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8조 까먹은 국민연금] 전광우 "해외·대체투자 늘려 국민연금 수익률 높여야"

이윤희 2022. 12. 1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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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연 이사장 조언
"연금운용 인적파워 키워야"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세계경제연구원 제공

전광우(사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은 국민연금의 수익률 저조에 대해 "채권시장이 어려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라면서도 "국내 주식 투자 한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증시 내 단일 기관투자자가 6~7%의 비중을 차지하는 건 국민연금 외에는 세계에서도 희귀한 현상"라며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확대해 주식과 채권의 변동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선 "기금운용위원회에 전문성 있는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공단 내 인적 파워를 키워야 한다"며 "민간 전문가들을 기용해 자율성을 보장하고 불필요한 감사나 제약 조건도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그는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귀국해 이규성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특보를 시작으로 4명의 장관 특보를 지냈으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후 2013년 4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2018년 12월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에 취임했다.

-올해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이 특히 저조해 3분기까지 투자수익률이 마이너스 7%가 넘고 국내 주식 자산만 25%가 손실이다.

"투자 포트폴리오 내 국내 주식 비중이 높은데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채권시장도 어려워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수익성에 대한 평가는 한 해 한 해 단기로 봐서는 곤란한다. 다만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한도를 재조정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양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분모가 커지면서 자연히 비중이 줄어드는 게 맞다. 증시 내 단일 기관투자자가 6~7%의 비중을 차지하는 건 국민연금 외에는 세계에서도 희귀한 현상이다.고래가 다 자라면 연못에서만 놀 수는 없다. 결국 고래도 연못도 망가진다."

-자산별 투자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면 수익률이 더 높아질 수 있을까.

"기금 수익률의 차이는 주식·채권이 아닌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에서 나온다. 한국의 경우 대체투자 비중은 10%대 초반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확대해 주식과 채권의 변동성을 보완해야 한다. 대체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각 부문의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고, 대외 정보와 네트워크, 투자처를 발굴해야 한다. 수익률을 개선하면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은 줄어든다."

-저출산·저성장이 지속되고 있어 연금 개혁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것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연금 개혁의 시기와 방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연금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속도감 있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기금운영본부를 독립시켜라 같은 얘기가 계속 나왔지만, 늘 정치적으로 흘렀다. 그런 것 따지다가는 '날 샌다'는 말이다. 기금본부를 떼어 서울로 가져오라든지 하는 얘기는 현실성이 없다. 기금운용위원회에 전문성 있는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공단 내 인적 파워를 키워야 한다. 민간 전문가들을 기용해 자율성을 보장하고 대우도 개선해야 한다."

- 민간 전문가로는 처음으로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됐다.

"직접 이명박 전 대통령께 여쭸다. 왜 나를 발탁하셨느냐고. 세가지 이유를 말씀하셨는데, 하나는 금융산업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민간 출신 인사가 필요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우물안 개구리'인 우리 금융은 세계화가 필요하다는 것, 또 국제금융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으므로 위기 상황에 대응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일 것을 꼽았다. 당시가 3월이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며 전세계의 금융위기가 시작된 건 그 해 9월이었다. 세계은행 출신 경제학자인 나조차도 미리 알 수 없었던 일이었다. 사실 놀랐고 선구안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에는 외환 위기는 없다'고 단언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제 역할이 컸다고 보는 건가.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기업을 경영해 본 민간 실물경제 전문가였고, 인사이트(직관력)와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금융위기 대응을 위한 2008년 한·미, 한·중, 한·일 통화스와프를 진두 지휘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 일했다. 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어떻게 평가하나.

"과거 금융위기의 경우 응급 처방이 가능했다. 초등 대처를 잘하면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앞에 닥친 것은 금융위기와 실물위기가 합해진 복합위기다. 거기에 인플레이션, 에너지 문제,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과거와는 대응 전략, 그러니까 처방이 달라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처방을 말하나.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무엇보다 먼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을 법과 원칙에 따라 해내야 한다. 단기 충격이 있더라도 회복 탄력성을 가질 수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으로 체질 개선을 하는 것이 지금 정부의 과제다."

이윤희기자 st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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