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노무현 비상책 덕 본 尹… 파업 돌파구 뚫었다

김미경 2022. 12. 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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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파업에 업무개시 명령
타협·협상 아닌 '원칙' 행동
운임제 연장도 원점 재검토
화물연대가 16일째 이어온 총파업을 철회한 지난 9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출입구에 컨테이너를 이송하는 화물차량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노무현 벤치마킹'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를 해결하는 주효한 전략이 됐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철회와 복귀로 한시름 덜고 '법과 원칙 대응'에도 자신감을 얻은 대통령실은 앞으로도 강경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11일 정치권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의 복귀 이후에도 노사문제 해결에 원칙적 대응기조를 유지한다는 생각이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16일동안 산업계에서는 3조5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만큼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복귀 이후에도 집단운송거부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에 손해배상 소송을 지원하고, 업무개시명령 거부자에 대한 행정처분과 형사 고발 취하도 당분간 하지 않을 계획이다.

법과 원칙 대응 방침이 중도에 흐지부지되면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는 판단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기자들에게 "정부는 노사문제에 관해 흔들림없이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며 청년 세대의 일자리 확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 공정하고 미래지향적인 노사문화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강경기조를 유지한다는 것보다는 잘못된 것을 바로세운다는 것"이라며 "불법이나 위력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하는 것이 반복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화물연대 측이 수용의사를 밝힌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조차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안전운임제가 '안전'과 '적정운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따져보는 게 먼저라고 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방침은 이같은 원칙대응이 통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운송거부 철회를 이끌어 냈고 덤으로 지지율이 5개월 여만에 40%를 돌파했다. 돌파구가 된 업무개시명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제도다. 노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길을 열어준 셈이다. "죽은 노무현이 산 윤석열을 살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한 지 석달만인 2003년 5월 화물연대의 첫 집단운송거부 사태를 맞았다. 화물연대는 운송비 인상 등 12가지 요구조건을 내걸고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했고, 끌려다니던 정부는 11가지를 수용했다. 그 효과는 불과 3개월 만에 끝났다. 화물연대는 8월 다시 집단운송을 거부했다. 이 때 노무현 정부의 대응은 180도 달라졌다.

협상 대신 불법파업 등을 주도한 화물연대 지도부를 검거하는 등 공권력을 투입했고 이듬해인 2004년에는 화물운송업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제도를 신설했다. 화물연대의 반복적인 운송거부에 맞설 카드가 있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최후의 카드였던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만든 업무개시명령은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발동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한달 만인 지난 6월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집단운송거부를 시작했을 당시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하게 안전운임제 연장과 품목 확대를 논의하기로 하면서 봉합했다.

이후 5개월 만에 화물연대 측이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겠다는 당정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집단운송거부 사태를 야기하자 윤석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이라는 무기를 망설임없이 발동했다.

화물연대의 복귀로 윤석열 정부가 최종적으로 판정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복귀한 화물연대와의 협상에서 타결이냐 결렬이냐에 따라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위험성이 남아 있어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불법행위 대해서는 단호하고 흔들림없이 법과 원칙적 대응을 하는 게 맞지만 협상은 다르다"며 "협상에서도 법과 원칙만 고수하면 노정 갈등이 깊어져 우리 사회를 자꾸 분열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단체행동에 따른 불가피한 대립은 책임을 묻지 않는 등 일괄적으로 타협하거나 융통성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며 "법과 원칙만 고집해 소탐대실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조언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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