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경제통’ 의원들 “고질적 정쟁에 민생정책 실효 못거둬” [한국경제 해법, 국회에 묻는다]
與 유경준·윤창현·한무경 의원 입 모아
“‘소득주도성장’ 현재 경제위기 부추겨
기업환경 개선 위한 규제 혁신도 시급”
통계청장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지낸 유경준 의원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을 ‘화불단행’(화는 홀로 오지 않는다)이란 사자성어로 표현하면서 “계속해서 우리 경제에 안 좋은 일들이 이어졌다. 내년에는 더욱더 힘들어질 일들이 있어서 한마디로 설상가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가뜩이나 대외의존도가 높은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곡물 가격이 급등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에 각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가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해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모두 충격을 받았다”며 “이게 바로 ‘퍼펙트 스톰’(복합 위기)”이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또 “대내적으로는 펀더멘탈(경제 기초)이 좋으면 외부의 충격에도 견디기가 쉽고, 양적완화의 충격을 덜 받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건 전 정부 탓을 안 할 수가 없다.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한 게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연금이나 노동시장 개혁 같은 과제를 등한시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윤창현 의원은 직전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였던 ‘소득주도성장’이 현재 경제 위기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최저임금을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물가상승률의 몇십 배에 달할 정도로 올리면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2년 사이에 우리 경제에 굉장히 큰 타격을 줬다”고 부연했다. 지금은 대기업이 된 효림그룹을 일궈낸 한무경 의원도 “경제 환경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한 의원은 또 “내년 상반기까지 경제 상황이 이런 기조로 간다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대응책이 단기적 처방에 그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유 의원은 “엄밀히 말하면 위기가 아직 제대로 온 건 아니다. 더 큰 위기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인데 정치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정부가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한 상황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의원도 “정부가 중장기 공약 사항을 잘 추려서 최대한 추진해야 하는데, 지금은 단기 이슈에만 매몰돼서 장기적인 이야기를 못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 의원은 “정치가 정쟁으로 휘둘리다 보니, 정부의 민생정책들이 홍보가 잘 안되는 것 같다”고 했다.
유 의원은 국회 차원의 대응책과 관련해선 “경제 회복과 취약계층을 위한 입법을 잘 해줘야 하는데, 우선 여야가 협치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데 지금의 여소야대 국면으로는 쉽지가 않다. 특히 정쟁의 중심에 서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국회 차원에선 단기적으로는 법인세 인하나 금융투자세 유예 등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론 규제 완화, 기업 친화적·일자리 창출 관련 정책들을 끊임없이 내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특히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 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아이템에 대해 국회가 나서서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관련 입법과 규제 혁신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김주영·배민영·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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