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국익보다 정권이 우선인가

윤경환 기자 2022. 12. 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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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지율은 낮고 야당은 '부자 지원'이라고 뭐든지 반대하는데 어떤 기업인이 정치권에 기대를 걸겠습니까."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년도 안 돼 기업들이 정치권에 실망한 수준을 넘어 이제 체념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투였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을 통해 얻는 국익보다 현 정부가 경제 성과를 내지 못해 얻는 정치적 반사 이익과 지지자들의 만족감이 더 크다는 듯한 태도다.

이제는 정치권도 국익 앞에 맞손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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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산업부 차장
[서울경제]

“대통령 지지율은 낮고 야당은 ‘부자 지원’이라고 뭐든지 반대하는데 어떤 기업인이 정치권에 기대를 걸겠습니까.”

최근 한 5대 그룹 관계자는 민관의 경제 협력 추진 현황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년도 안 돼 기업들이 정치권에 실망한 수준을 넘어 이제 체념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투였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전례 없는 위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멈출 줄 모르는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장기화되는 공급망 위기, 요동치는 원자재 값, 본격화한 소비 위축 등 경영 위협 요인이 공급과 수요 모든 측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초만 해도 천문학적인 액수의 투자와 대규모 고용을 약속했던 대기업들조차 하나둘 긴축 경영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여기에 미국·유럽·중국 등 각국의 보호주의가 우리 기업들을 한층 더 옥죄고 있다. 이는 앞으로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고착화할 수 있는 흐름이라서 더 큰 문제다. 올 들어서만 한국의 대표 미래 먹거리 산업인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부문 수출에 수많은 장벽이 속전속결로 쌓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강 건너 불 구경’만 하고 있다. 국회는 이른바 ‘K칩스법(반도체특별법)’으로 불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을 올해 안에도 처리하지 못하게 됐다. 반도체 업계의 숙원인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 논의도 지역 불균형 논란 탓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을 통해 얻는 국익보다 현 정부가 경제 성과를 내지 못해 얻는 정치적 반사 이익과 지지자들의 만족감이 더 크다는 듯한 태도다.

이는 올 8월 여야가 합심해 고작 13일 만에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킨 미국과는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유럽연합(EU) 27개국 역시 이달 1일(현지 시간) 반도체 생산 확대에 430억 유로(약 59조 원)를 투자하는 반도체법에 합의하면서 보호주의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도 ‘반도체 굴기’ 선언 이후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분야의 자립에 무서울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생산을 강요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정치인들의 대응도 미온적이다. 이미 현대차의 아이오닉과 기아의 EV6 판매량이 IRA 도입 직후인 8월부터 급감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별다른 묘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야당뿐 아니라 현 정부 들어 잇따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파업 행진에 대해서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윤 대통령과 여당도 잇단 아마추어 같은 행보로 기업들에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18일 아침 대통령실에서 벌어진 MBC 기자와의 설전과 슬리퍼 논란은 그야말로 촌극이었다.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그 달 17일과 18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연달아 만나며 외화 벌이에 전력을 쏟는 상황이었다. 수십 조 원대의 국익이 걸린 시점에 굳이 쓸데없는 정치적 가십거리를 만들어 권력 이동에만 관심을 쏟는 세력에 먹잇감을 줬다.

지금 다급해 보이는 사람들은 기업인뿐이다. 이제는 정치권도 국익 앞에 맞손을 잡아야 한다. 정략적 이익은 한순간이지만 한 번 기회를 놓친 첨단 산업의 실익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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