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창밖에 나무가 있었다
허연 기자(praha@mk.co.kr) 2022. 12. 11. 17:21
◆ 시가 있는 월요일 ◆
반지하 창문 앞에는
늘 나무가 서 있었지
그런 집만 골라 이사를 다녔지
그 집들은 깜빡 불 켜놓고 나온 줄 몰랐던
저녁나절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었던가
산들바람이 부는 저녁에 집 앞에서
나는 얼마나 많이 서성대며 들어가지 못했던가
능금나무나 살구나무가 반지하 창문을
가리던 집,
(중략)
불 켜진 저녁나절의 창문을 보면
아직도 나는 불빛에 손끝이 가만히 저린다 - 박형준 作 '저녁나절'중
어떤 집에 사는 동안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나를 지배한다. 창밖을 내다볼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나무가 있다면 그 나무들은 내 한 시절의 배경이 된다.
시인에게는 능금나무, 살구나무와 함께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나무들과 대화를 하면서 한 시절을 견뎠을 것이다.
우리에겐 인생의 나무들이 몇 그루씩 있다. 그 나무들과 함께 우리는 자라났고, 늙어간다.
나무들은 우리의 한 생을 다 견디며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이다. 고맙다. 나무여.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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