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진료비도 못받는 AI의료 … 건보되는 美·日서 활로 찾아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2022. 12. 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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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영상분석 소프트업체 루닛
올해 초 日시장 진출해 급성장
현재 482개 병원서 진료 도와
원격의료 코로나까지만 허용
비대면진료 스타트업 해외로
재외국민 서비스 52% 늘어

"현재 국내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예방법에 의해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데, 내년에 실내 마스크가 해제되고 코로나19가 '심각' 단계에서 풀리면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법제화를 위한 법령 정비가 빠르게 이뤄지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를 이끄는 송승재 벤처기업협회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장은 국내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불확실성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앱) '닥터콜'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가 언제 금지될지 알 수 없다 보니, 이 회사는 2020년 국내를 벗어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해외에서 재외국민 대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됐기 때문에 코로나19 '심각' 단계가 해제되면 서비스를 종료해야 한다.

이 회사는 최근 2024년 9월까지 해외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규제 샌드박스 임시허가를 받은 이후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연장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한시적인 것이지만 기간이 명시돼 있는 만큼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언제 서비스를 종료할지 모르는 국내보다는 예측을 해 가며 사업이 가능하다.

미국 북부 미네소타주 메이요클리닉을 방문한 한 환자가 원격의료 시스템을 통해 다른 지역의 계열 병원에 소속된 의사의 조언을 들으며 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메이요클리닉】

국내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가 필요하지만 관련 단체의 반대 여론에 밀려 제도화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엔데믹을 앞두고 원격의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정치권이 관련 이익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법안 통과가 요원한 상태다. 일단 라이프시맨틱스의 재외국민 대상 서비스는 매우 성공적이다. 올해 라이프시맨틱스의 재외국민 월평균 진료 건수는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재방문 진료 비율도 15.4% 늘었다.

국내보다는 해외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의 수익성이 더 가시적이다. 또 다른 비대면 진료 업체 대표는 "국내에서는 원격의료 제도화 논의 속도가 너무 느린 데다 이익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비대면 진료 앱에 대해 별도의 서비스료를 청구할 수도 없다"며 "해외에서는 서비스료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의 많은 기업이 해외로이동하는 것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인공지능(AI) 의료 솔루션 부문도 사정이 비슷하다. 올해 초 일본에 진출한 루닛은 AI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루닛 인사이트'를 선보인 지 6개월 만에 이를 도입한 현지 의료기관이 100곳을 넘어서더니 지난달 말 482곳으로 폭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같은 AI 의료 소프트웨어(SW) 업체 뷰노도 최근 소니의 자회사인 의료기기 유통업체 'M3'와 파트너십을 맺고 일본 내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의료 AI 영업 전문 기업인 'M3 AI'를 설립하고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제 막 일본 시장에 진입한 뷰노 역시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서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AI 진단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 자기공명영상(MRI)·컴퓨터단층촬영(CT)에 사용되는 AI 진단 지원 SW도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AI 의료기기가 메디케어와 같은 노인의료보험 적용을 받는 사례가 다수 나오고 있다. '비즈에이아이(Viz.AI)'의 'ContaCT'는 2020년 미국 보험청(CMS)의 신기술추가지불보상(NTAP) 제도를 통해 수가를 청구할 수 있게 됐다. ContaCT는 대혈관폐색이 의심되는 환자를 분류해 뇌졸중 의심 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는 AI 의료 SW다. '캡션 헬스(Caption Health)'의 'Caption Guidance'도 올해부터 NTAP 제도를 통해 수가 청구가 가능해졌다. 이 의료기기는 AI를 사용해 심장초음파 영상에 대한 진단 품질 평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AI 의료기기에 대한 보험 코드가 없다.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할 뿐 아니라 의료기관이 AI 의료 SW에 대한 비급여 진료비를 별도로 청구할 수 없다.

의료기관이 굳이 비용을 들여 AI 의료 SW를 도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AI 의료 업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 허가를 받고도 국내에서 제대로 된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원격 재활의료 서비스를 하고 있는 네오펙트도 미국 시장으로 타깃을 전환했다. 2020년 국내에서 홈 재활 분야로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사업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원격 재활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가를 인정받지 못한 데다 관련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지속되는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네오펙트는 미국에서 원격 재활 전문 의료클리닉 '커뮤니티 리햅 케어(CRC)'를 운영하며 유의미한 실적을 내고 있다. CRC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223만달러(29억원), 영업이익은 약 59만달러(7억7000만원)에 달한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11.5%, 48.8%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2020년부터 영업이익 증가율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2020년 약 7만달러(9000만원)에 불과했던 CRC 영업이익은 지난해 약 40만달러(5억원), 올해 59만달러로 급증했다. 영업이익률도 2020년 3.7%, 지난해 19.9%, 올해(예상치) 26.6%로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비대면 진료 체계가 구축된 미국에서 재활 치료 서비스에 대한 보험금 청구가 확대되며 이 같은 실적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네오펙트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비대면 진료 체계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디지털 재활 시스템을 적용하며 CRC의 실적이 크게 향상됐다"며 "중장기적으로 미국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의료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장비 렌탈, 구독모델 도입 등을 통해 시장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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