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 특별전 '경기 사대부의 삶과 격, 지석'
기사내용 요약
2023년 3월26일까지 경기도박물관 기획전시실 전시
무덤에 묻은 '지석(誌石)' 1300여점 중 700여 점 엄선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 사대부의 삶과 그들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지석(誌石)'을 선보이는 전시가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은 2023년 3월26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경기 사대부의 삶과 격, 지석(誌石)'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무료 전시로, 공립박물관 중 지석을 가장 많이 소장한 경기도박물관이 대표적인 조선시대 지석을 한곳에 모아 선보이는 자리다.

◇지석에 담긴 경기사대부의 삶·가치관·죽음을 대하는 태도
이번 특별전은 경기도박물관 대표 유물인 조선시대 지석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첫 전시로, 소장 지석 1300여 점 중 가치가 높은 상당수를 엄선했다.
지석은 죽은 사람의 인적사항, 무덤의 위치와 방향 등을 적어서 무덤에 묻은 판판한 돌이나 도자기판을 말한다. 조선왕조의 법전인 '경국대전'과 '국조오례의'에 지석 제작·매납 방법이 따로 기재될 정도로 중요한 지배층 예절 문화였다.
경기도에서 출토된 지석에는 조선시대 국가 운영의 핵심이었던 경기 사대부들의 삶과 가치관, 그들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 등이 생생하게 글로 새겨져 있다. 주로 자손들에 의해 기록됐지만, 객관적 시선으로 사대부의 삶을 새겼다.
전시는 지석의 의미와 유래, 지석에 담긴 사대부의 삶과 후손 이야기 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황희 정승의 아들 황수신 ▲'경국대전' 편찬에 참여했던 서거정 ▲임진왜란 좌의정으로 선조를 보필한 유홍 ▲효종 대 무장으로 북벌을 추진한 우의정 이완 등 역사 속 인물 수십 명과 그들에 대한 기록인 지석 700여 점이 전시된다.
지석 자체가 현대인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유물이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익숙한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마주할 수 있다.

◇지석에 담긴 사대부 정신…3부로 구성된 전시
1부 '예(禮)를 다하다'에서는 유교를 기본 통치이념으로 삼은 새 왕조 조선이 유교의 상장례의 하나인 지석을 국가적 차원으로 권장한 배경과 도자 지석의 시작을 살펴본다.
조선전기 제작된 '국조오례의'의 '흉례'에서는 남송의 관혼상제 사례에 관한 예제(禮制)로서의 '주자가례'에 따라 구체적으로 지석의 내용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조선시대 전 기간 사대부의 지석은 도자 지석으로 만들어졌다.
2부 '삶을 기록하다'에서는 도자 지석의 변화와 흐름을 알 수 있게 시대별 주요 유물을 소개한다.
지석은 글을 새겨넣는 방법에 따라 음각, 상감, 청화, 철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작한다. 시기별 상황에 따라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 예와 효의 도리를 다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15세기는 고려의 전통인 불교적 색채가 있는 분청사기 지석과 새로운 유교의 규범에 따른 백자 지석이 공존한다.

보물 제1768호 '백자 흥녕부대부인 지석'(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은 세조의 장모인 인천이씨(1383~1456)의 지석으로, 조선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청화백자 지석이다.
'백자 황수신 지석'은 경기도 광주의 왕실 관요(官窯)가 설치된 1467년에 제작됐다. 당시 청화백자 제작 양상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지석이다.
17세기 전반 전란으로 어려웠던 시기 만들어진 '백자 이종린 지석'은 철화 안료로 지어졌다. 왕실의 종친이자 사옹원 제조였던 이종린을 위해 정성스레 만들어진 가치를 인정받아 경기도문화재자료(제136호)로 지정됐다.
18세기에는 사회 안정으로 청화백자 지석이 유행했는데 '백자 민백복 지석과 지석함'이 대표적인 사례다. 8장의 청화백자 지석이 백자 지석함에 담겨 있었는데, 18세기 이후 서민도 지석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지자 사대부는 차별적인 형태로 지석함을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3부 '사대부의 정신을 잇다'에서는 조선 후기 경기 사대부의 면면을 살피기 위해 5개 가문을 소개한다.
▲효종~현종 두 임금을 보필하며 북벌 추진을 뒷받침했던 심지원의 '청송심씨 인수부윤공파 종중 ▲용인현 산의실에 대대로 세거하며 중앙 남인세력으로 활동했던 '청송심씨 사평공파 종중' ▲인조 반정 이후 중앙 벌열로 현달하며 세도의 중심이었던 '풍양조씨 회양공파 종중' ▲18세기 탕평정치를 뒷받침했던 유직기의 '기계유씨 종중' ▲서울 경기지역 노론 낙론 학맥의 으뜸가는 학자를 배출한 홍직필의 '남양홍씨 종중' 등 이야기를 펼친다.
이들은 모두 서울·경기지역에 세거하며 조선의 정치 문화에 큰 영향을 남겼다. 정성껏 제작한 지석을 통해 선조들이 남긴 삶의 가치를 전했고 행적을 추모했다. 아울러 초상화와 저술 등을 통해 사대부 가문의 품격을 높였다.
김기섭 경기도박물관장은 "효와 예를 다한 정중한 태도의 '지석' 이면에 아버지가 먼저 간 딸을 그리는 마음, 사랑하는 아내를 보내는 남편의 애절함, 존경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리는 진심 어린 마음 등이 담겨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석의 글을 통해 경기 사대부들의 사람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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