런 기업이 늘어나는 배경으론 고금리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 원재료비 상승, 인건비 상승 등이 꼽힌다.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원재료비다. 경총 보고서에 따르면 100대 기업 중 원재료비 항목을 공시한 72개 기업의 올해 3분기 원재료비는 170조91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0조1613억원) 대비 31.3% 늘었다.

이자 비용 증가도 부담을 줬다. 100대 기업이 올해 1~3분기 지불한 이자는 5조326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4조5446억원) 대비 17.2% 늘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서 시작된 고금리 여파가 영향을 줬다. 인건비 항목을 공시한 97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10.6% 증가했다. 지난해 56조5791억원에서 올해 62조6030억원으로 인건비 총액이 늘었다.

이런 요인들로 100대 기업의 올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올 3분기 총매출은 337조32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1조4493억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24.7% 감소했다. 매출은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줄어든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조선업, 화학업 등 7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줄었고 가스업, 자동차업 등 8개 업종은 늘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내년에도 1%대 낮은 성장세와 고물가, 높은 임금 상승 같은 아킬레스건들이 기업 경영 악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며 “규제 완화, 세제 개선, 노동 개혁 같은 과제들이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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