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어오면 구룡포 사람들은 분주해진다. 집집마다 빈터에 덕장을 세우고 청어나 꽁치를 덕장에 내건다. 해풍과 겨울 볕에 말린 구룡포 과메기는 독특한 식감으로 겨울철 별미로 사랑받는다. 그런데 과메기도 최근 환경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겨울철 미세먼지 영향에 실내에서 인공바람으로 건조하는 과메기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작년 12월 미세먼지가 나쁨 이상인 날은 11일, 초미세먼지가 나쁨 이상인 날은 16일이었다. 특히 과메기 생산이 집중되는 12월의 경우 절반 이상이 미세먼지 영향을 받았다.
장군수산을 운영 중인 김진양 사장이 냉풍건조기에서 과메기의 건조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석병리에서 장군수산을 운영 중인 김진양 사장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인증 온실에서 과메기를 냉풍 건조한다. “우린 28도 이하 인공바람으로 24∼36시간 급속 건조한다. 해풍으로 건조한 과메기는 미세먼지로 해썹 인증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요즘 소비자들과 대형마트도 웬만하면 해썹 인증을 원한다. 그래서 시작했다. 설비도 바꾸고 해썹 관리기준으로 제조 가공한다. 실내 건조의 경우 맛이 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 마련인데 빠른 건조로 살결이 굳어지는 과정이 없어 과메기 본연의 쫄깃함과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껍질과 꼬리를 제거한 과메기를 포장하고 있다.
냉풍건조기의 온도와 습도가 보이고 있다.
진공포장 된 과메기 제품을 금속검출기에 통과시키고 있다.
과메기란 이름은 ‘관목(貫目)’에서 나왔다. 눈을 꿰어 걸어 말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포항 구룡포지방 사투리로 ‘목’을 ‘메기’라 불렀고, 세월이 지나 지금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수온이 더 낮았던 옛날 경북 동해안에는 청어가 많이 잡혔다. 이 청어의 눈을 꿰어 냉훈법이란 독특한 방식으로 얼렸다 녹였다 하면서 건조시킨 것이 과메기의 시초이다. 과메기는 ‘통마리’와 ‘배지기’ 두 가지 방식으로 숙성된다. 통마리는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세척해서 굴비처럼 엮어 보름 정도 말려야 한다. 배지기는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한 후 세척을 해서 대나무(꼬치)에 걸어 말리는 것으로, 3∼4일이면 상품으로 유통된다
한 직원이 탈피된 과메기 무게를 확인하며 포장하고 있다.
삼정리에서 30년이 넘도록 과메기를 손질한 지옥분 할머니가 능숙한 솜씨로 꽁치를 다듬는다. “옛날에는 여름이고 겨울이고 이 동네서 물질만 했어. 언제부턴가 과메기가 유명해지곤 여름엔 해녀, 겨울엔 과메기 손질하고 그게 일상이 돼버렸지. 예전에는 하루 30박스씩 작업했는데 지금은 꽁치 물량이 없어 일감이 절반으로 줄었어.”
과메기는 포항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지만, 과메기의 맛은 포항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진한 생선 비린내를 못 견디는 사람도 있고, 딱딱한 과메기를 씹는 어려움에 고개를 내젓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과메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기름기의 중독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포항 사는 사람들은 요맘때쯤이면 오랜만에 연락 끊긴 친구들의 전화를 받는다. 과메기의 안부를 묻는 전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