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어·수학 1등급서 ‘이과 우위’

입시업체 수능 성적 분석

“어디에 갈 수 있을까”…다같이 집중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11일 열린 ‘2023 정시 합격전략 설명회’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배치 참고표를 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선택과목 표점 최고점도 높아
상위권 ‘문과 지원’ 의사 늘어
정시 교차지원 현상 심화 예상

문·이과 통합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2년차인 올해도 국어와 수학 1등급에서 ‘이과 쏠림’ 현상이 확인됐다. 문과로 교차 지원하려는 상위권 이과생들도 지난해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여 이른바 ‘문과 침공’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87개 고등학교 2만6000명의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국어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들 중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학생들의 비율이 지난해 70.88%에서 올해 85.58%로 15%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수학의 경우 1등급 가운데 93.45%가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했다.

입시업체의 분석도 비슷하다. 종로학원이 올해 수능에 응시한 고3 수험생과 졸업생 4968명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국어 1등급 중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비율이 72.1%로 지난해 65.0%보다 늘었다. 수학 1등급 중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비율도 88.9%로 지난해 85.3%보다 증가했다.

국어에서 언어와 매체를, 수학에서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대개 이과 계열이다. 종로학원은 올해 수능에서 이과생의 44.4%, 문과생의 27.0%가 언어와 매체를 응시한 것으로 집계했다. 유웨이에 따르면 미적분과 기하 응시자 중 이과생의 비율은 각각 90.4%와 85.8%였다.

여기에 올해 수능에서도 선택과목별로 유불리가 달라지는 문제가 반복되면서 이과생들의 문과 교차지원을 의미하는 ‘문과 침공’이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과생들이 많이 선택한 언어와 매체, 미적분 응시자들의 표준점수가 다른 과목 표준점수보다 높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국어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경우 134점, 화법과 작문을 선택한 경우 130점으로 4점 차가 났다. 수학 영역은 미적분 표준점수 최고점이 145점, 확률과 통계 최고점이 142점으로 3점 차가 났다.

종로학원이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8일 사이 이과 계열 수험생 4908명을 대상으로 표본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어·수학·탐구 백분위가 270점대 이상인 상위권 학생 중 문과 계열로 교차지원할 의사가 있는 비율이 27.5%로 집계됐다. 지난해 19.0%보다도 늘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에서 이과생들이 유리한 구도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고, ‘언어와 매체’에도 이과생이 더 쏠려 수학과 국어 모두 이과생이 유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올해에는 상위권에서 교차지원 의사가 더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