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아랍인들 열광의 도가니 “아프리카 대륙, 중동 지역의 승리”
‘아틀라스의 사자’ 모로코가 아프리카 국가 최초이자 아랍 국가 최초로 카타르 월드컵 4강에 오르면서 아랍 세계 전체가 기쁨과 흥분에 휩싸였다.
모로코가 11일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월드컵 4강에 진출하자 수도 라바트를 비롯한 모로코 전역이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축구팬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국기를 흔들고 경적을 울리거나 폭죽을 터뜨리며 감격을 표현했다. 라바트 시민 모하메드 아미는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에서 뛴 것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제는 트로피를 원한다”고 AP통신에 밝혔다.
모로코 서부 항구도시 카사블랑카에서 응원한 엘 이드리시는 “심장이 멎을 것 같다. 엄청난 팀, 엄청난 성취”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축구 인기가 높고 역사가 오래된 클럽이 존재해 모로코 축구의 성지로 불리는 카사블랑카에서는 거리 어디에서나 국가대표팀 유니폼 셔츠와 국기를 볼 수 있었다.
북아프리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반도에 이르는 아랍 세계 전역이 기쁨으로 넘쳤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카타르로 온 살레흐 알라예스는 “(모로코는) 언더독(약자)으로 이곳에 와서 이겼다. 모든 아랍권 국가들이 모로코를 지지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알자지라 바그다드 지국의 마하무드 압델와헤드는 “마치 이라크가 오늘 경기에서 승리한 것처럼 기뻐하고 있다”며 “이 승리는 모로코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 전체, 아랍 세계 전체, 중동 지역 전체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상징적이라고 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은 트위터에 “대륙의 역사”라는 글을 남겼고, 아프리카연합 의장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역사적이고 환상적”이라고 언급했다.
이스라엘군에 점령된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포함해 팔레스타인 전역에서도 수천명이 모여 모로코를 응원했다. 카타르는 가난한 지역민들이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팔레스타인 일부 지역에 무료로 중계를 제공했다. 이들은 북을 치고 노래 부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일부는 팔레스타인 국기, 모로코 국기와 함께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라는 슬로건이 있는 포스터를 들고 있었다.
모로코 대표팀은 지난 6일 스페인을 상대로 한 16강전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뒤 기념촬영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었다. 이는 경기장에서 정치적 주장을 금지한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어긋난 일로 자칫 징계를 받을 수 있는 행위이다. 모로코 응원단도 객석에서 ‘자유 팔레스타인’이라고 적힌 대형 팔레스타인 깃발을 펼쳐들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분쟁을 겪으며 고통받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아랍 세계의 응원과 지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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