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단독 이상민 해임건의안 통과…국회 또 경색

전경운 기자(jeon@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박윤균 기자(gyun@mk.co.kr), 위지혜 기자(wee.jihae@mk.co.kr) 2022. 12. 1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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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안 ‘원포인트’ 휴일 본회의
與 집단퇴장 속 표결 통과
민주·정의 등 182명 찬성
박진 이어 尹정부 두번째
예산안은 15일 처리키로
김진표 국회의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가결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묻기 위해 야당이 추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공휴일인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 의결로 통과됐다. 국무위원 해임안이 가결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박진 외교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내년도 예산안이 아직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한 상황에서 이 장관 해임안이 가결된 데다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향후 예산안 협의와 국정조사 등을 앞두고 정국이 다시 급랭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요일인 11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재석 183명 중 182명의 찬성(무효 1명)으로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의결했다. 본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에 반대하며 표결 전 집단으로 퇴장했다. 이에 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개의를 선언하려는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등 본회의가 열리는 데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본회의는 국민의힘의 개의 반대에 이례적으로 ‘공휴일 개의에 관한 건’을 먼저 통과시킨 후 열렸다. 반대로 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 회의 내내 고성이 오갔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장관 해임안에 대한 제안 설명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가 그 책임과 의무를 방기함으로써 발생했다”며 “이러한 거대한 직무유기의 정점에는 책임 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하는 이상민 장관이 있다”고 비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재명의 체포와 사법 처리에 쏠린 국민 관심을 분산시키고 돌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해임건의안 처리가 진실과 책임의 문을 여는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국회로부터 정식 전달받으면 박진 장관 때와 마찬가지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본회의에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은 처리됐지만 김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는 15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는 법인세 등 핵심 쟁점에서 의견을 모으기 위해 주말까지 논의를 이어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시한을 연기한 것이다.

정국 급랭…예산안 협상 가시밭길

이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면서 정국이 또다시 급랭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여야가 여전히 첨예한 대립을 하는 예산안 협상부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까지 말 그대로 ‘첩첩산중’ 정국이라는 평가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국민의 명령”이라며 윤 대통령의 수용을 압박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했을 때 대통령께서 또다시 헌법이 정한 국회의 책무를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해임을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민주당은 자진사퇴를 요구해왔고, 국회의장도 지난 1~2일 본회의를 연기하며 대통령께 문책, 자진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안다”며 “문제를 해소하려 했으나 전면 거부해 부득이 해임건의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진석 위원장은 “이런 민주당과 함께 의사당에 몸담고 있는 것에 모멸감을 느낀다”며 “오직 기승전 이재명”이라고 격한 어조로 반발했다. 의총 후 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사회를 보러 들어가자 “이재명 방탄국회 국회의장 사퇴하라”, “일요일 회의 개의 국회의장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동안 이상민 장관의 자진사퇴를 주장해왔던 안철수 의원조차 “민주당의 속셈은 뻔하다. 이상민 장관의 자진 사퇴를 막고, 윤석열 대통령을 곤란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면 대통령의 굴복으로 보이게 하고 거부하면 대통령의 오기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고 민주당을 성토했다.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회를 통과한 해임건의안은 또 다른 정쟁의 불씨가 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대해 “현재까지는 입장이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윤 대통령이 야당이 단독처리한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실상 해임 건의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야당은 이미 이 장관 탄핵을 벼르고 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임건의안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윤 대통령이 계속 거부할 경우 국회의 권한을 다해 참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밝혔다. 해임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야당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에 “만약 대통령이 해임안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신속하게 탄핵 발의해 이 장관이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해임건의를) 받지 않으면 즉각 탄핵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안 우선 처리를 고수했던 김 의장이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강행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주말인 지난 10일 만나 추가 협상을 거쳐 오는 15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날 김 의장은 본회의 직후 낸 입장문을 통해 “국회법에 따른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는 여야 합의로 15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여야 지도부와 의원님들에게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드린다. 국민과 민생만을 기준 삼아 예산안을 조속히 합의해달라”고 밝혔다.

여야 관계가 또다시 험악해지면서 15일 열릴 본회의에서의 예산안 처리에도 경고등이 켜질 전망이다. 양당 원내대표는 휴일임에도 10일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갔으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에 대해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하지 않으면 예산안 단독 수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재차 경고하면서 초부자 감세에 대응해 ‘서민 감세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우리가 비록 예산에 대해선 감액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나 세입에 관한, 즉 예산 부수 법안에 대해서는 충분히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서민지원 예산을 증액하지는 못하더라도 서민 삶에 도움이 되도록 서민 감세는 얼마든지 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끝내 합의안을 만들지 못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의장이 15일에는 정부 원안이든 민주당 단독 수정안이든 양자택일하라는 최후통첩을 냈지만 국회선진화법 이후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예산안이 통과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두 경우의 수 모두 양당에게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정조사 파행하나…與위원 전원 사의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대하는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키면서 예산안 처리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도 파행이 우려된다. 이태원 국정조사특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모두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사실상 ‘보이콧’에 들어갔다. 이런 여당에 야 3당은 단독 진행을 시사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해임안 통과 후 “예산이 통과되고 난 다음에 국정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책임을 묻기로 했는데 민주당이 약속을 파기하고 이렇게 의결해 버렸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정쟁에 이용될 뿐이라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당 지도부와 다시 상의해서 국정조사 (참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 건의는 국정조사나 예산안과 별개이며 오히려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저분들은 해임건의안과 무관하게 반대해온 분들이고 유가족과의 첫 특위 간담회에도 전면 불참한 분들”이라며 “애초에 국정조사를 막고 싶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여당이 국정조사를 거부하더라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정조사 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국민의힘이 거부해도 국정조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 등이 극적으로 타결되고, 여당이 국정조사에 참여하더라도 이 장관 탄핵이라는 폭탄이 여전히 존재한다. 증인 채택과 일정 등 쟁점이 여전한데다 내년 1월 7일까지인 특위 활동 시한도 빠듯하다. 국민의힘은 활동 기한 연장은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필요하면 연장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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