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데드라인’ 15일 ···사상 초유 야당 단독 처리되나
민주당 “자체 서민 감세안 만들어 15일 통과시킬 것”
여야는 11일에도 내년도 예산안 논의에 진척을 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대치 국면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오는 15일까지 합의하라고 전날 여야에 최후통첩했다. 민주당은 이날 여야 합의가 안되면 자체 ‘서민 감세안’을 따로 만들어 15일 본회의에서 예산안 수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두 차례 일대일 담판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법인세가 최대 쟁점이었다. 양당은 과세표준 2억~5억원 구간 중소기업의 세율을 20%에서 10%로 인하하는 데에는 공감을 이뤘지만,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자는 국민의힘 주장에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라고 반대했다.
양당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복원, 기초연금 부부합산 감액 폐지,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 삭감 등 예산안 쟁점에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여야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 개정 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9일까지였던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에 실패했다. 이후 이날 본회의에서라도 예산안을 처리하려 주말에 협상을 했지만 입장차가 여전했다.
김 의장은 10일 저녁 두 원내대표를 불러모아 오는 15일 본회의를 열테니 그때까지는 합의안을 마련해오라고 통보했다. 합의에 실패할 경우 정부 원안이든 민주당의 수정안이든 표결처리하겠다는 최후통첩이었다. 이튿날인 이날엔 이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로 양측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협상이 열리지 못했다.
김 의장은 예산안 법정시한(12월2일)이나 정기국회 내 처리 등 마지노선이 사라진 상황에서 예산안 논의가 연말까지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15일이라는 새로운 데드라인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 측 관계자는 이날 해임건의안 처리 본회의를 연 데 대해 “여야 합의로 15일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해임건의안에서 민주당의 요구를 들어준 만큼 향후 예산안 협상에서 민주당에 일정 부분 양보를 요청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가 15일 안에 합의안을 도출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무작정 예산안 처리를 미룰 수 없고, 민주당도 야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긴 부담스럽다는 점이 긍정적인 전망의 근거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을 따지는 국정조사가 제대로 열리기 위해 예산안 처리가 필요하기도 하다. 반면 이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와 윤석열 대통령의 수용 거부로 정국이 경색되면서 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통령실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경우 주 원내대표가 야당에 제시할 중재안도 마땅치 않다.
여야가 15일까지 합의하지 못할 경우 김 의장이 새로운 기한을 설정해 다시 한번 합의를 독려하거나 민주당이 수정안을 올려 단독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이 예산안 수정안을 내면 정부가 제출한 원안보다 먼저 표결에 부쳐지는데,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169석)을 가진 만큼 이탈표가 많지 않으면 자체 수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예산은 감액밖에 할 수 없지만 예산부수법안에 대해선 우리가 충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서민 감세안을 만들어서 한꺼번에 처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법령상 정부 동의 없이 예산 증액을 할 수는 없지만 서민들이 세금 부담을 줄이는 법안을 민주당 뜻대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끝내 합의되지 않으면 수정안을 발의할 수밖에 없다”며 “그 전에 정부여당이 전향적으로 나와서 합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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