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현실로 … 인재·기술혁신으로 생산성 높여야"
韓 내년 성장률 1.5%까지 추락
가계빚·美금리인상 최대 리스크
성장 발목 고령화·기업규제에
기술혁신 넘어 경영혁신 필요
"지금 한국은 첨단 장비 도입에는 돈을 아낌없이 쓰면서 사람의 역량을 키우는 데는 돈을 과감하게 안 써요. 이게 바로 한국이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주요 원인입니다."
복합위기 파고에 내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2%)보다도 낮은 저성장 국면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한 가운데 국내 대표 거시경제 학자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사진)이 기술에서 경영 혁신으로 정책 방점을 옮겨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최근 KDI 국제정책대학원 설립 25주년을 맞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 발전 방향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내년에는 업사이드보다 다운사이드 리스크(경기 하락에 따른 위험)가 훨씬 더 크다"며 "한국 성장률이 1.5%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한국은행(1.7%), 국제통화기금(IMF·2.0%)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1%대 후반 이상 성장을 점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그는 "복합위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없고 재정은 긴축으로 가는 상황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정책 대응 수단이 굉장히 제한돼 있으며, 이 때문에 내년 경제가 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한국 경제 최대 리스크로는 미국발 금리 변동 요인을 손꼽았다. 유 원장은 "미국 노동 공급이 위축된 상태에서 경기가 하락하는데 임금 상승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며 "임금발 물가 상승 압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인해 개발도상국 자본 유출은 이미 심각한 상태에 빠졌다"며 "한국도 신용 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내외적으로는 미국 금리 등에 따른 한국 금리 변동과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최대의 경제 뇌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 원장은 떨어지는 성장률을 떠받치기 위해 생산성 제고 전략을 재점검할 때라는 처방을 내놨다. 그는 "혁신에는 크게 기술 혁신과 경영 혁신이 있는데 우리가 보통 생산성 확대를 얘기할 때는 새로운 장비 도입이나 자동화 같은 기술 혁신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예전 추격형 성장 국면에 기술 도입으로 성공했던 버릇이 관습처럼 남아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유 원장은 인재 투자 등 종전 자원을 효율화하는 경영 혁신을 통해 총요소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학령인구 감소에도 초·중등 교육을 지원하는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에서 일률적으로 떼어가면서, 이제는 돈이 쌓여서 쓰지를 못하는 상황이 된 반면 대학에 투입하는 정부 예산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바닥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에 대한 사전 규제 역시 비효율적으로 혁신을 막고 있다"며 "우선 규제를 풀어 민간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하되 나쁜 짓을 하면 사후에 강력한 처벌을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책 인재의 산실인 KDI 국제정책대학원이 합리적인 정책 수립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피력했다. 유 원장은 "KDI 대학원이 정책학, 공공관리학 등 석·박사 학위 과정을 통해 지난 25년간 141개국에서 6700여 명의 인재를 양성했다"며 "이들이 정부와 국제기구, 공공기관,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 자산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외부 금융 조달을 통해 산학협력단을 만들고 우수한 교수를 선발해야 하는데 지금은 국책연구기관을 관리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소속돼 있다 보니 다른 연구기관과 형평성 등을 이유로 필요 인원 확충 등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종시를 미국 워싱턴DC 같은 세계 정상급 공공정책 클러스터로 구축해야 하며, 선봉장 역할을 하는 게 KDI 대학원"이라면서 "대학교 자체 이사회를 활성화하고 인적 자원 확대를 막는 제약 등을 풀어야 정상급 인재 양성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영국 케임브리지대, KDI 대학원 교수 등을 거쳐 2018년부터 KDI 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김정환 기자 / 이희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여기가 불륜 장소?...지팡이 짚던 어르신도 갑자기 허리 펴지는 곳은 - 매일경제
- 벤투 후임은 안정환? “연봉 10억 이하 한국인으로 가닥” - 매일경제
- 中에 뒤통수 맞은 韓, 결국 ‘환상의 커플’ 찾아...희토류 새옹지마 [신짜오 베트남] - 매일경제
- “이제 새 남자 만나야지”…회식서 무심코 이혼 사실 알린 상사, 법원 판단은? - 매일경제
- 샤넬 루이비통 아니네...올해 잘 팔린 명품 줄세워보니 - 매일경제
- “같은 옷인데 10만원 더 비싸”···아울렛 초특가 덥석 물면 ‘호갱’ [생생유통] - 매일경제
- ‘동물이 먼저다’ 문재인 개달력, 위선인가 위악인가 [노원명 에세이] - 매일경제
- “애가 나올거 같아요”…비상착륙하자 여객기서 30명 탈출, 왜? - 매일경제
- “그때 살껄” 껄무새는 이제 그만...지금도 안 늦은 ETF 3종 [자이앤트TV] - 매일경제
- 스페인 신문 “이강인 234억원에 EPL 이적 가능”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