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아이작 뉴턴과 남해 버블

2022. 12. 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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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세출의 천재 뉴턴조차
주변인 돈 버는 데 혹해
무모한 투자 하다 큰 손실
최근 증시 비관 전망도
걸러서 들을 줄 알아야

◆ 매경시평 ◆

아이작 뉴턴(1643~1727)이 수학, 물리학, 천문학에 기여한 업적은 널리 알려졌지만, 말년에는 연금술에 심취했으며 1699년부터 1727년 사망할 때까지 28년간 영국 조폐국 장관의 지위에 있으면서 금본위제 확립에 기여한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토지 대신 채권과 주식 같은 금융자산에 전 재산을 투자할 정도로 위험을 선호했다는 것도 뉴턴의 특이한 점이다. 이와 같은 그의 투자 행태는 오랫동안 조폐국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금화의 발행과 유통, 국채 발행, 그리고 당시 붐이 일고 있던 주식회사 설립과 관련된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그의 투자 행태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영국 왕실로부터 특권을 부여받아 1711년에 설립된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주식에 대한 투자였다. 남해회사는 경제사에서 유명한 남해 버블(South Sea Bubble)을 일으킨 기업인데, 뉴턴은 이 기업 주식에 투자해 상당한 손해를 본 후, 천체의 운행은 계산할 수 있지만 대중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고 탄식한 것으로 전해진다.

뉴턴의 투자 행태를 언급하는 이유는 그와 같은 불세출의 천재도 투자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라, 거의 80에 가까운 나이에 접어들어 납득하기 어려운 무모한 투자를 했다는 사실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료 분석을 통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1720년 4월께 뉴턴은 이전에 매입했던 남해회사 주식을 처분해 상당한 이득을 보았다. 그러다가 6월께 매도했던 가격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에 더 많은 주식을 매입했다. 이때는 금융 전문가들이 주가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고 경고하고 있던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뉴턴은 주변의 여러 사람이 큰돈을 버는 것에 자극을 받아 무모한 투자를 감행했다. 그러다 거품이 꺼지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뉴턴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주식을 전량 매도해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300만달러의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1602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주식 공모를 필두로 주식과 선물 거래가 활성화된 후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가 갑작스럽게 붕괴하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돼왔다.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현재 행위를 결정하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은 종종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탐욕과 두려움으로 인해 무모한 결정을 내리곤 한다. 쉽게 큰돈을 벌고자 하는 탐욕이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며, 다른 사람들이 돈을 벌 때 자신은 낙오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무모한 투자를 감행하게 된다. 또 주가가 폭락하는 경우 더 큰 손실을 볼까 두려워 투매하는 대열에 동참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투자 사기꾼, 허위 정보, 군중심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게 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과 저금리,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훼손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해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각종 미디어와 유튜브를 통해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시장을 위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의도를 주목해야 한다. 이미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다음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매도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시장을 조작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는 가운데, 신용이나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를 피하면서 탐욕과 두려움을 떨쳐내고 자신만의 합리적인 투자 원칙을 지킨다면 뉴턴과 같은 실수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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