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험 깨서 생활하는 서민들, 정부 긴급대책 절실하다

한겨레 2022. 12. 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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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경제가 비상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고금리에 이자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고물가로 실질소득마저 줄어들면서, 보험계약 해지액과 보험약관대출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업연도 소득(과세표준) 3천억원 초과 기업들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자는 게 정부안이다.

서민들은 지금 하루하루 목이 타들어 가는데, 정부는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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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7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상인과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이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민경제가 비상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고금리에 이자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고물가로 실질소득마저 줄어들면서, 보험계약 해지액과 보험약관대출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11일 생명보험협회 통계를 보면, 국내 생명보험사 23곳의 해지환급금 규모는 지난해 9월 19조7332억원에서 지난 9월 현재 24조3309억원으로 1년 만에 23.2% 급증했다. 보험을 해지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보험료도 부담스럽고 당장 생활비가 부족해 원금 손실을 떠안고 ‘보험을 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서민 가계가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 잔액도 9411억원으로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소액신용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도 고금리를 감수하고 담보 없이 300만~500만원 한도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 가운데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큰 ‘적자가구’가 57.7%에 이르렀다. 전체 가구 중 적자가구는 25.3%로 4가구 중 1가구가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상황에 처한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고통의 터널’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1%에서 1.7%로 하향조정했다. 국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2000년 이후 2%에 미치지 못했던 적은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말고 없다. 이런 경제불안의 피해는 약자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가 심의 중인 내년도 예산안의 최대 쟁점은 ‘법인세 최고세율’이다. 사업연도 소득(과세표준) 3천억원 초과 기업들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자는 게 정부안이다. 정부는 또 주식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려고 한다. 서민들은 지금 하루하루 목이 타들어 가는데, 정부는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인가.

서민들을 위한 긴급 생계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당연히 내년 예산안에도 이런 부분을 반영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민들의 아픔을 먼저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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