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케이크, 왜 작은 걸 사야 할까?

권대익 2022. 12. 11. 17: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음식이 '맛있는' 단계를 넘어서 '입에서 살살 녹는다'라고 표현되는 수준이 있다.

이런 음식의 특징은 '가공 단계가 높다'라는 것이다.

자연에서 채취해 날것 그대로의 동물이나 식물은 가공 단계가 낮다.

이처럼 벼→현미→백미로 바뀌는 것을 '가공 단계가 높아진다'라고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음식이 ‘맛있는’ 단계를 넘어서 ‘입에서 살살 녹는다’라고 표현되는 수준이 있다. 이런 음식의 특징은 ‘가공 단계가 높다’라는 것이다. 자연에서 채취해 날것 그대로의 동물이나 식물은 가공 단계가 낮다. 생선을 날로 먹거나, 과일을 따서 그냥 먹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벼를 먹으려면 껍질을 벗겨야 한다. 겉껍질만 살짝 벗긴 쌀이 현미인데 이는 벼 무게의 80%쯤 된다. 현미는 밥맛이 거칠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 도정 과정에서 쌀 껍질을 더 벗긴다. 백미는 현미 껍질(미강층)을 더 제거한 것이다.

이처럼 벼→현미→백미로 바뀌는 것을 ‘가공 단계가 높아진다’라고 한다. 쌀은 가공 단계가 높을수록 맛있다. 백미로 만든 밥보다 백미를 쌀가루로 만들어 떡을 만들거나, 쌀 케이크를 만들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요리도 넓은 의미에서 ‘가공 단계를 높이는 행위’다. 가공이 요즘은 주방이 아닌 공장에서 이뤄질 때가 많다. 현대인이 즐겨 먹는 많은 숱한 식품들의 산지(産地)가 이들 공장이다.

이 같은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식품 업체들은 가공 단계를 점점 높이고 있으며, 요즘은 ‘초가공 식품(ultra-processed food)’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초가공 식품에는 유화제ㆍ트랜스 지방ㆍ착색제ㆍ감미료ㆍ방부제 등 화학물질이 들어간다. 그러면서 당분ㆍ염분ㆍ지방 함량이 높고 단백질ㆍ섬유질 함량은 낮은 편이다. 빵, 피자, 포장 수프, 소스, 핫도그, 소시지, 프렌치 프라이, 탄산음료, 과자, 케이크, 도넛, 아이스크림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식품이 입에서 살살 녹기만 하면 좋을 텐데,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 터프츠대 연구팀이 20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25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3건을 종합 분석한 결과, 초가공 식품을 자주 섭취하는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들보다 대장암 발생률이 29% 높았다.

연구팀은 소시지ㆍ햄ㆍ베이컨 등 육류와 닭고기, 즉석 생선 식품, 가당 음료의 과다 섭취가 대장암 위험과 연관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번 연구에서 여성들은 초가공 식품 섭취와 대장암과 관계가 없었는데, 여성들이 즐겨 먹는 유제품이 여성들이 먹는 초가공 식품의 해로운 영향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가공식품 중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가공 육류(processed meat)다. 육류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질산염과 아질산염 등을 첨가하는데 이것은 유통 또는 열을 가해 요리할 때 발암 성분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가공식품 또는 초가공 식품은 혈당도 급상승시킨다. 자주 먹으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과부하가 걸리고, 인슐린 저항성도 높아질 수 있다. 즉 비만ㆍ당뇨병ㆍ고혈압 등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이미 고혈압ㆍ당뇨병ㆍ만성콩팥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가공-초가공 식품을 더욱 멀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부득이 먹어야 한다면 맛만 보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바람직하다. 건강을 챙기는 사람은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작은 걸 산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