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지키는 기술방패 TSMC … 민관 '팀타이완'이 만들었다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2. 12.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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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대만 원동력은

"실리콘 실드(반도체 방패)가 대만 국가안보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대만 정부 관계자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도 국가를 지키는 최종 병기는 반도체 산업이라고 말한다. 그런 만큼 TSMC에 대한 지원은 대만 정부 입장에서는 산업 정책을 넘어서 외교안보 정책이다.

일본과 대만은 일찍이 미국 주도의 팹(Fab)4 반도체 동맹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대만 정부가 자신 있게 외교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TSMC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TSMC는 대만을 벗어나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에 공장을 짓고 있다.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에 당초 계획보다 3배 늘린 400억달러(약 52조216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제1공장은 2024년 가동을 시작하고, 제2공장은 2026년부터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제품을 생산한다.

TSMC는 일본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에 1조1000억엔(약 10조5471억원)을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 공장에선 12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해 월 12인치 웨이퍼 4만5000장을 생산할 예정이다.

대만 반도체 산업은 TSMC를 필두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UMC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과 미디어텍·노바텍·리얼텍 등 시스템반도체 기업, 르웨광·신텍·중화정밀테크 같은 패키징 회사들은 글로벌 시장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설계부터 제조, 후공정까지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서 대만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만에서 반도체는 수출의 35%,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하는 최대 산업이다. 대만 반도체 산업은 대만 경제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대만 국가경쟁력의 '엔진'으로 불린다. '기술이 최고의 안보'라는 기치 아래 대만 반도체 산업은 외교안보의 중요한 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대만 반도체의 눈부신 성장은 민간과 정부가 '원팀'을 구성한 덕에 가능했다. 대만 반도체의 '맏형' TSMC 육성 사례가 대표적이다. TSMC가 세계 최고 기업으로 도약하기까지는 대만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TSMC는 대만 행정원 소속의 산업기술연구회에서 전액 출자한 공기업으로 1987년 출범했다. '대만반도체생산회사(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라는 이름에서 보듯 TSMC는 대만 국력을 총결집한 국민기업이었다. 2차 오일쇼크 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만 정부가 추진한 산업 진흥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TSMC는 1992년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대만행정원 국가발전기금이 6.6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TSMC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2년 TSMC의 매출은 5조3600억원 수준으로 '한국 반도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12조원)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59조원을 기록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94조2000억원)과의 격차를 좁혔다. 특히 올해 3분기 TSMC의 매출은 약 27조5400억원을 기록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25조원)을 넘어섰다.

파운드리가 주요 사업으로 수익성이 우수하고, 위탁생산이라는 측면에서 시황에도 덜 민감했다. 메모리반도체가 수요를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 비해 유리한 점이 컸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고성능 반도체 분야에서 파운드리 수요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TSMC의 성장세는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TSMC는 대만에서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불린다. 경제를 부흥하고 나라를 지키는 존재라는 의미다. 이 같은 인식하에 대만 정부는 지원책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해 160조원을 투입하며 북부부터 남부 가오슝까지 반도체 공장 20곳 추가 건설을 추진 중이다. 2021년 대만 정부가 내놓은 '6대 핵심 전략산업 추진 방안'에는 '반도체 첨단 공정 개발과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도 포함돼 있다.

[최승진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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