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수용 안할 땐 ‘불통’ ‘정국경색 책임론’ 직면할 듯[‘이상민 해임건의안’ 통과]

유정인·문광호 기자 2022. 12. 1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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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국조와 모순” 기존 기조 유지…공식 입장은 없어
박진 장관 이어 두 번째…행정부 견제권 무력화로 부담 커져
여론도 ‘이 장관 해임’ 찬성 과반 넘어 계속 거부 어려운 상황
팻말 든 여당 의원들 옆으로 표결 마치고 나오는 야당 의원들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그 옆으로 표결을 마친 야당 의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대통령실은 1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데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 건의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박진 외교부 장관에 이은 거부권 행사가 ‘마이웨이’로 비칠 수 있는 데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정부 책임론 논쟁이 다시 정국 중심에 부상하게 되는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국회가 헌법이 규정한 대표적인 행정부 견제권을 행사함에도 번번이 거부권에 막히면서 해임 건의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 가결에 별도 브리핑이나 공지를 통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정조사 전에 핵심 증인인 이 장관부터 해임하자는 야당 주장은 국정조사로 진상규명을 하자는 것과 모순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 해임 건의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수용하지 않는다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르면 12일 인사혁신처를 거쳐 국회 해임건의문이 통지되면 “윤 대통령은 해임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낼 가능성이 있다. 해임 거부가 현실화하면 지난 9월 박진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 건의에 이어 윤석열 정부 들어 두 번째가 된다. 국회 해임건의문이 인사혁신처를 통해 전해지는 데는 통상 하루가 걸린다.

정치적 부담은 작지 않다. 윤 대통령의 해임 건의 수용 거부가 반복되는 현상이 곧 협치가 실종된 국정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게 화살이 향할 수 있다. 신속한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족협의회가 전날 공식 출범했다. 그간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이 장관 해임에 찬성하는 의견이 과반을 차지하는 등 여론을 거부권 행사의 명분으로 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권이 야당의 ‘이상민 방탄 정부’ 비판에 ‘이재명 방탄 야당’으로 맞불을 놓으며 프레임 전환에 나서는 점도 이 같은 여론 지형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민생이 걸린 예산인데 민주당이 미루지 않았느냐”며 “그러니 결국 (검찰 소환에 대비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지키기 방탄국회를 이어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 등 다른 현안에 묻혔던 정부 책임론 공방은 재점화 단계에 들어섰다. 오는 15일로 기한을 정한 여야의 예산안 처리,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 순항 여부까지 이 장관 거취와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를 두고 “해임 건의 문제와 예산안 처리는 별개”라고 말했다.

이날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헌정사 8번째이다. 입법부의 해임건의권은 1952년 1차 개헌에서 국무위원 ‘불신임결의권’으로 처음 도입됐다. 이후 해임건의권은 개헌을 거치며 약화돼 왔다. 현행 국회 해임건의권 제도는 1987년 헌법체제에서 정착됐다.

권한이 약화됐음에도 1987년 이후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김대중 정부 시절 임동원 통일부 장관과 노무현 정부 시절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 당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첫 예외였다. 김재수 장관의 경우 2016년 9월24일 해임건의안이 가결됐지만 2017년 7월까지 장관직을 유지했다.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며 “국회가 건의안을 의결했으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게 맞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또 행사한다면 불통으로 가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유정인·문광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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