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상민 해임건의' 통과에도 침묵…속으론 부글부글

박종진 기자 2022. 12. 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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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제54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12.05.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는 등 여야 대립이 또다시 극한으로 치닫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거대 야당을 강력 규탄하고 나선 국민의힘의 대응으로 갈음하는 한편 예산안 처리 등 국회 논의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국회 의석을 악용해 국정의 발목을 잡는 게 도를 넘었다고 본다. 야당의 요구대로 국정조사에 합의해줬지만 정작 아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도 뼈아프다.

휴일인 11일 오전 국회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이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을 강행하면서 정국은 급랭했다. 국민의힘은 "앞에서는 가짜 예산안을 들고 흔들면서 뒤에서는 해임건의안만 만지작거리고 있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런 속셈이라면 이제 국정조사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고 사실상 국정조사 보이콧(거부)을 선언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브리핑 없이 침묵을 지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임건의안은 국정조사와 맞물린 문제"라며 "여당에서 국정조사 보이콧을 표명하는 등 강하게 입장을 냈는데 (대통령실이 거듭) 또 다른 입장을 내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물론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때처럼 인사혁신처를 통해 '헌법 63조에 따라 이상민 장관의 해임을 건의한다'는 국회의 해임 건의문이 대통령실에 통지된 이후 별도의 입장 발표를 할 수도 있다. 입장 발표를 하든 안 하든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다.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건의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아무 효력이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사건 초기부터 희생자와 유족을 위해서 진상규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며 "진상규명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야당의) 이런 선택이 희생자와 유족을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발의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처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2022.12.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통령실은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를 한다면서 정작 주무 부처 장관이자 핵심 조사 대상인 이상민 장관의 해임을 먼저 요구한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조치라고 판단한다. 국민적 슬픔을 정쟁에 악용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어떤 효력도 당위도 없는 의사 표현으로 나라를 일단 멈춰놓고 이재명 대표한테 쏠리는 시선을 분산시키고 정파적 이익만 챙겨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이미 법정 처리시한을 넘긴 2023년도 예산안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까지도 처리되지 못하고 이달 15일까지로 다시 한번 미뤄진 것에도 분노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겉으로는 "시한이 남았으니 국회 논의를 지켜보자"고 거리를 두고 있지만 야당의 행태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국회(임시회) 제401-1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가결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2.11.

특히 이재명 대표가 이날 '서민감세'를 들고 나오자 격앙된 반응이 적잖다. 이날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예산에 대해서는 감액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세입에 관해선 우리가 충분히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민 생계에 도움이 될 만한 서민 감세안을 만들어 한꺼번에 처리하자"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자신을 향한) 수사 물타기를 하려고 예산 편성과 관련한 정부의 기본 권한마저 흔들려고 한다"며 "진정 서민을 위한다면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예산을 포함해 충분히 긴축재정으로 내놓은 예산안부터 통과해주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아울러 결과적으로 아무 성과도 얻지 못한 '국정조사 합의 전략'에 불만스러워 하는 기류도 읽힌다. 대통령실은 애초 국정조사가 민주당의 정쟁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부정적 시선이 강했지만 당의 판단에 맡겼고 국민의힘은 '선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 방침으로 국정조사에 합의해줬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는 팽팽한 대립이 계속되면서 법정 처리시한을 훌쩍 넘겼고 이 와중에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까지 의결돼버렸다.

이날 대표적 '친윤'(친윤석열) 의원인 장제원 의원이 "그들이 요구한 국정조사는 정권 흔들기, 정권 퇴진 운동에 불과하다. 애초 합의해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역시 대표적 '친윤' 의원인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외친 진상규명은 애초부터 거짓말이었던 것"이라며 민주당의 의도를 조기에 간파했었어야 한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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