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사회 신뢰 자본 선진화의 척도

2022. 12.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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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신뢰 자본'의 차이다." 신뢰 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 증가로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 것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국가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 '신뢰'를 지목했다. 한 국가의 미래와 경쟁력은 그 사회가 가진 신뢰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고신뢰 사회에서는 혈연을 넘어 신뢰가 형성되기 때문에 대기업이 발달하지만, 저신뢰 사회에서는 반대로 대기업이 발달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유럽에서 독일은 고신뢰 사회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발전했고, 이탈리아는 저신뢰 사회로서 공작기계, 도자기, 의류 등 가문 중심의 중소기업이 발전한 것으로 봤다. 그는 한국을 저신뢰 사회에서 약간 발전한 형태로 구분했는데, 한국의 경제구조는 고신뢰 국가에 가깝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친족 중심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의 발전에 있어서도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는 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상대방의 계약 파기나 사기 가능성을 염려할 필요 없이 거래를 진행하게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사회적 신뢰 자산을 평가한 자료를 살펴보면 그 결과가 충격적이다.

2021년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교육, 보건, 개인의 자유, 경제의 질, 투자 환경, 기업 여건 등이 고루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나 개인과 개인의 신뢰, 국가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부문에서는 전체 167개국 중 147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봉, 콩고, 페루 등 개발도상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가 신뢰 자본을 북유럽 국가 수준으로 높인다면 4%대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저신뢰 사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법과 제도의 후진성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건국 이래 수많은 법이 제정되고 공표되었지만 이 중 상당수가 사문화되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키려고 하는 정부의 의지가 없으니 국민들도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관습처럼 돼버렸다.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대표적이다. 떼법도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법이고 이해당사자 관련법이며 법이 너무 많기 때문에 국민들이 잘 알기도 힘들다. 우리나라가 신뢰 사회가 못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여전히 부정부패·거짓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뉴스의 초점이 되고 정치권 비리와 그를 둘러싼 공방이 대표적이다.

필자는 헌법을 포함한 법률의 혁명적인 개혁과 부정부패 추방 없이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한다. 신뢰 사회의 필수조건은 선진화된 법과 제도하에서 법이 제대로 지켜지는 사회, 즉 법치 사회이고 부패와 거짓이 발을 못 붙이는 사회에서 비로소 신뢰 사회는 구현될 수 있다. 사회적 신뢰 자본은 선진화의 척도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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