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서 ‘검은돈’ 받고 옹호 발언했나…유럽의회 부의장 ‘뇌물수수 혐의’ 체포

김혜리 기자 2022. 12. 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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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의원 등 4명도 연루
“EU, 부패 계속돼 개혁해야”

유럽의회 부의장이 걸프 국가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되면서 유럽연합(EU) 내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정치인이자 유럽의회 부의장 중 한 명인 에바 카일리 의원(사진)은 지난 9일(현지시간) 벨기에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이탈리아의 피에르 안토니오 판체리 전 유럽의회 의원 등 4명도 돈세탁 및 부패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앞서 벨기에 검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걸프국이 유럽의회 요직에 있는 사람에게 거액의 돈을 제공해 경제적,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브뤼셀 내 16곳을 압수수색해 60만유로(약 8억2490만원)의 현금이 든 여행 가방을 발견했다. 수사에 직접 관여한 한 소식통은 문제의 걸프국이 카타르였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카일리 부의장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기 몇 달 전부터 꾸준히 카타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왔다. 그는 지난달 유럽의회 연설에서 카타르가 노동자의 비자 허용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고용주에게 일임한 ‘카팔라’ 제도를 폐기했다며 “카타르는 노동권의 선두주자”라고 극찬했다. 당시 카타르는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이주노동자 수천명이 사망했다는 외신 보도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상황이었다.

전 유럽의회 의원이자 반부패 비정부기구 ‘국제투명성기구’ 국장인 미키엘 반 훌튼은 “이건 하나의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라면서 “윤리 강화를 위한 감독 부재 등으로 의회 내에선 부패를 눈감아주는 문화가 수십년째 지속돼왔다”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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