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건반'으로 그린 지옥과 천국 사이
다면적 감정 담긴 작품
리스트 '단테를 읽고…'
깊이 있는 해석 돋보여
지난 10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난 6월 역사상 최연소로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18·사진)이 대회 우승 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연 독주회에는 2400여 관객이 무대를 둘러싼 모든 좌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무대 옆 문이 열리자 단정하게 정리한 머리에 연미복을 입은 임윤찬이 등장했고,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피아노 앞에 앉은 임윤찬은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연주를 시작하며 관객들을 자신의 연주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글렌 굴드와 프란츠 리스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임윤찬은 자신이 작곡가에게서 받은 영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곡을 배치해 연주했다.
1부에서 이번 공연 시작을 알린 '솔즈베리 경의 파반느와 갈리아드'를 작곡한 올랜도 기번스는 굴드가 10대 시절부터 첫 손에 꼽을 정도로 애정한 작곡가다. 임윤찬은 화려하지 않지만 단순하면서도 담백한 선율의 이 곡을 연주하며 6분간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다음 곡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인벤션과 신포니아 중 15개의 3성 신포니아'는 임윤찬이 '아름답지만 잘 연주되지 않은 보석 같은 곡'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무대에서 듣기 어려운 곡 중 하나다. 잘츠부르크 축제에서 굴드가 재배치한 연주 순서를 그대로 따르면서 곡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했다. 인생사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15개 노래를 연주하면서 임윤찬은 다음 곡으로 이어지기 전 충분히 시간을 가지며 감정의 변화를 좇는 듯했다. 곡에 담긴 심경의 변화는 극과 극이었지만, 임윤찬은 그것에 좌우되지 않고 모든 것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전하려고 했다.
2부는 리스트 곡으로만 채웠다. 1부에서의 간결하고 정갈한 연주와 대비되는 화려함이 돋보이는 곡들이었다.
'두 개의 전설'은 리스트가 속세를 뒤로하고 종교에 귀의하면서 지은 곡이다. 임윤찬은 성인의 설교를 경청하는 자연만물의 경이로움과 바다 위를 헤쳐나가는 성인의 위대함을 연주로 표현했다. 새가 지저귀는 여린 소리부터 파도가 온몸을 휩쓰는 웅장함까지 작품 속에 담긴 감정을 풀어냈다.
임윤찬은 잠시 쉬어갈 틈도 없이 바로 마지막 곡인 '단테를 읽고 : 소나타풍의 환상곡'에 돌입했다. 지옥과 천국을 사이에 둔 '연옥'에서의 다면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난곡이지만, 이미 책을 외우다시피 할 정도로 읽었다는 임윤찬의 실력이 드러나는 명연주였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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