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제로 체질바꾼 대만 … 10억弗 반도체기업 한국의 2배

김정환 기자(flame@mk.co.kr),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2022. 12. 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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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반도체·IT등 6대 산업 집중지원
R&D 투자 50% 보조금 지급
과학단지 입주 소득세 면제
TSMC·폭스콘 성장 밑거름
법인세 한국기업 절반 수준
수출 年 9%씩 성장, 韓 3배

"올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서 차입이 늘었는데 법인세 부담이 워낙 커서 빌린 돈을 투자하는 데 못 쓰고 세금 내는 데 쓰게 생겼어요."(대기업 A사 회계 임원)

한국 주력 기업이 고율의 법인세와 규제에 발목을 잡힌 사이 대만은 '기술이 곧 안보'를 외치며 공격적으로 대기업을 육성하고 나서 주목된다. 기업을 대하는 두 나라 정책 차이는 고스란히 국가 경제에 반영되고 있다. 1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7.2%씩 급증하면서 올해 3만5513달러를 기록해 20년 만에 한국(3만3592달러)을 추월할 것으로 분석됐다.

복합위기에 대한 방어력도 튼튼해졌다. IMF는 올해 대만 실질 GDP가 3.3% 늘어 한국(2.6%)보다 더 강한 성장을 일굴 것으로 봤다. 최근 5년 평균 성장률로 시점을 넓혀보면 대만(3.8%)과 한국(2.3%) 간 차이는 더 커진다. 고물가 방어 성적표도 격차가 확연하다. 올해 전 세계적인 고물가 위기에도 대만은 연간 물가 상승률을 3.1%로 억제해 한국(5.5%)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들 것으로 관측됐다.

민간 경기가 살아나면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외화를 벌어오자 경제 기초체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대만은 2000년대만 해도 저임금에 비싼 자산가격이 겹쳐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 가운데 가장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풍부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갖춘 대기업이 글로벌 경쟁에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산업구조를 하도급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 결과 TSMC와 폭스콘을 비롯해 아시아 최대 민간 석유화학 그룹 포모사플라스틱, 스마트폰 제조 강자 HTC 등 세계적인 대기업이 탄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10억달러를 넘은 반도체 대기업이 한국은 12곳인 데 비해 대만은 28곳으로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강준영 한국대만학회장은 "차이잉원 정부는 국제적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일정 규모를 만족하지 못한 기업들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2016년 이후 집권한 대만의 차이잉원 1·2기 정부는 '기술이 대만 안보의 보장판'이라는 기치를 걸고 반도체, 정보·디지털 등 6대 핵심 산업을 선정해 집중 지원에 나섰다. TSMC에 패키지 공정비용을 지원하고 주요 기업 연구개발(R&D) 총액의 40~50%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며 강력한 산업 '마중물'을 부었다. 대만 최대 첨단 공업단지인 신주과학단지 개·보수에 273억대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들이며 공장 면적을 6배 키웠고 가오슝·차오터우 등에 과학단지를 신설해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에 소득세를 면제해주고 R&D 비용을 지원하는 파격 패키지도 내놨다.

이 같은 성과는 강력한 수출로 이어졌다. 최근 5년간 대만 수출액은 연평균 9.1%씩 급증해 한국(2.9%)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한국은 2017년만 해도 전체 수출액이 대만보다 2582억달러나 많았지만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대만 수출액은 4464억달러로 한국(6444억달러)과 격차가 2000억달러 이내로 크게 좁혀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수출 상황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2028년부터는 대만이 한국 수출을 추월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의 약진에는 호의적인 세제 환경도 큰 영향을 미쳤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만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0%로 한국(25%)에 비해 현저히 낮다. 지방세까지 감안하면 한국과 세율 격차는 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대만은 한국과 달리 지방세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대만의 약진에서 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민찬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한국이 대만의 GDP를 역전했을 때 대만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했던 점은 삼성전자 같은 한국 대기업의 존재"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포함될 수 있도록 산업 전략을 짜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정환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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